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아내 1
이미강 지음 / 가하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을 선택 하였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이 세상에 단 하루뿐이었다고 해도 나는 그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면, 적어도 당신은 수많은 인생의 삶 중에서 행복의 진정한 하나의 의미를 알고 가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사랑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를 두고 한참이나 골똘히 내 자신에게 물었었다. 고독을 회피하기 위한 처절한 우리의 몸부림인가 혹은 이성을 향한 무언의 본능적 그리움의 한 형태인건가 하는, 아무튼 무언가 확실한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결국 두루 뭉실한 의문만 잔득 안은 채 한동안 멍하게 있었지만, 사랑은 분명 그 어디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의 실마리를 제공하여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깊은 동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사랑을 어떻게 해석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그 이해는커녕 접근조차도 힘이 든다. 결국 보통사람들 누구나 비슷하게 겪는 것이 사랑이고, 그 감정의 기운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내 자신이 상대방과 똑같지 않기에 그것은 사랑이다 아니다 라고 말하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 책의 인물 중 필립이 하는 사랑도 사랑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데는 역시 그 어떤 특별한 공식이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랑의 열병을 앓은 사람도 애초부터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야 하고 바로 덤벼들어서 성립되었던 것은 아닐 것이며, 의도적으로 사랑을 해야지 하고 맘먹고 준비한다고 해도 그것이 사랑으로 바로 직결 되는 것도 아닐 것이기에 그렇다. 결국 사랑이란 바닷가 모래사장이 밀물에 의하여 야금야금 잠식당하듯, 어느 순간이 되면 자신 스스로가 바닷물에 갇혀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치 깊은 늪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사랑은 그 어느 누구말대로 우연히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은근히 찾아와서, 내 영혼을 송두리 채 눈멀게 하고는 그 모든 뒷감당을 떠안겨버리는 야속한 신의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 도우와 미노의 사랑이 꼭 그러해 보인다. 



이 소설은 잔혹하고 어두운 폭력의 환경에 노출된 한 여성의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미스테리 한 추리적 요소를 가미하여, 보통 사랑을 노래하거나 이야기 할 때 느껴지는 지루하고 따분함을 최대한 배제시켜, 책을 읽는데 한순간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저자 역시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에서 그 모티브를 얻어 이글을 썼다고 하니, 어느 누가 읽더라도 이야기 속 장면 장면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다가옴을 느끼는 데는 아마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른 등장인물 개개인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회상의 서술이 교묘하게 독자를 이 책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저자 나름대로의 치밀한 구성이 아주 돋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는 처음 이 책의 내용을 읽어 가면서 동화 신데렐라나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나오는 다소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선입관에 따른 기우였음을 넘기는 책장 사이에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사랑의 행로에는 언제나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존재하여, 그 길이 언제나 그리 순탄하게만 진행 되어가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미노와 도우의 사랑에도 역시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안타까움과 때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우의 절친한 친구 경석이나 미노는 사랑의 일반적인 흐름, 즉 무모한 사랑은 절대 행복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그것이 인생의 걸림돌이 되어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각에 동조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도우는 이에 반해 사랑은 어떤 인위적 조건이나 상황보다는 그 과정이나 느낌을 중요시 하는 어찌 보면 순수한 로맨티스트에 가까운 인물보이며, 미노와 극한 대립을 보이는 필립은 어릴 적 정상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로 가학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 저자는 이들을 적절하게 잘 배합하여 하나의 멋진 사랑 이야기의 과정을 이끌어 감을, 독자는 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겐 사랑의 극적인 장면들이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려 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이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사랑의 진수를 충분히 느낄 만한 여러 요소들로 인해 꽤 흥미롭게 다가 갈 것으로 생각한다. 딱딱하고 건조한 우리의 일상이 반복 될 즈음엔 이러한 로맨스 소설이 제격일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책은 이전에 나왔던 다른 어떤 보통의 로맨스 내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의 전개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커다란 자극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게는 참으로 오랜만에 읽었던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던 책이다. 따라서 로맨스 소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한번 읽어봤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