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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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교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눈으로 읽지만 마음으로 되새겨서인지

사진이나 영상 같은 매체보다도

활자가 전하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사진이나 영상은 그것을 담아내는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담는다면,

텍스트는 그것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해석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와닿는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의 눈이 글에 담긴 깊이보다 얕아

미처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잡지 못할 때도 있고

때로는 나의 눈이 전하고자 하는 바 이상으로 깊이 보며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텍스트, 활자라는 것이 전하는 힘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검푸른 빛의 바닷속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무한한 힘을 가진 글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글, 문장이 주는 힘이

도드라지는 것 중 하나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지면이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광고.

하지만 그런 광고에서 사람들을 뒤흔드는 것은

다름 아닌 문장이다.


간결한 한 문장일 때도,

긴 이야기 끝에 도달하는 감정일 때도 있다.

문장의 끝에 다다를 때면 비로소 광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도달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이런 광고 카피 속에 들어있는 문장에 대하여

왜 좋은지 그 '왜'를 들여다본 책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잘 알려진 TBWA KOREA,

무신사를 거쳐 29CM 헤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광고 카피뿐 아니라

〈나를 움직인 문장들〉, 〈카피라이터의 일〉 등을 쓴

오하림이 모아둔 광고의 액기스를 함께 맛보는 것 같은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일을 하는 카피라이터,

이런 카피라이터의 마음에 든 문장은

과연 어떤 문장일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에 대한 첫 기대감이었다.


장르가 다르기는 하지만 웹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며

다양한 웹 카피를 작성했던 나였기에

카피라는 것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또 잘 쓰인 카피 앞에서 드는 경외심이나 부러움,

시기 질투와 같은 감정들은

카피라이터인 그녀도 느낄 것만 같았고

때로는 카피를 작성하며

'이 문장은 꽁꽁 싸놓았다가

나중에 꺼내서 야금야금 먹고 싶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한 편의 시 같은 카피들이

오하림의 소개와 함께 이어진다.

'나는 왜 이 카피가 좋을까?'에서 출발했다는 책답게

그녀가 엄선한 광고들의 카피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좋다'라는 감정에 대해서

더욱 깊이 있는 마주함을 제공한다.


나의 마음을 카피한 듯한, 그리고 처음 봤지만

한순간에 마음을 뒤흔드는 듯한 문장들은

계절과 추억과 시간을 잔뜩 머금은 채

독자들을 광고 속으로 불러 모은다.


기획자의 전략이나, 시대의 맥락까지

담아낸 하나하나의 카피들은

저마다의 힘을 내보이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광고들 사이에서

유난히 나를 잡아끄는 광고를 만난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그 제목답게

다양한 광고와 카피를 모으고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단순히 카피에 대한 소개나 이야기가 아닌

실제 광고를 올 컬러 도감의 형태로 실어 내면서

실제로 그 광고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또 광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카피라이터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나의 마음과도 얼마나 겹쳐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언어나 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정서적 차이가 있을 텐데도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라든가 분위기를

고스란히 제대로 느껴질 수 있었다.


막연하게 '좋다'라고 생각해서 모아두었던 것들을 보니

문득 그 속에서 나의 취향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오하림이라는 카피라이터에 대한

발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드러내는, 나와 겹쳐지는

나와 비슷한 문장들을 골라내며

오하림과 같은 결의 감정들을 발견하고

그녀의 필터 아래 더욱 짙은 감성을 느낀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내가 썼더라면' 하는 감정으로

조용히 삼키고 내내 물고 있는 문장들이 있다.


그런 문장들의 소중함을 알고,

문장을 읽는 오하림의 태도를 통해

당연한 일상과 말속에서 잊고 있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 어딘가에서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카피한

단 하나의 문장을 만나길 바랍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쩌면 이미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이 심어져있는 것 같다.

책을 펼치기 전, 그리고 막 펼치고

마침내 덮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감정들은

일말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 여정이

결국 모두 옳았음을 느끼는 뿌듯함과 견줄만하다.


오래오래 꺼내어 보고 싶은 문장들이 더 늘었다.

