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완성하는 미술관 - 10대의 정체성, 소통법, 진로, 가치관을 찾아가는 미술 에세이 사고뭉치 6
공주형 지음 / 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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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짬짬이 시를 지어 지인들에게 가끔 읽어준다. 듣는 이들의 반응이 늘 두렵지만 아! 하고 감탄을 하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해 줄 때 보람이 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다. 그 예술이 남들에게 크게 알려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크게 알려진 예술가들 대부분 살아 있을 때보다는 죽고 나서 알려진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알려지기 위한 방법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삶과 느낌, 고뇌, 경험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들이 후대에 알려지게 되는 것 같다. 화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을 통해서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시를 읽어주면 그림을 전공한 제자는 “그림만 아름다운지 알았는데 글이 아름다운 것을 알았네요”한다. 이제 내가 고백하는 것은 “글만 아름다운지 알았는데 그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된다.

 

나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근현대미술100선을 다녀 왔다. 100점의 아름다운 작품 중 단연 박수근의 작품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미소가 주목받듯 집중 관심을 받고 있었다. 저자는 박수근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수근도 가난하지만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배후에는 끊임없는 아내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다. 훌륭한 작품의 뒷면에는 이런 주변의 도움과 무엇보다 본인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뒷받침 되었던 것 같다. 한 점의 그림 속에 훌륭한 화가들 의 인생의 깊이가 담겨 있다. 그 그림 한 점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한 후손 대대로 감동과 영향력을 줄 수 있다. 그림의 위력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림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알고,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을 살 용기를 불어 넣어줄까를 고민하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자아정체성 찾기, 제2부 소통법 발견하기, 제3부 함께 성장하기, 제4부 가치관 완성하기. 각각의 주제에서 특별한 화가 한 명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제1부의 자아정체성 찾기: 나를 사랑하다.

칼로, 그는 소아마비, 교통사고, 유산, 이혼 등 이 많은 불운 속에서도 예술 꽃을 피웠던 화가다. 멕시코 최고의 수재들만 다니는 국립예비학교에 입학했다 교통사고로 침대에 눞게 된다. 누워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자신의 그림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고 싶어 당대 최고의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를 초대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건강치 않은 자신을 외면하고 다른 이를 찾는 남편에 대한 원망(떠 있는 침대), 미국에 건너가 적응하지 못하며 지내면서(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선에 서 있는 자화상) 여러 번의 수술에도 치료되지 않는 몸(부서진 기둥)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특히 부서진 기둥에서 사실적이면서도 자신의 몸의 한계를 그림으로 그려낸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그녀의 아픔이 확실하게 각인된다. 아픔이 있어야 예술이 나오나 보다.

 

제2부 소통법 발견하기 : 너를 만나다.

부유한 집안에서 도시의 여학교를 졸업한 열일곱 꽃다운 아가씨가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집 아들 스물다섯의 화가가 인연을 맺는다. 주위의 반대가 있었지만 서로를 신뢰하며 어려운 살림을 꾸린다. 당시 화가의 수입이 거의 없고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아내의 남편을 향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를 거치며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았지만 약삭빠르게 살 궁리를 하기 보다는 진실된 삶을 살기로 마음 먹고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의 주제들 대부분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상이 대부분이다. 그런 마음은 <여인과 항아리> <세 여인> <빨래터> <할아버지와 손자> 등이다. 위작 시비도 참 많았던 <빨래터>는 뭐 그리 주제가 될 만한 것도 아닌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을 담아, 무엇을 그려야 할지를 생각하며 그린 것이 후대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주인공의 변함없음, 아내의 신뢰의 깊이가 어우러져 지금의 빛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도 흔들리지 말고 깊이 우물을 파듯 한 삽을 뜨고 또 파야 할 것 같다.

 

제3부 함께 성장하기 :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까?

세잔은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세잔은 그림을 통해 ‘사과는 이것이다’라고 규정하는 대신 ‘이것이 사과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역사상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요, 둘째는 뉴턴의 사과요, 셋째는 세잔의 사과이다. 이렇게 사과 하나로 예술계를 정복한 그의 힘은 사과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것이다.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그리고 또 그리고, 고치고 또 고쳤다. 고친 횟수가 100회를 넘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사과가 자라는 과정, 심지어 썩는 것까지 모두 관찰하면서 사과를 그렸다. 사과를 그만 그리라는 친구 에밀 졸라와 단절하기도 했을 정도로 사과에 대한 사랑 아니 집착은 심했다. 그 고집스러움이 결국 사과 하나로 예술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고집스런 집착이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제4부 가치관 완성하기 :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할까?

라이트의 과학기술을 대하는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지금 인터넷, 스마트폰시대, 더 이상 텔레비전, 가정용 전화가 필요 없는 시대를 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 이제 나는 고민하고 있는데 이미 산업혁명 직후 이런 고민을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가 있었다. 라이트의 <태양계의에 대해 강의하는 철학자>가 대표작인데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퇼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와 구도가 비슷하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가장 밝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건 인간이었지만 라이트는 그 자리에 기계를 가져다 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고, 어른들 두 명은 회의적인 인상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그림 <새를 대상으로 한 공기 펌프 실험>은 당시 찰스 다윈에 의해 1765년 설립된 루나 소사이어티, 즉 시인, 신학자, 발명가, 철학자 등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보름달이 뜬 날 밤에 집회를 열어 과학 실험을 했던 장명을 그린 것이다. 새를 유리병에 넣고 공기를 빼서 보이지 않는 공기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를 죽이는 것을 보고 아이 둘이 슬픔에 잠기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 모습을 그려내서 과학문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그 회전목마에 올라타고 같이 돌아가고 있다. 옛날 놀이기구는 회전목마, 천천히 돌아 아이들도 다 탈 수 있는 그런 놀이기구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회전목마의 회전 속도가 너무나 빨리 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 목마에 타고 개구리가 미지근한 물에서 적응하다가 삶아지듯, 사람들이 회전속도에 적응해내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경험치 못한 것들, 즉 자살 사이트, 묻지마 범죄, 이혼과 딩크족,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등이 과학 문명에서 오는 부정적 결과일 것이다. 과학문명 발달에 대한 진실된 질문을 할 때인 것 같다. 좋은 책으로 나이가 든 나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져주어 저자에게 감사한다. 내가 아는 그림과 조각을 잘 하는 아이가 이 책을 보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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