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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금융시대 - 개인 투자와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꿀 금융의 미래
로버트 쉴러 지음, 조윤정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는 1997년 IMF구제 금융을 받는 경제적 치명타를 입었다. 그 때 수많은 노숙자, 가정 파탄 등 너무나 많은 고통을 각 가정들이 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뼈를 깍는 고통을 견뎌내며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잘 이겨냈다. 더군다나 경제적 타격의 주범인 미국의 금융회사들의 오너들은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다는 말에 분노하기도 했다. 그에 따른 미국 월가에서는 매일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고 들었다. 따라서 금융의 문외한인 나도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는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금융기관과 단절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알고 보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직감하게 된다.
금융에 농작물이나 일용품의 가격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상품의 교환가격은 주식이나 채권 시장의 가격과 거의 동일하다. 보리와 쌀 교환가격은 주식이나 채권 시장의 가격과 거의 동일하다. 보리와 쌀 시장이 금융시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저소득 인구 계층이 이런 식품시장 가격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기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금융기관을 좀 더 올바르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 개인의 일상에서의 금융과 연관성을 보면 은행에서 돈을 찾고, 체크 카드를 쓰고, 지인에게 송금을 하고, 현찰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조차 금융이다. 현찰이라는 것도 돈이라는 가치를 금융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금융과 뗄 수도 없고, 같이 살자니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것이 금융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경제의 최 말단인 나의 딜레마이며, 저자 예일대학의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0년간 예일대에서 경제를 가르친 사람과 공통 주제이다. 세계적인 석학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금융과는 절대로 뗄 수 없는 현대인들의 삶이라면 금융에서 답을 찾아야 되는 게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에 대한 긍정적인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금융상품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궁지로 몬 몇몇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 사태의 원인을 단지 몇몇 이기적인 자들의 탐욕으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금융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금융의 민주화가 필요다. 문제는 근본적 원인인 시스템 개선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결국 핵심을 놓치고 발전의 기회도 잃게 될 것이다. 금융체제가 비록 불완전하다고 해도 저자는 금융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분명 중대한 화두가 되리라고 믿고 있다. 몇몇 금융의 흉들 때문에 규제와 억제책을 쓰고 있지만 금융개혁을 억제하기 보다는 풀어주어야 금융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 금융에 대한 적대감은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금융위기가 온전히 사람들의 탐욕스런 부정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금융기관의 근본적인 구조적 부실 때문이다. 부동산 위기를 관리하는 데 실패하고 레버리지 규제에 실패한 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기관들이 실패한 영역을 직시하고 개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든 구제 금융을 피하고 정부지출을 삭감하여 국가 채무를 줄이는 쪽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일반 대중의 분노에 호응하여 정치인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장기적 비전이 아니라 당장 문제로 보이는 것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만 추진되었다. 따라서 제대로만 대책을 세우고 금융정책을 펴나간다면 금융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금융은 분명 그럴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혜를 모으면 금융은 희망이다.
고독한 시인도 예술을 위해서는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본 생활비가 필요하고, 출판사와 인쇄소가 필요하며, 시 낭송회를 기획하는 사람들과 이를 위한 적당한 장소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다 금융이다. 우리 모두 꿈꾸는 미래의 금융은 첫 번째, 점점 더 다양화하는 사회계층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전체 경제에도 더 잘 결합하는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혁신을 통해서 조금씩 더 완벽해진 금융기관과 금융수단들의 수혜 대상들을 넓히고, 사회적 불평등으로 향하는 트렌드를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 목표를 위해서는 인간들의 특성과 변덕을 고려한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자면 금융 팀에 심지학자들도 채용하고, 지난 몇십 년 동안 탄생하고 발전한 행동경제학과 형태재무학도 활용해야 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젊은 예술가, 철학자, 시인들이 꿈꿀 만한 세계가 아닐지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금융을 통해서든 아니든 스스로 노력해서 재산을 모으는 행위는 결코 죄가 아니다. 사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 가운데 일부는 이런 행위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인식으로부터 금융을 시작해야 건강한 금융이 만들어질 수 있다.