그런 자신의 보물을 기꺼이 내어 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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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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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뷰를 통해 이아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바쁜 사회 초년생 때에는

밥하면 하루를 달릴 수 있도록 주입하는 연료로

때로는 잠이나 휴식이 중요해서

건너뛸 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존재감 이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위해 차리는 한 상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한국 사람은 밥심이지'라는 말에 체감을 하게 되었고,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집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오늘은 또 뭐 먹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지루함이나 때우기가 아닌

하루를 채우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배달이나 밀키트가 발달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번거롭지만 재료부터 손질해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의 매력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때로는 부족한 재료를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하고,

용도에 관계없이 어울리는 식기에 담더라도

내 입맛에 맛있고 좋다면 그 자체로도 오케이!

행복한 식사시간은 하루를 채우는 큰 에너지가 되었고,

그런 아늑한 온도는 나라는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런 집밥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자신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아늑하고 맛있는 손맛이 담긴 이야기를 그린 작가가 있다.

〈집이 좋은 사람〉을 비롯해

컬러링북 〈꿈꾸는 가게〉, 〈꿈꾸는 방〉,

〈숲의 소녀 이야기〉 등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최신간

〈소소한 미식 생활〉이다.


따뜻한 그림에 담은 일상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 온 작가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매일 마주하는 끼니의 기록, 우리 집 만의 레시피,

할머니와 엄마를 거쳐 자신에게 온 추억이 담긴 식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숨겨진 동네의 맛집, 식탁에 이르기까지

먹고 보내는 시간에 닿는 행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곰으로 나타낸 자신의 자화상을 주인공으로

밥을 먹으며 떠오른 생각

즉, 먹고 마시고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즐거움 앞에

얽힌 이야기를 이것저것 손가는 대로 그리며

소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일상을 전하는 것이다.


요리해서 먹는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생각을 더해 그려낸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한 한편의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따라 하고픈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집에서 해먹는 집밥은

사랑하는 가족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정성을 더한다는 점에서

여느 음식들보다도 따스함이 깃들어져 있는데,

그런 따스함을 그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는 작가의 집밥 이야기가 담긴다.

1장에서는 집에서 해먹는 각양각색 샌드위치나

집에서 차리는 간단 중화요리,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드는 축하 치즈케이크,

직접 원두를 내려 준비한 커피 등

끼니와 관련된 미식생활을 전한다.




2장에서는 추억이 얽혀있는 식기의 이야기인데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이어진 그릇이나

기념품으로 여행마다 장만하게 되는 젓가락 받침,

자주 사용하고 있는 아끼는 머그컵,

틴케이스를 이용해 나만의 간식통이나

차 플래터를 만드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3장에서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벼르고 준비해 만드는 크레이프 파티,

우리 집 만의 파스타 레시피를 비롯해

가장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즐기는 술 등

일상 속에서 찾은 특별한 즐거움을 묘사한다.





4장에서는 공간이 주는 변화와 여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야채 판매대 등

음식에서 나아가 가구와 공간에 대해서도

작가만의 소회를 펼친다.


음식이야기하면 뭐가 맛있다거나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대부분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집밥 이야기로

작가는 일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자신만의 비법을 털어놓는다.


귀찮으니까 대충,

혼자 먹으니까 간단하게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접하지 못했던 시간이

바쁜 와중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는 감정이 들 정도였다.


작가만큼이나 이제는 집밥에 진심이 된 나는,

작가의 음식과 그릇,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바꾸어 떠올리게 된다.


'내가 주말마다 즐겨먹는 메뉴는?'

'우리 집만의 특별한 레시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릇은?' 등

아늑하고 맛있는 잡담을 스스로에게 거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함께

풀 컬러로 되어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따뜻하고 행복했던 만화 에세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들에는

또 어떤 행복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소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꽉 찬 행복이 들어있던 책

〈소소한 미식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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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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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누가 강요하거나 시킨 게 아닌데도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선생님이나 요리사, 간호사, 미스코리아를,

누군가는 의사, 대통령, 과학자, 건축가 등으로 말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있는 사회, 가부장적 분위기의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마치 '그러면 안 된다는 듯'

고정된 성관념에 갇힌 직업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주방 일에는

생각 외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기도 하고,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섬세하고 민첩한 감각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이야 예전과는 달라져서 교과서에 들어가는

삽화나 표현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시선 아래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에 고정된 편견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에 고장 난 물건이나 수리해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다치거나 망칠 수 있으니 아빠를 기다리자' 라든가,

공구상자를 다루는 것은 남자의 몫이라 생각하는 게

보통의 생각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성별에 관계없이

집 수리는 '기술'에 관련이 있고, 이 경험 여부가 중요하지

'여자라서 못 한다', '남자라서 가능하다'는 것은

애당초 관련이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삶을 위하여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여자가 있다.

