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
아키라 백.최상태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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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든 성공의 뒤안길에는 보이지 않는 코끝이 찡한 눈물겨운 후일담이 있다. 수없는 좌절과 절망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마주 앉아 자신의 내면과 직면한 갈등의 연속, 그리고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가슴 한곳에 뼈를 깎는 고통의 구석들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아픔의 흔적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며 알알이 모여, 오늘날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성공의 날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은 당연한 결과다. 세상 어디에도 가볍게 이기고 쟁취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성공의 뒤를 쫓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그 화려한 부분만 보려하고. 정작 보고 배워야 할 쓰라린 고통의 그늘진 모습은 한손에 가려두고 보려 하지 않는다.

미국의 요리분야에서 “아키라 백”이란 애칭으로 잘 알려진 순수한 한국인 백승욱, 그는 오늘도 세계최고의 호텔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에서 아름다운 분수 쇼를 바라보며 주방을 총 지휘하는 세계의 몇 안 되는 스타 셰프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까다로운 세계적인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오늘도 그가 당당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본요리의 대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음을 보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우리의 많은 한국 음식들도, 곧 얼마 되지 않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지 않을까하는 희망 섞인 바램과,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의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창조의 투혼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그가 만든 요리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요리에 대해 경탄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단순한 음식의 맛을 내는 미각에만 치우지지 않고, 음식 즉 요리에 대한 자신 스스로의 철학을 가지고, 고객이 요리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모두 요리의 재료 선택에서부터 마지막 고객의 입안에 요리가 전달 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그의 노력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왜냐하면 이런 투철한 정신이 이미 몸에 배었다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 사실 막무가내로 뛰어든 요리사의 길은 그에게 있어서 험난한 가시밭길 이었을 것이다. 정식요리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요리에 관한 경험도 전무한 그였기에, 아마도 요리의 입문과정은 그의 인생에 가장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나는 할 수 있다고 하는 가능성 그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요리 그 하나에 목표를 두고 쉼 없는 고난의 길을 걸어갔으며 그리고 성공했다.

아키라 백 그는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후, 겨울스포츠의 인기종목 중 하나인 스노보드의 유명한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요리의 세계로 뛰어 들어 주목할 만한 셰프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인생의 우여곡절은 아슬아슬한 곡예를 타듯 드라마틱하다. 요리의 비법은 그 누구도 전수하여 주지 않기에, 그는 스스로 발로 뛰며 밑바닥에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갈 수밖에 없었으며, 피나는 노력으로 요리의 실력이 월등해 졌을 때에도 그는 결코 자만해 하지 않았다. 또한 한 분야의 요리를 터득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낮추고 다양한 요리법을 배우기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의 요리를 맛본 수많은 저명인사와 미식가들은 탁월한 그의 요리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하나의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세계 요리의 거장 조르주 에스코피는 요리의 모든 과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요리법은 극작가 이며, 요리사는 연출가, 요리와 와인은 배우, 끝으로 레스토랑은 무대에 해당한다며, 요리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는 움직일 수 없는 하나의 진리라고 말이다. 아키라 백 그는 이미 미국 내의 요리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언제나 초심의 자리로 돌아가서 요리에 임한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자신만의 새로운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요리든 스포츠든 공부든 그 어느 것이든, 자신 스스로 임하는 자세가 어떤가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가까운 길을 몰라서 멀리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직접 스스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기 위하여 먼 길을 선택 했던 그의 요리 철학의 자세와, 돈이나 명예보다도 요리를 어떻게 하면 고객의 입맛에 더 잘 맞출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의 정신이, 오늘날 결국 그를 최고봉의 자리를 있게 한 근본적 모태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해보며, “아키라 백“과 같은 제2의 제3의 한국인 요리사가 앞으로도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책의 말미에 누구나 편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아키라 백이 추천하는 간단한 레시피 몇 개 정도의 소개가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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