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난히 상념에 사로잡히고 지친 날

모든 걸 내려놓고 다 잊고 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지친 손님들에게 힘이 되는 작은 위로를 주는 카페,

도심 속 숨겨진 공간 같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코로나와 함께 전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고

우리는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잠시 멈춤'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타인과의 단절은 사람만이 주는

따스함을 잃었다는 정서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뒤이어 찾아온 경제 불황은

누군가에게는 직장과 터전을 잃는 큰 변화로 다가왔다.


길을 다니다 보면 꼭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상점가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목도한다.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는 가게들도 있지만

1~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바뀌거나

텅 비어있는 채로 '임대문의'를 붙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쓸쓸한 공백은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들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늘 따스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던 소로리의

'카페 도도'도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변화를 마주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조용하고 한적했던

1인 전용의 카페는 순식간에 내부는 물론

바깥 좌석까지 꽉 차게 되었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작은 선물을 나누던 곳은

그런 여유를 잃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은 '가게'라는 점에서

좋은 의미이지만, 어쩐지 카페를 운영하는 소로리는

이 북적거리는 번잡함 속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을 느끼곤 한다.

그런 변화를 마주한 카페 도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오늘의 추천 메뉴로 어김없이 문을 연다.


1편부터 꾸준하게 등장하는 단골손님뿐 아니라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혹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손님들이 등장한다.

각기 고민과 부침을 느끼며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소로리가 내어주는 메뉴들을 통해

하루의 시름, 고민을 잃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수께끼 같은 고민의 답을 조금씩 찾아나간다.


너무나 잘 풀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진짜 이게

내가 원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

이혼 이후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한

새로운 일에서 오는 부침,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직장동료에 대한 질투,

고정적이고 타이트한 자신의 일에 대한 자세에서

조금은 느슨함을 느끼고 싶은 손님 등

각자 자신이 가진 고민들을 지니고 카페를 찾은 이들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가며 같은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위로를 얻는다.


공통적으로 느낀 그들의 키워드는

소로리가 느낀 그것과도 일치하는 '잠시 멈춤'

쉴 틈이나 여유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멈춤'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이것이 실패나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충전으로 다가왔다.


달콤한 음식이 주는 힘은

맛도 있지만, 그 자체로 '나를 위한다'라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미스터리한 메뉴 이름을 바라보며

메뉴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다.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는

카페 도도가 있기에 그들은 충분히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짬을 내어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 여유와 쉼이 주는 힘을

잊지 말라고, 카페 도도는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리즈를 포함해

3편의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이라고 하는

이번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무언가 나에게 '잠시 멈춤'이나 '쉼'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씩씩하게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엇보다 와닿았던 것 같다.


어디선가 여전히 손님들을 기다리며,

오늘의 추천 메뉴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 카페 도도.

그곳의 따스함을 상상하며 힘을 내본다.


"이 글은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음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어떠한 가치관이나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확고한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상태라고 하는 이 믿음.

보편적으로는 '믿음이 있다'라고 했을 때

종교적인 관점에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태어나기 전부터 접하게 되어 자신의 선택의지에

관계없이 전수받게 되는 모태신앙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종교라 하더라도 어떤 계기로 인해

더 이상 믿음을 지속하지 않는 경우나

특정 종교나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고

불특정한 대상을 바탕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종교적인 믿음에 있어서 모태신앙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이들의 경우 자신이 힘들거나

지쳤을 때 의지하게 된다.

무언가 소망하는 일이 있을 때 자연스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을 담는 건

종교를 불문하고 통하는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불의의 사고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내고,

순식간에 평온한 일상을 잃어버린 가족 앞에

'아드님을 위해 노래하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영원을 믿는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하며

영원의 세상에서 잃어버린 아들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나서부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아내와 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영화를 제작하고,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쓴

가와무라 겐키가 '믿음'에 대한 질문을 담을

압도적인 신작을 발표했다. 소설 〈신곡〉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로

막내아들을 잃은 단노가의 가족들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가족 구성원인 단노 미치오,

단노 교코, 단노 가온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이 펼쳐진 후, 일상과 행복이 산산조각 난 가족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는데

그런 이들 앞에 서로의 이견을 가져오고

엇갈리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믿음'이다.


재혼가정으로 이루어진 단노 가는

넉넉하진 않지만 평온하고 행복한 여느 집들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그 사건 이후에 생기를 잃은 집과

상처받은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보듬을 여유도 없고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상처를 주게 된다.

엇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다시 평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아래

틀린 줄 알면서도 비뚤어진 선택을 하고

그것을 방관하며 문제 삼지 않았던 그들은

순식간에 기울어진 믿음 속으로 스스로를 던진다.


막연한 믿음을 순식간에 그들을 사로잡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일들의 진실을 외면한 채

그저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만을 추구하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삼켜버리고 만다.



지키고 싶었던 가족의 모습,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보듬음이 부족했던

그들의 모습은 '영원한 믿음'이라는 종교 앞에

서로를 시험하고 평가하며 냉철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들은 과연 그들 스스로를 가둔 믿음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도피해버린 마음속 진실 앞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가족 구성원 각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마지막 20여 페이지에 이르러

대반전의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결말에 이르른다.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내가 가진 믿음과 그 시작에 대하여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믿음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람에게 '믿음'이라는 것이 어떻게까지

스며들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렸을 때 교회를 다니며 가졌던

'믿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놀이의 느낌으로 동네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찾았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중 마주했던 어떤 날이 있었다.

