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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에센스 55 - 박종호가 이야기해 주는 오페라 55편 감상의 핵심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예술 분야와 같은 사실 전문적인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관련분야의 책을 접한다는 것이 행여 어리석은 일은 아닐까 혹은 막상 책을 집어 들고 읽는다 하여도 내가 그것을 충분히 이해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섣부르게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미술이나 음악 같은 분야의 책은 저자의 충분한 설명이 없거나 흥미를 주지 못하는 글의 내용이라면 역시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나아진 것이 있다면 이전처럼 그러한 분야의 책을 보는 시선이, 아예 처음부터 눈을 감아버리거나 무관심의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게다가 알량하긴 하지만 그 동안 내가 너무 몰랐던 분야에 그나마 아! 이런 것이구나 하는 무지의 상태에서 조금은 깨어난다는 일종의 자아도취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다행스럽게도 썩 부자연스럽지만은 않는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다.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학교시절 반강제적인 실기시험을 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으로 들어야 했던 고전음악보다는, 그저 어디서나 그리고 아무 때나 쉽게 들을 수 있으며 접근이 좀 더 자유로운 대중적인 음악에 길들여진 나에게 있어서, 어느 날 갑작스럽게 오페라라는 음악의 한 분야를 받아들이기에는 솔직히 버겁다 못해 다가서기도 쉽지 않은 존재였다. 사실 지금도 그리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저자의 책을 보기 전에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이 도대체 뭐가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고, 오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그 제목 정도만이라도 누가 말 하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에 거의 침묵에 가까운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참으로 새삼 낮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오페라를 전혀 모르는 초보자보다는 이제 막 오페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오페라의 개념조차도 잘 잡히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 책의 저자가 지은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를 먼저 읽고 나서 오페라에 대한 어느 정도 기본적인 도움을 받은 후에, 이 책을 본다면 아마 딱 들어맞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1750년부터 1950년 사이의 오페라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2백년간의 주요 작품들 중에서 저자가 엄선하여, 오페라를 접할 때 먼저 알아야 할 작품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자주 공연되어 그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들과 빼놓을 수 없는 각 시대나 나라별 주요 대표적인 작품들 55편을 실어 놓았는데,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작품마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 해놓은 책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었을만한 음악들, 베버의 마탄의 사수,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베르디의 아이다 등과 같은 오페라들은 우리가 그 내용에 대해 상세한 것은 비록 모른다 할지라도, 아마도 그 음악의 부분적 멜로디는 약간이라도 귀에 익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각 오페라마다 설명 해놓은 이야기를 보니 음악에 관한 초보인 나 역시도 오페라에 관한 그 알 수 없는 호기심 같은 것이 생기는 걸 보면, 오페라가 그리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많은 작품의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라서 그 시대의 상황을 오페라와 함께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누구에게나 유익한 책으로 여겨진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페라가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우리나라 오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오페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오페라가 원어 중심으로 불리다보니 대중적으로 활성화가 쉽지도 않고, 또한 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자의 도움 없이는 그 감상의 과정에 적응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아직까지 오페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리 깊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의 서두에서 말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극으로 이루어진 오페라의 그 묘미를 알면 알수록 깊이가 있고 재미도 있으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장르라고 하니, 혹시라도 오페라에 관한 잘못된 시각이나 편견을 갖고 있다면 음악의 한 부분을 이해 한다는 의미에서 조금씩 다가서서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음악이란 사람마다 그 정의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소리를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 사상을 표현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종의 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오페라의 남다른 사랑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그 진가를 알고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을 맛보기를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동안 오페라에 관해 그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했거나, 오페라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 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으로 큰 도움을 얻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