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가을 저녁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라지는 붉은 노을의 풍경처럼 묘한 여운이 내 주위에 무거운 침묵과 함께 남아 있는 듯하다. 사실 이 책의 제목만 얼핏 보고나서는 많은 기대를 결코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생각과는 정반대인 정말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미스터리에 관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치고 역시 별로인 책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나 할까 싶기도 하고, 또 언제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나보나 하는 기대감이 길게 느껴지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괜찮은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 작품이다. 클래식에 익숙한 편도 아니고 더구나 피아노곡에 대한 상식 역시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에 문학작품 속에 많은 부분이 음악적인 요소로 채워진 이 책을 두고, 한편으로는 좀 낯설게 느껴진 점이 없진 않았으나 전체적인 구도에서 보면 오히려 그러한 점이 더욱 이 작품을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하게 만들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여하튼 단언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다른 어떤 미스터리 추리물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신선하면서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안녕 드뷔시 이 작품은 신인들의 등용을 위한 일본의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작가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나 치밀한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나타나는 엄청난 반전 등으로 볼 때,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진 것 같아서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호응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참신하고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러 가지 것이 적절하게 글로 잘 표현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번역 하시는 분이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어필 할 것인가를 그만큼 잘 이해하고 숙지하여 이에 맞는 어휘의 선택이 탁월 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찌하던 그 바탕에는 작가의 노련한 작품 구상력과 이를 위한 글의 표현 기법이 좋았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굳이 거슬리는 점을 애써 찾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적 요소, 즉 후반부에 자주 등장하는 피아노의 운율에 대한 장황하고도 반복적인 표현은 때로 지루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니면 긴장감이 떨어트리게 하는 부분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다른 독자에게는 좀 더 포근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독자에 따라 그 의견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 않겠나 싶어 큰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의 주인공 하루키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장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순수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여학생이다. 어느 날 우연한 화재사고로 인해 그녀의 단짝인 사촌자매인 루시아와 그녀의 정신적 지주였던 할아버지를 잃고 자신은 3도 화상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된다. 할아버지는 살아생전에 그녀에게 엄청난 유산을 남겼는데 이를 두고 가족 간의 미묘한 마찰이 생기고, 또한 우연한 사고를 가장하여 자신의 목숨에 위협받으면서 급기야는 자신의 엄마마저 석연치 않는 사고로 죽음에 이르자 평화롭던 자신의 일상에 모든 것이 불행으로 급속하게 치닫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이에 때맞추어 나타난 그녀의 피아노 선생인 미사키의 도움과 자신의 화상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 신조의 격려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려 했던 자신의 삶에 한 가닥 희망을 품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화재 사건을 비롯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은밀한 음모, 그리고 엄마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이 알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치게 만들지 않는 이 책의 내용에는 독자가 쉽게 찰을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선이 깔려 있다. 더구나 독자의 허를 찌르는 마지막의 반전은 이 책이 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단순한 미스터리물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많은 공포 스릴러물과 미스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추리물의 우리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책은 광고된 내용에 비해 실제 작품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어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다소 안심을 놓아도 될듯하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은 한 소녀의 성장기 속에 나타난 하나의 우연한 사건을 통해 다양하게 전개 되어가는 이야기 속에 감미로운 음악의 운율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임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 한다. 따라서 이 책 부록에 있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담은 CD와 함께, 많은 독자들이 이 한권의 책과 더불어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가졌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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