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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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르게 요즈음은 제 철이 아닌 과일임에도 불구하고 계절과 거의 상관없이 과일을 우리 곁에 두고 편히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매일 이렇게 과일을 우리의 주식과 다름없이 취급하고 있으면서도 과일에 관한 지식은 거의 미약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에게 있어서 과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과일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마도 그 재미에 푹 빠져 이전에 생각 했던 과일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금 쳐다보게 될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다이어트가 유행에 가까울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과일은 체중조절은 물론 건강식품으로서 각광을 받는 식품이다. 심지어 과일은 미용, 아이들 간식대용인 과자, 그리고 식기세척제나 풍향제 등과 같은 여러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응용되어 쓰이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과일을 새로운 다른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는 그만큼 과일이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재료임을 증명하는 일이고, 과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이처럼 폭넓다는 점에서, 이제껏 우리가 단순하게 디저트의 대용으로 즐겨왔던 과일의 효용을 이 책을 통해 한번 다시 생각해보는 어떨까 싶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성서에 따르면 인류의 시작에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보듯 무화과 열매, 즉 선악과라는 이름으로 과일이 등장한다. 성서이외에도 여러 신화나 전설의 내용을 보면 과일의 역사는 우리가 주식으로 먹고 있는 쌀이나 밀과 같은 식품보다 먼저 우리 인류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는데, 지금 지구상의 현존 하는 열매를 맺는 식물은 대략 50만여 종이며, 그 중 우리가 식용으로 쓰이는 과일은 7만에서 8만 여종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식탁에는 고작 20여종만이 올라오고 있음을 보면, 우리가 모르는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의 존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속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나의 어렸을 때 과일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바나나였는데, 그 당시 바나나 하나의 값은 너무 비싸서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과일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무역거래가 자유로워지고 바나나에 대한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 우리에게 그리 큰 환영을 받는 과일은 아니지만, 그때의 바나나는 우리가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 아닌 대단한 존재였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과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일에 대한 여러 가지의 이야기와 그 역사의 내용을 담아 놓은 책이다. 그림도감처럼 과일의 실물적인 사진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과일에 대해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만 알고 지내왔다는 것이 의아 할 정도로, 과일의 유래와 과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매우 유익 하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음을 이 책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땅콩도 엄밀히 따지면 과일이라는 건 알고 있는지. 그리고 세계 6대 작물인 밀, 옥수수, 보리, 사탕수수, 콩 이 모두가 과일이란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과일과 채소의 구분은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일까. 단순한 과일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새로운 과일을 얻기 위해 신대륙을 찾아 나서거나, 역사의 유명한 인물 중 과일주의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과일 때문에 목숨을 버리거나 또 과일과 사랑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등 이 책속에는 과일과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 차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과일주의자 혹은 과일 사냥꾼을 자처하면서 과일사랑에 대한 애착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과일들을 맛보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과일 여행을 떠난다. 그리하여 그는 과일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과, 과일을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초자연적인 영역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림을 이 책에서 고백한다.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에게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인지는 모르나 아마도 그에게 있어서 과일은 철학이요 신념이며 인간의 본질을 알아가는 해결의 실마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실 나는 과일에 대한 아무런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먹던 쌀과 같은 주식에 덧붙여 일종의 기호식품처럼 여겼을 뿐이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과일에 대한 상세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거나, 그 많은 과일이 과연 모두 어떠한 모습이며 어떠한 맛을 내고 있는지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자세한 내용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그 내용을 읽어가면서, 과일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단순한 배고픔의 요기를 채우거나 눈의 즐거움을 주는 것에 더불어, 과일의 세계에는 또 다른 많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역시 자연의 모습은 우리에게 있어 위대하고 풍요로움을 주는 놀라운 곳이라는 걸 알게 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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