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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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응축된 언어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시의 세계를 늘 마주하면서도 과연 시인이 우리에게 던져주고자 하는 내적 외침의 소리와, 그 언어적 표현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하고 구체적인 생각이나 자세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초보운전자가 길을 잃고 낮선 도로를 주행할 때, 어느새 갑자기 나타난 도로의 친절한 안내 표지판처럼 내가 그동안 사실 시를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하여, 시는 난해하고 어렵다는 근거 없는 나의 주관적 선입관에 의해서, 단지 무의식적으로 접해왔던 시적 언어에 대한 나의 태도와 무지함에 대하여, 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발견과 시를 감상하고 음미하는데 있어서 철학적이며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하여 먼저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언어를 표현함에 있어서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거나, 또는 그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말이나 글로서 실행되어야 하는 경우에 보통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 하게 마련인데, 그 언어라는 것이 때로 누군가에게는 비방이나 욕설이 될 수 있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칭찬이나 위로의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언어의 표현은 일대일 간의 대화 의 방법으로 또는 일대 다수간의 음악이나 미술 통해서 일수도 있으며, 그도 여의치 않을 때는 고독한 독백으로 나타기도 할 것인데, 사실 시 라는 것은 이런 분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경우가 아닐까한다. 그렇기에 시라는 진정한 언어적 표현은 우리에게 있어서 다양하면서도 상당히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우리가 더러는 쉽고 편안하게, 시의 본질적인 그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이 있지 않나 생각 한다.

이 책은 여러 다양한 시를 인용하여 그 시에 담긴 철학적 의미와, 독자에게서는 시인이 그토록 고뇌하고 고찰 하고자 했던 것이 무언인지, 그리하여 우리는 그 시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새로이 인식해야 하는지를 아주 통쾌하고 명쾌하게 잘 설명해놓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나와 같이 시에 대하여는 거의 무지몽매 하다시피 한 독자에게는 시에 대한 접근이 쉽고 더없이 명료하게 설명해 놓아서 그동안 나의 기억 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버린 많은 시집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시와 철학이 인문학의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새로운 실천과 새로운 삶을 가능 하게 하기 위해, 또한 새로운 사유와 새로운 정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시와 철학의 힘이 동시에 발휘 될 때라만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시인 21명과 그와 관련한 현대 철학자 21명을 연결하여 우리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신선하고 정서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적자극을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함으로서 우리가 그동안 습관적으로 획일화 되어 버리고 무의식적으로 나태해진 정신세계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무엇보다 작가는 이 철학자들과 시인들을 면면히 관찰하면서 다른 장르의 글보다는 그동안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시와 철학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게 접근 시키고 이해시키려고 애쓴 흔적의 노력을 보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할 것이다.

우리가 많은 철학적사고의 유형들과 시의 표현들을 다 이해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조금은 시인의 입장이 되어 시인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철학의 본질을 함께 그나마 향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시적 영역에 있어 정신적으로 막막하고 맹목적이기에 그래서 더욱 피곤하기만 했던 심리적 상태가 마치 피로회복제를 주입해놓은 것과 같은 건강한 정신적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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