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풍속사 1 -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푸른역사 조선 풍속사 1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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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그림에서 평안을 느끼고, 그림이 주는 긴 여운에 큰 희열감을 느낀다 한다. 그림이란 글과 말로는 차마 그 진정성을 표현하기 힘들기에, 사실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나타내는 인간의 모방 본능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행위의 일종 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한데다가, 그 과정 역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생각과 주장이 담겨 있다고 보면,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분히 회화적 요소의 순간적 효과를 넘어 하나의 철학적 의미를 지닌 인간의 순수한 표현의 발로는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그림에서 느끼는 미적감상에 서툰 정도를 지나, 그림에 가까이 다가서기도 민망 할 정도의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 읽기를 원했던 것은, 부족한 나의 예술 지식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그 당시의 사회상의 모습과 사실을 통해 그 동안 내가 문자로만 알아왔던 지나간 과거의 내용들을, 어떠한 여과장치 없이 최대한의 사실을 꾸밈없는 그대로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 풍속사 - 단원의 그림이 되다.

단원 김홍도, 우리가 역사책에서 익히 알아왔던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이다. 김홍도의 그림 중 그가 그린 풍속화는 민중들의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그림에서 느껴지는 주인공들의 생동감이 물씬 풍기게 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풍속화를 다루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여다봄으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 점점 잊혀져가는 옛 풍속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그림속의 내용들을 통해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사실과, 그리고 우리가 가볍게 간과해왔던 사실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내어 그 깊은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한, 단순한 그림 해설에 관한 책을 넘어선 하나의 역사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나오는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일반 서민들이다. 김홍도는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무엇 하나 빠트리지 않고 상세하고 다양 하게 그림으로 표현 하였는데, 그 내용이 때로 해학적이기도 하고 그림의 주인공들 역시 사뭇 진지한 표정들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런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은 김홍도의 풍속화에 나타난, 생활의 풍속 상과 사물들에 대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상세한 설명을 많은 근거자료를 통해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쌍겨리, 편자박기, 길쌈 등의 그림과 관련한 내용들의 설명은 우리가 지나온 과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소한 사실에 지나지는 않는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 조선 민중의 소박한 삶에 대하여 우리가 보다 자세히 알게 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여러 계층의 삶 중에서 아마도 서민의 삶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삶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김홍도는 그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림 속 주인공들의 표정이 저토록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 풍속사 - 풍속으로 남다

보통 조선의 풍속화를 생각하면 으레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나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 저자의 말대로 그것은 우리의 편향적 시각에서 오는 편견에 일종 아닐까하는 의견에 나 역시 동감한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많은 풍속화 중 단원이나 혜원의 그림을 일부 포함하여, 우리에게는 익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그림까지를 모두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작가의 그림이라 하더라도 미학적인 접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림의 내용들은 단원이나 혜원의 그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떤 그림들은 단원이나 혜원의 그것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며, 또한 그들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그림도 있다.

1권에서 다룬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는 그 분류가 따로 없었으나, 이 책의 내용은 다섯 가지의 형태로 그림의 내용을 분류 하였는데, 조금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책의 중간 이후 나오는 우리의 음식문화와 풍류모습 그리고 조선 남녀의 성과 사랑을 다룬 다양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한 화가의 그림만 일목요연하게 모두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분류별로 여러 화가의 그림들 중 그 내용이 비슷한 것들을 묶어 놓았기에, 비교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다양한 그림들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이 책의 저자 역시 조선의 의복이라든지 생활용품에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은 맛깔스럽기도 하고, 장황하여 보는 이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저자의 말로는 이 책에 나오는 풍속화 외에도 많은 풍속화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그림들이 거의 문화재급 그림들이어서 모든 풍속화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지면상 모든 풍속화를 담을 수 없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언젠가 이 책에 없는 내용을 다룬 새로운 책을 구상중이라 하니 기대 할 일이다.



조선 풍속사 -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다

신윤복에 관한 기록은 그의 그림에 비하여 출신과 화풍만 알려졌을 뿐, 그 외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신윤복이 사대부 쪽의 기록이 전혀 없는 까닭에 양반 사회와는 단절된 공간에서 활동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저자는 서설에서 그나마 신윤복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독자들에게 그의 가계도를 상세하게 소개 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 역시 영조 때부터 순조 때의 화가였기에 아마도 신윤복의 화풍에 그의 부친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았겠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신윤복은 김홍도와는 달리 그의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풍속화를 많이 그린 화가다. 풍속화는 인간의 세속적인 그림을 담았기에 그 내용이 어찌 보면 통속적인 것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따라서 그 당시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한 조선시대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집권층들에게는 그의 그림들은 환영은 고사하고 천박한 그림들로 낙인찍혀 소외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도 신윤복에 대한 이런 형태의 이야기에 관해, 인간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왜 외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박 비슷한 의문을 갖기도 한다.

이 책은 혜원의 풍속화 전집인 <혜원전신첩>에 실린 30장의 그림을, 저자의 시각에 따른 풍속사적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에 실린 혜원의 풍속적인 그림들을 보면, 그림을 전혀 모르는 독자가 보기에도 대체적으로 남녀 간의 애정을 다룬 그림이 아닌가 할 정도의 느낌이 들게 하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풍속화라는 이유로 인간의 유희적 감정을 애써 속으로 감추려 들기보다는, 풍속사적인 입장에서 솔직하게 그림을 보는 느낌과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하려 했다. 특히 보통의 역사서에는 볼 수없는 기생과 기방 유흥에 얽힌 여러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놀이문화와 비교해볼 때 그 본질적인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결국 이 책 전반에 걸친 혜원의 그림에서 저자는 풍속화가 담고 있는 그 실체를 들여다봄으로서, 그 당시 사회적 변화와 배경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그림이 주는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자 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조선시대의 풍속사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우리가 이토록 알기 쉽게 해설해 놓은 책이 과연 있었든가 할 정도로, 이 책은 그 당시 사회상을 상세하게 참고문헌과 함께 우리에게로 고스란히 전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내용을 솔직하게 따져 들어가면, 그 실질적인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 되면서 급속한 발전에 따른 여파로, 우리 고유의 전통과 풍습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는 사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무슨 전통을 되살리자는 말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의 화가들의 그림 속에 고정되어,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그 내용들이, 이러한 책으로 인해 생생하게 그 당시 시대상황을 우리가 새롭게 인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그림과 관련하여 저자는 되도록 독자의 입장에 서서 시대의 상황을 한층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방대한 여러 자료들을 알기 쉽게 풀어 내어, 그림의 내용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관점에서 감상 할 수 있도록 해준 저자의 노력은 가히 대단 하다 하겠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조선후기의 거의 모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충분히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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