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무용수 - 인생은 언제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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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흔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사건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누군가에게는 홀로코스트가 그렇다.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그래도 될까'싶게 너무나 무거운 시간들은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끝내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인하고 두려웠던 현실에 대한 파악뿐 아니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을 것 같은 그 시간 속에서

끝끝내 빼앗기지 않은 단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체조선수이자 무용을 배웠던 열여섯의 어린 소녀는

온 가족이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그곳에 당도한다.

헤어지는 줄도 모른채 부모님과 헤어지고,

유일한 혈육인 언니와 남은 그녀에게

'살기 위한' 도구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것은 무용.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용기는

수많은 두려움과 흔들림 앞에서

뜨거운 용기라는 힘을 전한다.

이제는 40년 넘게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무너진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에디트 에바 에거의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이다.


에세이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지만,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줄곧 받는다.

이제까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깊이의

고통을 담고 있어서일까,

인간의 존엄마저 저버리는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나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인 건지

홀로코스트 책은 늘 그렇게 나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있었던 사실'보다는

다른 의미로 믿고 싶었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했던 안네 프랑크나

너무나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 외에도

홀로코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종종 읽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우리의 위 선조 대분들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잔혹했던 현실들을 겹쳐보며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가진 모든 것을 잃고,

앞으로 삶을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처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믿기 힘든 과거의 사실들을 현재의 나에게 대입하며

과연 '나라면'이라는 가정은

감히 '이해'나 '공감'이라는 어쭙잖은 단어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뒤흔들 수 있는 경험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이들도 봤었고,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내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나 고통 속에 머무르지 않고

이내 용기를 내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만나본 에디트 에바 에거의 이야기 역시 그랬다.

아우슈비츠를 겪었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담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고통을 넘어 자유를 되찾은 자신의 이야기,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다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끔

정립한 치유 이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수용소로 이동하게 되었을 때

아직 10대에 불과했던 소녀였던 작가는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속에 품은 '한마디 말'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가족을 잃은 슬픔,

하루하루 생과 사의 경계에서 위협을 받으면서도

버티고 끝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마음에 새긴 것은 아무도 내게서 뺏을 수 없다"

라는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된다.


이윽고 되찾은 자유,

그것으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평범한 일상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나 크게 새겨져 버린 상처는

어른이 된 그녀를 내내 따라다니며

할퀴고 숨 막히게 하며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을 인터뷰하며

감추고자 외면했던 과거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고통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나의 미래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한 발자국씩 밖으로 나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며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가 모두에게 추천하는 '선택 이론'이다.


자신과 같이 과거의 문제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직시하고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유에 대하여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심리치료사의 모습을 보인다.


직접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기에

내담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고,

자신 역시 과거를 제대로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찾을 수 있었던 자유를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다정함'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는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견주어

나의 고통을 평가절하하거나

혹은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꽁꽁 숨겨둔 채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아픈 상처일수록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마주하면서 상처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것이

작가가 책을 통해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숨 막히게 하는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일으켜 세운

작가의 용기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하면서도

언제든 모든 선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자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고통 속에 잠든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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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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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로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온해 보일 때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느끼곤 한다.


스스로 인생의 끝을 결심하고 찾아간 낯선 장소,

그곳에서 만난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사람.

끝을 결심한 여자와 일주일간의 화려한 결혼식을 앞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마주한 곳에서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삶의 의미를 잊은 이들에게

다시 인생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만났다.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가디언 타임 선정 올해의 책으로 꼽힌

〈웨딩 피플〉이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밑바닥에 떨어진 기분이 들었을 때

내가 누군지 모르는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남편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피비는

평온하던 일상이 순식간에 최악의 날로 다다른다.

여러 번의 시도를 했지만 반복되는 유산,

이로 인해 서로 믿고 의지하던

남편과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이는 곧 남편의 외도와 이혼으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키우던 고양이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에 그녀는 이윽고 결심을 한다.

'삶을 끝내겠다'라고 말이다.


평소라면 엄두 내지 않았던 해안가의 5성급 호텔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그곳에서 준비한 약을 먹고

세상을 떠나겠다는 결심.


아무런 짐도 없이 방문한 호텔에서

그녀가 마주하게 된 풍경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 방문한 신부와 하객들.

하객들을 제외하고 일반 손님은 자신밖에 없고,

이들 중 외로워 보이는 사람은 없다.

우연한 기회에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피비는

자신의 죽음을 결혼 주간 동안만큼은 연기했으면 하는

신부 라일라와 엮이게 되면서

인생의 큰 반향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던 걸까?

"진짜 죽으려는 사람은 조용히 죽는다"라는 말 처럼,

"죽으러 왔어요"라고 선언했던 피비의 마지막 날은

궁금했던 축사 때문인지 미수에 그치고 만다.