국내 최초 여자 집수리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라이커스 대표 안형선 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나 게임 등을 잘했고

공구상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치고 잘하네'

'여자가 저런 걸 해?'

'여자인데 이런 걸 좋아한다고?'

라는 시선 앞에서 문득 "왜 여자라고 신기해하지?"

"여자로서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나?"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여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불편함이나

여자라서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넘어

"여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여성 집수리 전문 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집 수리라는 영역에서 여자기사가 없었던지라

선입견이나 차별 어린 시선 아래에서

자신만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당당히 집 수리기사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집수리 기사 일을 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와

집수리 기사로서의 일상,

수리 일을 하며 만난 고객들과의 사연이 담겨있다.


성별에서 오는 부족함이 아닌

초보 수리기사로서 느꼈던 '처음'의 어색함,

수리기사가 하는 일의 범위와 자신만의 노하우,

일을 하며 사용하는 도구 뿐 아니라

여성 집수리 기사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기회가 없었기에 해볼 수 없었던 일에 기꺼이 도전하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단순히 흔치않은 성별의 벽을 뚫은 사람이 아닌

그가 느낀 변화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해보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지 간에

뭐든 직접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는 바로 그런 사회이다.


나 역시 얼마 전 방법을 미리 찾아보고

직접 고장 난 서랍장의 레일을 교체해 봤다.

고장 난지 한참이지만, 남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건가 해서

미루고 미루었는데 막상 방법을 찾아보니

나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기에서도 직접 혼자서 수리했다는

여자들의 얘기도 있었고, 그렇게 직접 도전해 보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마칠 수 있었다.

 "여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네, 근데 왜 안된다고 했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스스로를 믿지 못해 미루었던 

시간에 대한 후회 또한 남았다. 대체 이게 뭐라고.


이제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대신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남자, 여자의 고정된 일을 벗어나

영역 확장을 하며 선구자가 되어주는 그들을 응원해 본다.


느꼈던 불편함에서 출발한 용기 있는 변화의 이야기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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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트렌드 2026 - 메타센싱, 시대의 결핍을 채우는 예리한 감각
대학내일20대연구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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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그 젊은 세대일 때도 들었던,

또 나이가 들어 지금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살아온 사회와 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세대 간의 갈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진다.

같은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헐뜯고 괴랄하다는 평으로 선을 그어버리곤 한다.


나 역시 기성세대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젊은 세대였고,

그런 시간을 지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이 되면서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와 트렌드의 중심이자 앞으로를 이끌어 갈

이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런 이해 앞에서 비로소 세대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새해를 앞두고 트렌드 책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이렇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유행이다'라는 마음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포인트를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의 트렌드보다도

성별이나 나이에 제한을 두어

세분화된 책이 더 와닿았던 것은

자세히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만나본

〈Z세대 트렌드 2026〉은

모난 시선으로 바라봤던 Z세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미디어, 뷰티, 식생활, 가치관, 여가, 취업 등

20대의 인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자 조사와 빅데이터를 통해

정량/정상적으로 분석한다.

또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을 운영하며

수많은 트렌드 현상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이어진 트렌드 리포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하며 트렌드 주도층으로 자리 잡은

Z세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2026년의 Z세대 트렌드는

2025년과 이어지면서 보다 세부화된 느낌이다.

AI를 사용하며 감정 표현이 서툴 것 같은 이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낭만'을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내밀한 감정을 나누고, 이를 통해 감정 관리와

자기감정에 대한 객관화를 하는 Z세대의 모습은

'나다움'을 위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연장 선상 같았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관리에 있어서도 객관화를 추구하는 모습은

'아무 감정 없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나의 편견을 지우는 포인트로 다가오기도 하고 말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소비가 아닌

자유로운 몰입과 타인과의 교류를 하며

유연하게 조절하는 모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콘텐츠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왜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는지?'

'직렬 독서보다 병렬 독서를 하는 이유?'등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도 Z세대만의 모습은

전통적인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야 함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영상소비가 늘어나면서

텍스트를 더 이상 읽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텍스트힙의 열풍과 더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는 Z세대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독서문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기대하게 됐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면서,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먹거리나

자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만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주어진 '오늘'을 만끽하려는 Z세대의 마음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다가왔고

기후 적응을 위한 기후 생존 템이 등장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길 수밖에 없는 예민한 감각에

주파수를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다정함을 갈망하고

제철 코어에 진심일까?

