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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해방이후 제국주의적인 국가들에 의해 한 맺힌 민족 간의 전쟁을 치르고 난후 국내 경제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 이었다. 해외원조 없이는 단 하루도 버텨 나갈 수 없었고 전쟁의 폐허 속에 피폐된 국내 경제는 그 누가 보아도 재기의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의 국민들은 모두 하나가되어, 피와 땀으로 얼룩진 고통과 희생을 무릅쓰고 배고픔으로 힘들었던 가난의 시절을 극복 할 수 있었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즉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눈부신 경제 성장의 바탕은 바로 우리의 일반 국민들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치와 경제를 통한 일부 권력자들은 이러한 경제 성장의 원인을 자신들의 뛰어난 판단력내지는 지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솔직히 오늘날의 대기업들이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격유착에 의한 권력자들의 비호와 묵인 아래 이루어졌음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져 온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이제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지난 시절의 우리가 흘린 땀과 노력의 대가가 과연 정당 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들의 노력이 얼마였는지를 말이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으로서 발돋움 하는데 있어 기업가 그들의 노력도 분명 있었음을 부인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구태의연한 관행과 악습들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버젓이 저지르고 있는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횡포는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은 작가의 서두에서 보듯 정치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가 이제는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에 와있는 시대적 사명감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기업의 자본논리에 의해 함께 점점 타락해져 가고 있는 오늘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재조명 해보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탈법과 불법적인 기업들의 행태들을 깊이 파헤침으로서 우리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아름다운 사회로의 건설에 한걸음 다가서기를 강조한 책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쓰는 내내 우울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심정이 과연 우울하기만 했을까 싶다. 적어도 독재군사시절에서 이어져 온 기업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억지 경제논리 게다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부당한 재산축적에서 권력으로의 아부와 족벌 세습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눈에 비친 기업들의 모습은 그에게 우울을 넘어 피 끓는 울분 이상이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광그룹은 국내 2인자라는 딱지를 떼고 초법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거대한 비자금을 은밀하게 조성하여 국가 권력 기관에 대한 뇌물매수와 언론 길들이기 그리고 족벌세습에 관한 광범위한 이야기로 전개 된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현 우리나라의 기업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오로지 이윤추구에만 목을 매는 그들의 실상을 알맞게 잘 표현한 것 같아 돈의 위력에 눌려 사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듯하다. 또한 박재우를 비롯한 그룹 내 3인방들은 선후배 관계의 인맥과 학맥으로 맺어가는 그들의 부패하고 타락한 가증적인 행위를 보면 가진 자들의 얄팍한 속내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다는 금전만능주의와 남이 어떻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 불법이어도 어떻게 해서든 한건만 성공해 보려는 한탕주의 등 온통 부조리로 가득한 지금 이 사회를 우리가 결코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내용이 우리에게 주지하는 바는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 우리의 현실을 적절하게 잘 반영하여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한때 힘들었던 과거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경제 성장만을 부르짖으며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자본주의 논리를 펼치는데 그 시선이 고정 되어있다. 하지만 그들이 설파하는 경제 논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똑같은 자본주의를 행하면서도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왜 유독 우리의 기업들은 자기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말이다. 돈의 패악스런 위력은 지금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독버섯처럼 곳곳에 침투하여 우리의 건전한 사회 구성을 흔들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고 우려되는 일이다. 정치 민주화를 위해 우리는 30년의 긴 시간을 피를 흘리며 비록 만족스럽진 못하나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어 냈다. 오랜 시간동안 관행처럼 여겨진 국내 재벌들과 관료들의 부패한 고리가 하루아침에 쉽게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깨어 있지 못하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천민자본주의는 결국 재앙이 되어 언제라도 3류 후진국으로 전락 할 수 있음을 우린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나라에도 재벌들은 존재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결점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적어도 투명한 경영체제와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의 환원에 나름대로 많은 노력과 기여를 하는 것은 불법과 탈법을 좌시하지 않는 그 나라 국민들의 매서운 눈과 비판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이 책에서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이전에 이루어냈던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군사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고 정치민주화를 이루어 냈던 것처럼 그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 내야 할 때는 아니겠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