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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저 자라나는 시간이었다면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이 생기면서부터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관심 유무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로 나아가며
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 시점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해졌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혼란의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불안'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느껴지는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줄 책을 만났다.
만연한 실패의 감각이 퍼져 있는 지금을
'미세 좌절 시대'라 명명하며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진단이 담겨있는
〈미세 좌절의 시대〉이다.
일간지 기사 출신이자 소설가인 장강명은
치밀하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단단하게 구성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전했던 작가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이슈를 집대성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불안'이라는 감정은
예측 불가능한 데서 오는 흔들림이기도 하다.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희망찬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작가는
이런 희망찬 이야기에 대한 청사진을
이 책을 통해서 담고자 했다.
고통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가 아닌
끊임없이 그 질문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는 긴장을
삶의 축복이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관성을 깨뜨리는 건강한 의심과
팩트를 직시하는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하나의 탐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의 신문과
여러 잡지에 발표된 글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에 눈을 뜰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주로 사회 분야의 이슈를 담고 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 속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주제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 풍경을 뜯어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사실 정치 이슈에 대해서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극과 극으로 만 치닫는 정치,
정답이 없이 질문을 방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지역, 세대, 진영 간 충돌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리 위해 개선할 제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좀 더 가볍게 우리의 삶과 경험, 일상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된
작가의 과거 이야기를 포함해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상이나
한국어의 특성에 대한 비판,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4부에서는 다양한 책과 영화 등
문화 미디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전하며
깊이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필독서라 불리는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나
문화계의 지원에 대한 제도,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한 엿볼 수 있다.
1, 2부를 읽으면서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에
생각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사회 정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우리의 일상과 가닿는 3,4부의 이야기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모습을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헬 조선' '불안의 시대' 등
부정적 감정으로만 점쳐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앞으로는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외면하며 바라보지 않는다고,
나와 관계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문화 어떤 이슈이든
나와 가닿아있는 '오늘'이라는 현실 앞에서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혼미한 시기를 어떻게 건너 갸야 할지,
주춧돌을 쌓는 마음으로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