카톡은 공개해도 챗 GPT는 안된다는 그들은

도대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심을 잡으려는 Z세대의 감각을 이해하며

그들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다 보니

마냥 엇나가고 비뚤어진 것만 같았던 모습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며

앞으로를 탄탄하게 끌어갈 그들만의 방식을

기성세대들도 조용히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됐다.


완전히 이해하고 100%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감각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하다고 본다.

Z세대의 인사이트를 따라 2026년을 내다볼 수 있는

〈Z세대 트렌드 2026〉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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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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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해에 한두 번, 많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최근 1~2년 새에 입지 않은 옷들을 과감히 정리한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헤지고 닳아서'가 아니라,

'유행이 지나서', '어쩐지 손이 안 가서'라는 이유로

입은 횟수가 손에 꼽거나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을

버릴 때면 어쩐지 죄책감이 들기는 했지만

"설레지 않는 것을 버리라"는

정리 전문가의 말을 떠올리며,

나의 주변을 가볍게 하는 것이

간소한 삶에도 도움이 되고

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서

옷이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들기도 했다.


헌 옷을 전문으로 수거하는 업체가 있어

버리느니 소소한 용돈벌이 느낌으로 맡기기도 하고,

동네에 비치되어 있는 의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서

이 옷들이 향하는 여정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옷을 버린다'라기 보다

'나에게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라는

막연한 생각은 죄책감 없이 옷들을 소비하는데

도화선을 지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의

여정을 취재한 이들이 있다.

한겨레의 기자인 그들은

✅ 한국이 세계 헌 옷 수출 4~5위 국가라는 점,

✅ 국내 헌 옷의 이동 경로가

밝혀진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

✅ 세계적으로 선진국의 헌 옷이 개발도상국에 가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버려진 옷의 경로를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지역을 나눠

추적기를 부착한 150여 개의 의류를

전국 각지의 수거함에 버렸다.

'죽은 한국인의 옷'을 찾기 위한

추적기 설치와 의류 폐기작업에만

한 달 반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렇게 버려진 옷들이 국외에 가서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이 책은 헌 옷 추적기 프로젝트의

지난한 과정과 그 신호를 따라가 마주하게 된

진실, 또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옷을 버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버리는 옷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라고.


우리가 버린 옷들이 개발도상국에 간다는 얘기는

스치듯이 들은 적은 있었다.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는 나는

매 시즌마다 챔피언결정전을 보며,

우승을 다투는 두 팀의 뜨거운 승부 끝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의 뭉클함을 좋아하는데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승부에서

우승을 다투는 두 팀이 '우승 세리머니'에 필요한

옷을 미리 제작을 해두고,

그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이 이기면

입으려고 했던 옷들이 버려져

어디 먼 나라로 간다는 것이다.


멀쩡한 새 옷을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을 위해 제작하고,

미처 소비하지 못한 채 버려진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이런 특수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

'우리가 몇 번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은 다를 것이다'는

생각을 뒤흔드는 취재의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 역시도 누가 입었던 혹은 유행이 지난

빈티지 의류는 선호하지 않으면서

내가 버린 옷을 누군가가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버리는 죄책감을 지웠던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우리가 죄책감 없이 버렸던 옷들이 나비효과처럼

먼 나라의 누군가를 뒤흔드는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옷들이 맞이하는 최후,

선의로 기증했다고 믿었던 옷들이 만든

쓰레기 산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입을 수 있는 의류뿐 아니라,

입지 못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을 수입하고

그것을 그대로 매립하거나 소각하며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옷들의 무덤으로 껴안는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기업들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또 국가에서는 제도적으로 무엇을 보안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우리가 행하고 있는 패스트패션의 민낯을 제대로 알고,

그 옷들의 마침표까지도 자국에서 찍어야 한다는

제도적으로나 개인적인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시작은 개개인의 가진 '옷에 대한 생각'부터라고

정리하게 되었다.


풍족해진 오늘날, 옷이 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멋'으로의 역할로 변모되었지만

진짜 '멋'이 무엇인지, 또 작은 실천일지라도

옷의 쓰임을 생각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가 아니라,

좀 더 오래, 나에게 잘 맞을 수 있는

필요한 옷들을 가지고 입는 것으로

헌 옷의 여정을 줄여야겠다.


매일 다른 옷을 입어도 제법 오랜 기간을 살 수 있는

옷들로 가득 찬 옷장을 바라보며

올바른 소비와 옷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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