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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의 흔적 - 죽음과 의혹에 현직 법의학자들의 현장 리포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강신몽 지음 / 시공사 / 2010년 6월
평점 :
법의학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한번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되고 있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에 관한 드라마를 볼 때면, 죽음의 진실을 의학적 그리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인해 교묘하게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것을 보고, 법의학 이란 것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그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수사의 완벽성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발전과 그 중요성이 대두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자살과 타살은 엄연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이 타살로 둔갑하거나, 타살이 자살로 뒤바뀌어 진다면 이것만큼 불합리한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법의학은 의문의 죽음에 그 진실의 열쇠를 푸는데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죽음과 관련된 수사의 핵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우리나라의 수사기법이나 검시제도는 여러 선진국의 제도적 그리고 기술적 제반여건에 비하면 극히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취약점은 앞으로 혹시라도 억울한 죽음이 발생 하였을 때, 국가 스스로가 방치하는 꼴은 아닌가하는 우려감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은 공익적 차원에서라도 분명 제고되어야 할 부분이며 그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사실 의문적인 죽음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영원히 미궁에 빠져버리는 일이 지금도 얼마나 되는지, 또한 법의학으로 많은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검시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 많은 죽음의 사건들이 명확히 처리되지 아니한다면, 그리하여 만에 하나라도 무고한 사람이 또 다른 누명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면 이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는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32856126571887.jpg)
이 책은 죽음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또는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 법의학자의 고민과 고충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경찰 수사제도에 반드시 필요한 검시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국내외의 여러 변사사건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 들여야 할지를, 그야말로 사실적 그리고 심층적으로 다루어 놓은 깊이가 있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법의학자들은 죽음의 결과를 만든 그 실체를 밝히기 위해, 그 사명감에 온통 땀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에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 갈지를 생각하면, 그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이 책 안에는 그 동안 우리의 사회에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어느 유명인의 죽음에서부터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사소한 행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우리의 건전한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에서 그 중요성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읽어가노라면 하나의 변사사건에 대해, 우리의 현재 검시제도가 얼마나 엉성하고 불합리하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은 하루라도 빨리 좋은 방향으로 고쳐져야 하고, 우리의 인식도 새롭게 바뀌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그 동안 우리가 TV에서 단순한 흥미의 요소로만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 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죽음의 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단 하나의 의문점이라도 존재 한다면, 그리하여 죽은 자의 입장에서 이것이 세상에 단지 재미의 요소로만 인식되어져야 한다면, 우리의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범죄의 기술이 날로 교묘해지고 즉흥적인 범죄도 점차 늘어가는 요즈음, 우리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대책이 결코 허술하게 세워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정확하게 필히 그 진실을 밝혀, 그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의 정의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에서부터 올바르게 실현 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검시제도도 다른 선진국에 못지않은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 그리고 지원이 분명 있어야 할 것이다. 가시적인 경제의 발전의 뒷면에는 항상 그늘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우리의 사회는 언제나 불안전한 사회로 밖에 남을 수 없음을 이제라도 제대로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