다음날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신부 라일라로 인해 피비는 자신의 계획과는 달리

이곳 해안 호텔에서 머무르며 처녀 파티와 리허설 디너,

요트 선상파티, 신부 대표 들러리 등을 함께 하게 되면서

자신이 오랫동안 둘러싸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혼을 겪은 피비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결혼을 앞둔 라일라는

서로 앞에서만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우정'을 보여준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히려 솔직했던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메리지블루라 생각했던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 속 라일라의 혼란과

결혼에 대한 준비과정들 속에서 느낀 진심은

우리가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단정 짓고

솔직하지 못했던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해안가의 5성급 호텔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준비와 풍경들은

마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온다.

늘 정해진 보기 중에서 선택하던 삶을 살던 피비가

처음이자 자신을 위해 선택했던 이 호텔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처럼

'무료한 안전'을 추구하는 나에게도

이 호텔 같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에 걸친 이야기를

위트 있으면서도 따스하게 담아낸

이 소설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이야기 속에서 19세기 전문가라 칭하는 피비가

미처 읽지 못했다가 다시 펼쳐든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이 소설들을 다시 펼쳐 읽으며

새로 맞이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피비의 완성을

〈댈러웨이 부인〉과 겹쳐보는 것이다.


인생의 문제 속에서 늘 자신을 탓하던,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진짜 나의 모습을 찾지 못했던 피비가

스스로 자신에게 씌었던 가면을

하나 둘 벗어던지며 '진짜 나'의 모습을 되찾고,

나아가 라일라 역시 피비와의 시간을 통해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낯선 이들이 서로에게 주는 다정함,

그 연대의 힘 또한 느낄 수 있다.


죽음을 계획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삶' '살아있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작품!

많은 이들이 열광한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웨딩 피플〉이었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진짜 나의 모습을 찾기를 희망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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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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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저 자라나는 시간이었다면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이 생기면서부터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관심 유무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로 나아가며

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 시점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해졌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혼란의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불안'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느껴지는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줄 책을 만났다.

만연한 실패의 감각이 퍼져 있는 지금을

'미세 좌절 시대'라 명명하며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진단이 담겨있는

〈미세 좌절의 시대〉이다.


일간지 기사 출신이자 소설가인 장강명은

치밀하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단단하게 구성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전했던 작가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이슈를 집대성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불안'이라는 감정은

예측 불가능한 데서 오는 흔들림이기도 하다.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희망찬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작가는

이런 희망찬 이야기에 대한 청사진을

이 책을 통해서 담고자 했다.


고통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가 아닌

끊임없이 그 질문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는 긴장을

삶의 축복이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관성을 깨뜨리는 건강한 의심과

팩트를 직시하는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하나의 탐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의 신문과

여러 잡지에 발표된 글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에 눈을 뜰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주로 사회 분야의 이슈를 담고 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 속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주제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 풍경을 뜯어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사실 정치 이슈에 대해서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극과 극으로 만 치닫는 정치,

정답이 없이 질문을 방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지역, 세대, 진영 간 충돌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리 위해 개선할 제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좀 더 가볍게 우리의 삶과 경험, 일상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된

작가의 과거 이야기를 포함해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상이나

한국어의 특성에 대한 비판,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4부에서는 다양한 책과 영화 등

문화 미디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전하며

깊이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필독서라 불리는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나

문화계의 지원에 대한 제도,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한 엿볼 수 있다.


1, 2부를 읽으면서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에

생각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사회 정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우리의 일상과 가닿는 3,4부의 이야기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모습을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헬 조선' '불안의 시대' 등

부정적 감정으로만 점쳐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앞으로는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외면하며 바라보지 않는다고,

나와 관계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문화 어떤 이슈이든

나와 가닿아있는 '오늘'이라는 현실 앞에서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혼미한 시기를 어떻게 건너 갸야 할지,

주춧돌을 쌓는 마음으로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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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온 손님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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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다정한 사람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냉정하고,

밝아 보이는 사람이 어떤 면에서는

끝없이 어두워 보이고 말이다.

이런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보는 사람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 진짜 얼굴이고,

어떤 모습이 가짜 얼굴일까?

애초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의 얼굴은

어쩌면 나의 내면에서부터 가공된

'만들어진' 이미지 일 수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얼마든지 나의 '마음'에 의해

얼굴을 수없이 바꿔 끼우며 사람들의 기대에 맞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얼굴에 대한 가장 큰 맹점은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울처럼 나를 비추는 어떤 물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내면과 얼굴이 하나가 된 나의 표정은

그 누구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일상의 조명이 꺼진 원초적인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진짜 자신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서늘하고 비겁한 민낯을 그려낸 작품이 있다.

그늘 단편선 4번째인 〈밤에 찾아온 손님〉이다.

