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비밀 생활
수 몽크 키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쯤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떼어버리지 못하는 뭉클거리는 가슴 아픈 사연의 이야기나, 쓰디쓴 고통의 조각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인생의 큰 걸림돌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거나 결코 벗어 버릴 수 없는 구속의 사유가 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부로 침잠 시키려 든다면 더 큰 고통의 따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이미 국내에서 상영되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고, 나 역시 영화로 인해 그 감동의 깊이를 충분히 느꼈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겐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 인물들 간의 내면적인 심리의 부분들이 책에서는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한소녀의 힘든 성장과정에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하여 영화와 책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하려고 했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은 가깝게 다가가려는 나의 의도가 결코 빗나가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이 책이 가족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화합의 조화로운 모습을 통한 그 가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게 해준 정말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이해하고 보는 것이 아마도 책을 읽는 재미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시작점이 되는 1964년 미국사회는 인종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살벌한 상황이 매일 계속 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는데, 특히 인종 차별의 양상이 심했던 미국 남부의 한 가정에서 이야기는 비롯된다. 주인공 릴리 오웬스는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조금도 느끼지 못한 채, 네 살 때 우연한 사고로 죽은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내성적이지만 당돌함을 가지고 있는 백인 소녀다. 한창 사랑을 받고 자라나야 할 그녀는 매일 같이 아버지가 농장에서 키운 복숭아를 길거리에서 팔아야 하는 현실의 고달픔과, 아무 꿈도 꿀 수 없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암울함을 항상 가슴속에 지니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유모로 있던 흑인 로잘린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인종차별주의자들과의 사소한 폭력에 휘말려, 이런 일로 아버지에게 당할 수모와 이제껏 자신을 보살펴준 유모를 위험에서 건져내기 위해, 엄마의 과거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은, 티뷰론 이라는 시골의 작은 도시로 유모와 몰래 도망가 버린다. 그곳에서 릴리는 양봉을 생업으로 하여 살아가는 흑인 보트라이트 자매를 만나 그녀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그 동안 자신의 기억 속에는 없었던 엄마의 과거 흔적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 했으리라 믿었던 엄마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에 릴리는 점차 혼란에 빠지고 우울감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주인공 릴리와 그의 곁을 지켜주는 양봉업을 하는 보트라이트 세 자매의 이야기와 연관이 깊다. 즉 릴리는 우연한 사고로 엄마가 죽었을 당시 그 원인제공자가 바로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자매들로부터 들었던 자신에 엄마의 과거모습에서 혼자 버려졌을 수도 있다는 괴로움의 큰 상처를 가지게 되지만, 세 자매에게서의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으로 삶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 가는데, 이는 벌들이 개별적이지 않고 집단생활을 통해 공동체적인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생각해 볼 것은 그 당시 사회상으로 보면 겉으로 보기에 백인인 릴리와 흑인 세 자매의 화합은 전혀 불가능 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들은 서로 조금씩 상대를 이해해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서 격려와 위로 그리고 포용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서, 세상을 결코 혼자 살아가는 공간이 아님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결국 이 소설은 한 소녀의 불안한 가정생활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고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닫고 홀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들과, 불가능 할 것처럼 보이는 일도 서로가 마음을 열고 노력하고 화합하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개개인 간의 섬세한 인물 심리묘사라든지,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인종 차별의 문제, 그리고 가냘프게 보이는 여성들의 내면에 숨겨진 사랑의 승화 과정은, 우리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란 것에 대한 소중함과 그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이 왜 그토록 사람들에게 호평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릴리역을 맡은 다코다 패닝의 눈물 연기가 이 책의 주인공 릴리의 상황을 감안하여 다시 재현해보면 가슴이 정말 아려 먹먹해질 듯하다. 여하튼 가족의 끈끈한 사랑과 인종차별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적절하게 잘 조합된 이 책에서 많은 사람들에 가슴에 훈훈한 감동의 순간들이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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