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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들이 사회의 곳곳에 생겨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 주위에 이전과는 다른 흔치 않는 광경으로 목격되면서 우리 사회의 열심히 살아가는 하나의 구성원이 되어 그들도 이제는 더 이상의 외지인이 아닌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 함께 더불어 지내는 사회가 된듯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있어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이나, 제도의 미비, 그리고 오래 동안 지속되어온 우리의 고정적 관념의 인식에서 볼 때 아직까지 완벽하게 정착했다고는 말 할 수는 없으나 이제 어느 정도 보편화 되었다고 말한다 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겉으로는 인정을 하면서도 은연 중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일부 차별에 가까운 시선 내지는 틀에 박힌 편견의 사고방식들은 앞으로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의 여러 많은 국가에서는 인종 차별의 문제를 두고 그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법적인 규제를 정해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흑백간의 인종에 관한 그 동안 미국의 역사 과정이나,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 아직도 표출되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같은 문제들이 아직까지 현존하고 있음에 다시금 이러한 인종의 문제로 우리의 현실에 끔찍한 사회악의 존재로 남지 않기를, 그리하여 법에 의존한 물리적인 방법에만 의존하기보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우리 인식의 자세가 재고되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듯하다.
이 책은 유태인으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해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흑인과 결혼해 열두 명의 자녀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실존 인물이기도 했던 여성 루스 맥브라이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힘없고 고독했던 핍박의 일생을 가슴 뭉클하게 담아낸 이 책의 내용에는 어떤 뚜렷한 근거 없이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사회의 편견과 멸시 그리고 차별의 고통 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연약한 한 여성의 삶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독자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녀에게도 한때는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는 소녀의 시절이 있었고 사랑과 행복의 추구를 위해 세상을 바라보려던 숙녀로서의 이상이 있었을 것이며,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습으로 자신이 원했던 인생이 존재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기억된 삶은 어려서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결핍된 사랑과 유대 교리를 따라야 하는 강요된 굴복의 시간, 그리고 성적학대와 감당하기 힘든 노동의 고통스런 시간들 이었다. 또한 한줌의 따뜻한 사랑과 자유를 위해 그녀가 선택 했던 두 번의 결혼 생활은 인종차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아름답게 피어나기보다 차별과 멸시 그리고 편견의 벽에 부딪쳐 세상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외로운 삶으로 남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피부색깔이 왜 다른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나중에 그 궁금증에 대한 의혹들을 모두 알아 가게 되기까지, 한때 인종차이로 인한 주위로부터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벽과 마약에 빠져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청소년 시절을 고백 하면서 굴절되고 질곡 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인생에 그녀 스스로 선택한 용기 있는 삶에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를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됨을 아쉬워한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두 가지의 시선으로 전개되어가고 있다. 하나는 저자 스스로 보고 느낀 생각과 사실적 이야기를, 또 하나는 어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나온 여러 발자취들의 이야기들이다. 모자간의 펼쳐지는 각기 다른 두 개의 시선에는 가족의 소중함이 얼마나 절실하며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랑의 중요성이 우리에게 왜 꼭 필요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저자를 비롯한 열두 명의 평범한 그들의 인생은 바로 어머니의 흔들리지 않는 인생의 신념과 희생적 사랑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야 할 듯하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서 강요된 삶을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연적인 이유로 강요 될 수밖에 없는 삶이 존재 할 수는 있다. 특히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관계에서는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고 피할 수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기에 그것이 비록 고통스러운 삶일지라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미국적인 시각에서 우리에게 때로 공감되지 않는 가치관의 차이라든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더러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가족이나 어머니라는 큰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그것과도 공감되는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아 한번 쯤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또한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이 한권에 담긴 내용은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결국 이 책에 나타난 바와 같이 연약한 것은 인종차별에 핍박받는 한 여성의 질곡 된 삶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운명에 맞서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하고 그것을 피해 달아나려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