단편소설 3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익숙한,

나를 가장 잘 아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연인, 가족, 친구라는 사이에서

숨겨진 인간의 민낯을 꺼내 보이며

신뢰와 사랑으로 덮어두었던

위선이 드러나는 순간을 통해

모두가 지난 '이중성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가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서늘한 문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반응이

우리가 실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이어서

더욱 묘한 기시감으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비로소 진심이 담긴 표정을 짓는 나를 들킨 듯

소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나의 수많은 표정과 얼굴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연인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꿉〉,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등〉,

친구와의 이야기를 다룬 〈피식자의 만찬〉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닌

우리가 나름대로 깊은 믿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과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한 일상의 유지를 위해

우리가 가장 가까운 이에게조차 보이지 못했던 모습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 본성의 욕망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비뚤어진 마음이라 보였던 것은

사실은 내가 지닌 가장 솔직함 일 수도 있다.

이런 어둠 속에서 찾아오는 본능을 마주하며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선'과 '얼굴'에 대해서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불편했던 감정들은

어쩌면 들켰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가장 어두운 구석의 진짜 얼굴을,

밖에서 보이는 가짜 얼굴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얼굴로 보이고 있는가?

내가 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그의 진짜 얼굴이 맞을까?


소설을 읽으며 질문을 조금씩 더해본다.

그리고 나조차 볼 수 없었던 나의 진실한 얼굴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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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해방일지 - 삶을 가볍게 만드는 ‘새 물건 안 사기’ 챌린지
애슐리 파이퍼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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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와 함께 삶에 더해진 무게를 줄이고 싶은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 말에 열광을 하며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남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막상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을 하고 나서는

'정리'를 위한 수납용품이나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서

본래의 미니멀라이프가 추구하고자 한

의도와는 멀어진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끼게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밖에서 주로 보내던 시간이 집안으로 옮겨지게 되고

우리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필요한 물건으로 가득한 집안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늘어났고,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을 더 들이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을 남기면서

자신의 일상을 다듬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착하는 택배,

꽉 차게 있지만 입을 게 없어서 뒤적이게 되는 옷장,

유효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화장품,

꽉 찬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산 수납함 등

우리 곁에는 '정말 필요한 게 맞나?' 싶은 물건들이

나 자신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 해방일지〉를 쓴 작가 역시 소비로

마음의 해방을 찾고자 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지친 하루 끝에 반복했던 쇼핑은

잠깐의 위로가 되었지만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주지는 못했고

새 물건을 사지 않는 30일의 챌린지를 도전하며

그녀는 그 시간이 이전까지 소비로 덮어두었던

자신의 불안과 피로, 생활의 리듬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더 이상 새 물건을 들이지 않으면서 찾아온

공간과 시간적 여유는 그녀에게 관계를 회복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전보다 가벼운 삶을 선사합니다.

자신이 겪은 이 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그녀는 〈소비 해방일지〉를 통해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30일 챌린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소비하느라 빼앗겼던 돈과 시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과연 물건을 사지 않고 30일을 보낼 수 있을까?'

'사지 않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막상 책을 펼쳐보고 나니

무조건 물건을 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소비로 흐르던 돈과 시간을

제대로 추적하고 파악하며,

충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멈추어 가며 그 사이에서 생긴 여유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의 회복' 측면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비를 멈추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작가와 함께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해답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결핍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비주의가 설계한 함정을 파악하고,

나의 선택권과 나만의 속도를 회복함으로써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30일 챌린지는 크게 4단계로 나누어집니다.

4주 차 내에서 각 7~8일의 데이 미션을 수행하며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고,

무의식적인 소비를 행하게 하는

트리거를 찾아내 제거하며

새것을 들이는 대신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쇼핑이 사라진 자리에 유대감을 채우며

삶의 방향성을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늘 물건을 사면서도 '설렘'은 일시적이거나

사도 사도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나에게 '소비'가 어떤 의미인지,

또 단지 '소유'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쓸모에 맞춰 물건을 소유하며

'소유'한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말이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한 번씩 꽉 찬 물건들을 정리할 때마다

몇 번 쓰지도 않은 물건들을

그대로 버리지는 않았나요?

분명 '갖고 싶어서' '필요해서'라며 샀던 것들인데,

그 필요가 이토록 얕은 마음이었는지

후회하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낭비되는 시간과 돈을 나에게로 다시 돌린다면

우리는 전보다 덜 소유하고, 덜 소비하면서도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적재적소에 나의 돈과 시간,

에너지를 투여하는 것이 바쁜 현대사회,

나를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타인과 견주어 나를 높여주지 않습니다.

정작 필요한 '나를 채우는 방법'은

소비를 통한 소유가 아닌

나 자신의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비 해방일지〉였습니다.


오늘도 당신은 무언가를 구매했나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진짜 내 삶'을 찾아, 30일간의 여정을

함께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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