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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조금만 더 진행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무한히도 남기게 했던 책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결국 책장을 덮고 난후 한동안 내 마음은 무언가 모를 긴 여운의 자취가 맴돌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대면했을 때 책의 겉표지 제목을 보고 무슨 책의 제목이 이럴까 하는 말하자면, 선입관이랄까 아무튼 다가가기가 조금은 껄끄러운 그래서 책의 내용도 제목처럼 그렇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다소 실망감을 내포한 조바심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읽어 가면서 머릿속 에서는 수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과연 어떤 이야기로 끝맺음이 날지, 나를 매순간마다 급속도로 몰입하게 했던,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1946년 1월부터 5월까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1부가 시작되어, 나치 독일에 한때 점령되었던 영국왕실령 채널제도의 일부분인 건지섬을 배경으로 같은 해 5월부터 9월까지 2부로 연결되어 있는 소설책이다. 구성상 겉으로 보면 9개월이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일들이 생겨나고 끝을 맺지만 그 안에서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단순한 시간적 의미로 묶어 버릴 수 없을 만큼 엄숙하고도 진지한 그리고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많은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 속 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마치 남의 편지를 수백통 열어서 보는 느낌과 같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하지만 그 내용들을 따라 읽다 보면 아름답고 애잔한 고전미와 영상미가 넘치는 영화의 장면들을 연속해서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롭고 사실감이 생생하게 잘 드러난 소설 이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지만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성스럽고 고결하게 만들어지기 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들은 오로지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기꺼이 반응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사랑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울까 하는 생각의 단편들이 과연 잘못된 생각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됐지만, 또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기란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해준다.
과연 사랑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우연히 오는 것일까 아니면 숙명적으로 언젠가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일까?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한때 사회반항적인 청소년기를 보낸 줄리엣은 내성적이지만 순수한 그러면서 다분히 신경질적인 성격을 가진 문학가이다. 그녀는 어느 날 건지섬에 사는 도시애덤스라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낮선 한 남자로부터 우연히 자신에게로 날아온 편지 한 통을 받으면서 이 책속의 이야기는 시작 된다. 이 한통의 편지를 매개체로 하여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실체가 세상에 밝혀지고 그 클럽을 만든 엘리자베스와 독일군 장교와의 아름다운 사랑을 통해 처참하고 비극적으로 그려지는 엘리자베스 생애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게 해주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소박한 삶을 사랑하며 모성애가 강한 고집쟁이 줄리엣, 그리고 고독을 친구삼아 살지만 책임감과 도덕적으로 성실 하게 살아가는 도시애덤스. 북클럽의 주인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두 사람은 겉으로는 서로를 대각선으로 마주보며 평행관계를 유지한 채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서로를 흠모하며 사랑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구속의 무거운 짐이 되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랑을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각자 복잡하고 미묘한 내적 감정의 갈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글을 읽는 우리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아슬아슬하게 전개되지만 그들은 결국 마침내 서로 하나가 되는 삶을 선택 하게 되고 많은 이들의 축복을 선물로 받음으로서 그동안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마음 아파했던 시간들을 보상 받는다.
반면에 도시애덤스와 줄리엣의 주위에 있던 인물들, 즉 출판사 사장이면서 줄리엣을 친동생으로 알고 살아가는 시드니와 그의 친동생이며 줄리엣의 둘도 없는 친구 소피, 북클럽의 회원이며 수다쟁이에 다소 엉뚱한 괴짜지만 마음착한 이솔라, 아름답게 노년으로 늙어가는 아멜리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엘리와 킷, 그 외 레미,마크,,에번,수전 등등 많은 인물들은 시시때때로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등장하여 아름답고도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장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 이 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이 책의 결말까지 이야기를 엮어간다.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도시의 흉측한 모습과 건지섬의 아름다운 배경의 공간을 왔다 갔다 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원적인 소박한 삶과 그들의 순수한 마음들이 모여 전쟁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커다란 상처와 아픔들을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의 가슴에 말로 형용 할 수없는 뭉클한 감동들을 전해주려 했고, 무엇보다 인물들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려내어 맛깔스럽고 아기자기하며 섬세한 표현기법으로 인간의 심리적 내면을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글을 그림으로 스케치 하듯 자연스럽게 담아낸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소설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끝으로 이 책이 많은 독서 애호가들에게 읽혀져, 거칠고 마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사랑의 진정한 감동의 전율이 깊게 전해져 그들 생활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