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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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누구나 모두, 자신의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과 그리고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지닌 아이로 자라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남보다 월등하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뒤떨어지지 않게 키우기 위해, 일부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외형적인 면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많은 노력을 아끼는지 몰라도,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여 할 내적인 부분, 즉 아이의 마음속에 그들이 바라거나 정작 필요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와 동질적인 감정을 교류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부모라면 한번 깊이 생각해 볼일 이다.

외부적 아픔이 아무리 크다 해도 내부적 아픔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 누구라도 한때 심하게 겪은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면, 그 어떤 처치와 처방으로도 그것은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 것이며, 그래서 어쩌면 죽을 때까지 평생 싸워야 할 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아픔의 상처를 입는 대상이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이고, 바로 당신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으로 비롯되어 빚어진 결과라고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양육 하면서 은연중 간과하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을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거나 혹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자녀의 양육에 있어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애써 눈 감으려하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여, 그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사회 고발성 짙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책을 보는 독자들 중에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 꼭 읽어 보기를 권장하고픈 책이다.

침묵, 침묵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중 자신이 어떤 일에 관여 하고 싶지 않거나 외면하고 싶은 경우 또는 상대방의 강압적이고도 일방적인 주장에 자신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하나의 방법 일수도 있다. 이 글의 주인공 어린소녀 칼리는 알코올 중독증과 의처증상을 가진 아빠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엄마에게 이해 할 수 없는 난폭한 행동을 목격 하고난 후 선택적 함묵증(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의 이유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간다. 말 못하는 그러한 침묵이 일상이 되어버린 칼리는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이른 새벽, 아빠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끌려 어디론가 향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칼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페트라 역시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한 마을에 이웃으로 같이 살던 두 소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증발되자 온 동네는 발칵 뒤집히고, 경찰은 유괴 사건의 무게를 두고 즉시 수사에 돌입하게 되지만, 얽히고설킨 여러 이야기들이 새로 밝혀지면서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사건이 빠져버린다. 결국 결말에 이르러 우리의 눈시울이 붉어 질 만큼의 커다란 감동을 주는 이 책에서 많은 독자들은 주인공 칼리를 통하여 새로운 그 무언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아동 학대와 성폭력을 의미심장하게 다룬 소설로, 오늘날 부모의 사소한 한마디 말이나 행동 하나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그리하여 그것이 장차 아이의 인생에 있어 커다란 정신적 장애가 되어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으며, 가족 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부모가 자녀를 키움에 있어 그 바탕에 사랑이 존재 하고 있음을 부인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면 그 누구라도 부성애와 모성애와 같은 선천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 중에는 그런 사랑을 베푸는 것에 단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치우치거나, 부모에 의해 모든 것이 강제적인 또는 아이는 아이 스스로 성장한다는 편견에 얽매여 정작 아이가 필요로 하는 사랑다운 사랑은 주지 않은 채, 방관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있음을 본다. 물론 아이를 양육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주체적인 가치관을 정립하기까지 그 잠깐의 시기에, 부모로서 아이에게 진정한 실천적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언제부턴가 평생 부모 자신의 한으로 남을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당신의 아이들을 진정 사랑한다면, 이 한권의 책에서 지금 당신의 잘못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무엇이 부족한 건지 한번 깊이 생각하고, 앞으로 그 실천의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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