포브스의 미국 400대 부자들을 보면, 모두가 억만장자인 그들 대부분이 실제로 금융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명단 가운데 세명, 오프라 윈프리, 도널드 트럼프, 스티븐 스필버그는 경영자와 연예인으로서 이중생활을 영위하는 덕분에 두 군데 즉 400대 부호와 100대 명사에 오를 수 있었다. 금융은 그 자체로 유명 인사로 가는 길이 되지 못한다. 400대 부호 명단에 저명한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노벨상 수상자 역시 찾아 볼 수 없다. 금융은 강력한 도구다. 자본을 조성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조화를 이끌고 그들에게 동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는 단순히 그들의 노력과 재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개 많은 유능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형성하고 이끄는 그들의 능력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부가 집중되는 것이다. 부가 집중되는 것을 가능하면 제한할 수 있으면 금융의 역할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 금융회사의 권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는 전혀 취해지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런 조치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집중을 막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본 소유의 분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 일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가 이익을 가져다주고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금융과 정보기술의 새로운 발전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혁신이 필요하다. 에인절의 거대한 환상과 비슷하게 오늘날에는 기업들이 정말로 공격적이고 사악한 행동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있다. 이런 믿음은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재계에 대한 분노를 낳을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이 방해를 받을 것이다. 아울러 미래 세계의 번영은 속도가 둔화되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재산을 모으는데 지나치게 열심일 경우에는 존경을 사지 못하고,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부자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예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는 자존감을 높여주고, 어느 한계 내에서는 성취감도 주고, 더 낳은 교육을 제공해 주고, 먹고사는 일에서 벗어나 삶의 목표에 헌신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 그러나 부는 전체적인 심리적 안녕과 행복을 주지도 못하고, 더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도록 그들이나 그들의 자식에게 동기를 부여하지도 못한다. 에인절이 파악한 환상은 하나의 관념이었고, 그 관념은 불신을 퍼뜨려 결국 두 차례 세계대전을 야기했다. 사람들이 경제 세계에서 무자비하게 부를 쫓는다는 관념에는 비슷한 위험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 역시 불신을 퍼뜨리고, 이에 따라 건설적인 경제 활동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사람들은 고객이나 주주를 위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어떤 도덕적 의무 아래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고객이나 주주로부터 허락받은 내에서 그런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금융계의 사람들은 돈밖에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금융에 흥미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사실 규제기관 쪽으로 간다. 거기서는 큰돈을 벌 일이 없다. 어떤 사람은 실제로 규제기관의 일자리를 더 좋아하여 큰돈을 벌 가능성도 없이 금융계에 종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금융에서 흥미를 발견하고 금융이 돈 외에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금융수단을 통해 얻은 부로부터 커다란 행복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막대한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정말로 만족할만한 일은 기부 외에는 거의 없다. 근사한 저책을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만족을 얻지는 못한다. 부자이면서 나눔에도 인색하다면 그는 대다수 사람들로부터 감정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납치나 강탈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이기적이라는 자책감과 사회적 고립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금융이 적절하게 설계되고 민주화된다면, 카스트적 평형 상태를 해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금융은 사람들을 추방자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금융자본주의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공정하기를 원하지만 예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전혀 없는 사회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금융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면 금융계약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금융의 민주화에는 금융의 인간화가 함께해야 한다. 그 정도로 금융의 인간화는 중요하다. 금융의 인간화는 바로 자선의 욕구다. 올바른 사회 환경에서는 부자들이 많은 재산을 건설적으로 기부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금융자본주의는 기부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에만 완전히 타당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간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열쇠는 인간의 동기와 욕구의 다양성을 고려한 민주적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데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동기부여적인 거래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 우리의 공격성과 권력욕에 배출구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은 불가피한 인간의 충동을 통제 가능하고 평화로우며 건설적인 경기장 내로 들어오게 할 것이다. 열쇠는 인간, 그 중에서도 도덕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인간이 금융을 해야 금융의 민주화가 완성된다고 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금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금융에 소망을 걸어보게 되었다. 금융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니, 어떻게 해서든 금융을 주무르는 사람들에게 소망을 가져야 한다. 결국 도덕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이 책에서도 금융의 민주화를 주창하지만 실제로 금융을 쥔 것은 결국 사람인데 어떻게 사람을 도덕적으로 만들 것인가는 해결방안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의 방향이 그런 것을 주장하기 위해 쓴 것도 아니기도 하다. 법이나, 규제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의사가 되어 투철한 의사로서의 사명을 잃지 않을 때 의술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지만 사명을 잃은 의술은 돈 버는 기술에 불과할 것이다. 금융이 의술보다는 훨씬 속물적 냄새가 나지만 도덕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가진 금융가가 돈을 주무른다면 의사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 살리는 기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의 적극적 사용과 기회로 볼 것을 제안하며 이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