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이다 - 십 년의 난임, 세 번의 유산 우리가 마침내 아기를 갖기까지
박제균.김하경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가끔 우울하다.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서니 갱년기도 오고, 일에 지쳐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니 아이들 셋이 벌써 20대에 들어 장성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 키우는 느낌이 별로 없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애기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도 생각이 된다. 손주를 봐야 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나중에 손주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내 느낌에는 거의 맞는 것 같다. 나는 애들이 셋이라 아이 소중한 것을 잘 모른다. 그러나 사실 돌아보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결혼 후 6개월 만에 아내가 복통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맹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맹장 수술할 것을 권해 수술 동의서를 썼다. 그런데 맹장이 아니라 난소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난소가 둘 이나 하나를 떼어도 임신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오진에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난소 하나를 떼어내고, 수술한 김에 맹장까지 수술을 했다. 난소가 하나 없어 임신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는데 다행히 다음 해 임신을 해서 첫째 아이 딸을 낳았다. 둘째도 역시 딸을 낳았다. 셋째는 예상치 않은 임신이라 고민을 했다. 아내도 걱정을 했지만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절대로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믿음으로 낳았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딸일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낳아보니 아들이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그야말로 200점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벌써 다 자라 직장과 대학 3학년,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요즘 딩크족이 많다고 한다. 둘이 벌고, 아이는 없이 둘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지만 자연의 순리인 생명을 이어가는 기쁨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가정에 아이가 10년 가까이 없을 때 겪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부부가 겪는 아픔을 보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2번의 인공수정, 다섯 번의 시험관 아기, 세 번의 유산 모두 실패하면서 겪는 고통은 아무도 모른 것이다. 남편의 부담감, 아내와 이혼까지 생각하고,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는 아픈 일들을 겪었다. 아내의 아픔은 더 심했다. 시부모를 보기 민망한, 형제들과의 알 수 없는 서운함, 계속되는 수술의 육적, 심적 고통, 거기다가 경제적 부담까지, 집에 와서 손수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생활의 불편함 등은 보통 사람들로는 알 수도 업는 어려움들이었다. 그러나 이 부부가 잘 이겨낸 것 같다. 아니 버텨낸 것일 것이다. 두 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런 어려움 속에 얻은 아이라 남다름이 있었을 것이다. 10만 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기다림 후에 얻은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 책을 냈고, 수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니 더불어 오는 복이라 생각된다. 고통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더 많은 축복으로 겸하여 온다는 것을 보게 된다.

 

두 부부의 경험을 볼 때 자연스러움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토록 노력을 했지만 임신이 안 되었다. 그러나 부담을 털고 여행을 했고, 여행 중, 혹은 여행 후 자연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렵게 임신했을 때 피검사, 양수 검사 등등 요란을 떨어 결국 염색체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아이를 떠나 보낸 경험을 한 그들이 자연 임신의 아이는 어쨌든 낳겠다는 마음으로 양수검사를 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연적이라는 것, 그 소중함을 지켜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뭐든지 자연적인 것을 더 많이 찾아야 할 것 같다. 아마 이 부부도 직장생활하면서 많은 스트레스, 부담감, 생활에 찌들린 마음 등이 얽혀 난임이라는 결과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생활에 묶여 있는 것들을 먼저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면 모든 것은 다 풀릴 것 같은 교훈을 얻게 된다. 수진이를 잘 키워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축복합니다.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두 부부의 집념에 이 시를 바친다.

 

헌시(獻詩)

 

이재선

 

수천리 먼 바다에서도

번식 주머니 강 언덕을 잊지 않고

갈키고, 찢기고, 뽑히고

폭포 거스리는 연어처럼

 

생명 줄 잇기 위해

맘고생, 몸은 만신창이,

따가운 눈총에 다 뜨지 못한 눈

부부 연 끊어낼 위기도 넉근히 이기고

언제 끝날 줄 모를 터널

십 만 시간 생명 해 뜨길 숨죽이고

한 생명의 비밀을 풀어낸

기적의 인연

 

조용히 날아온 꽃씨

인화(人花) 수진이

숨이 싹틔웠으니

대나무 자라듯

기쁨도, 행복도, 축복도

봄 벗 나뭇가지 수억 달리듯

수진 가정에 빼곡하여

죽음같이 인생을 얼게 한 겨울 이기고

당당히 피워낸 새싹처럼

보는 이들의 마음

소망의 꽃잎 나눔의 샘물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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