시험기간을 앞두고 나름 공부를 하고 싶어서

교회를 빠지고 싶어 하던 나에게

말씀 지도를 해주던 교회의 선생님이 전한 말이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게 옳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하면서

믿음을 공부하는 게 중요한지

과연 하나님은 어떤 모습을 좋아할지 생각해 보라"였다.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믿음을 저버린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선생님 앞에 과연 '믿음'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우선순위를 교회와 종교에 돌리는 것이 정답인가?

라는 의문이었다.

열심히 기도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것보다

기뻐하신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는

막연함으로 다가왔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 앞에

부족한 믿음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 아닌

믿음에 대한 균열로 다가오곤 했다.


종교나 믿음에 대해서 개인이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타인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그런 평가를 하는 곳이

바로 종교였다는 점에서 나는 믿음을 놓았다.


지금도 막연하게 무언가를 향해 기도를 하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일 뿐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단노가의 가족들이 가진 믿음이 의지나 기대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나 변화를 위한 계기로

마주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들의 결론이 소설과는 조금은 다르게

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든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과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커스 프로젝트 -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
에릭 퀄먼 지음, 안기순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쁜 현대 사회

회사와 일, 가정과 여러 관계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많은 역할(role)이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일은 줄지 않고,

무언가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거나

일에 집중하느라 가족과 친구 등

관계에는 소홀해지고

내 삶이지만 그 속에 '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꿈도 이루고 싶고 일도 잘 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지키고

나에게도 휴식과 배움의 시간도 주고 싶은데

왜 이렇게 시간은 부족하고 변화는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런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쓰면서도

일과 회사,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자신에게도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능력이 다른 사람들 보다 뛰어나서?

혹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보유하고 있는 어떤 능력이나 여유보다도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중요 포인트는 바로 '집중'이다.


저자는 바로 이 삶을 위한 '집중'에 포커스를 맞춰

인생을 살아가면서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1년을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함으로써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해서

온전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는

에릭퀄만의 12개월 미러클 챌린지를 담은

《포커스 프로젝트》이다.


실제 업무나 휴식에 있어서도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많았던 나는 '양손 가득 떡을 쥐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욕심쟁이였다.

하지만 한정된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코앞에 닥친 것들을

순서대로 쳐내기 바쁜 나는

어느 순간 '열심히 하지만 애쓰는 것만큼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근면하지 않아서나 능력이 부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방법을 모르고

또 이것저것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집중도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에게 여러 개 부여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소셜노믹스》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그의 진가를 잘 알린 에릭 퀄만은

자신이 실제로 1년간 진행했던

12개월 집중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시도를 하며

느낀 점들을 함께 '도전'하는 입장에서 전달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집중 프로젝트는

월 마다 하나씩의 주제에 집중한다.


✔ 1월 성장에 집중하기

✔ 2월 시간 관리에 집중하기

✔ 3월 가족과 친구에 집중하기

✔ 4월 건강에 집중하기

✔ 5월 관계에 집중하기

✔ 6월 배움에 집중하기

✔ 7월 창의성에 집중하기

✔ 8월 공감에 집중하기

✔ 9월 마음챙김에 집중하기

✔ 10월 베풂에 집중하기

✔ 11월 감사에 집중하기

✔ 12월 스스로에 집중하기


각 월마다 집중 요소를 정하고 그것에

제대로 파고듬으로써 자신이 얻은 변화에 대해서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있었다.


꼭 저자와 같은 순서나 주제로 정하지 않더라도

월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주제들을 정하여

그 주제에 집중하여 실천을 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더 중요한 다른게 있어서'

라는 이유로 미루고 넘겨두기만 했던 항목들을

의식적으로라도 정하고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가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이런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의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중할 때 필요한

'거절하기 No라고 말하기'는

특히나 거절을 어려워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두려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말 같았다.

무언가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며

나의 마음이나 상황에 집중하지 않고

타인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성장이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했다.


자칫 업무나 회사에만 집중하느라 소홀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 관계, 건강에 대한 부분도

하나의 집중 주제로 선정되어 있어서 좋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돌아보는 시간은

연말(12월)이나 반기나 분기의 끝에 배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셀럽들의 성공의 포인트로 말하는

"집중"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보다 실질적이면서도 친근한 내용으로

부담없이 접할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각 월별로 중요한 사항도 정리되어 있어서

요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변화와 도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좋은 친구로 다가올

에릭 퀄만의 이야기를 기꺼이 추천한다.


"이 글은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통해서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자식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 SNS를 달구었던 이슈가 있다.

서울 성수동의 유명한 빵집에서

어린아이가 오픈되어 배치되어 있는 빵을

(슈가파우더가 덮여있는 빵이었다.)

혀로 핥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어떤 외국인이 찍은 영상에 담겨 SNS에 퍼진 것이다.


여기저기 퍼지는 영상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애퀴벌레(애+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쓰며

어린이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기도 했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

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며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

나아가서 아이가 혀로 핥는 동안 영상을 찍지 말고

제지를 했었어야 한다며 영상을 찍은 이가 잘못했다,

애초에 오픈해서 판매한 업체가 제일 큰 잘못이라는 등

책임소재 및 교육에 대한 각기 다른 연령, 성별,

미/기혼자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 빵이 폐기되었는지 혹은 아이의 부모가 문제가 된

빵을 구매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고,

해당 빵의 특성상 밀봉 포장하면 눅눅해져

빵 위의 슈가파우더가 녹는 형태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포장되는 방식으로

배치할 수 없고 앞으로도 기존의 판매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업체의 입장이 나왔다.


누군가는 저 가게뿐 아니라 오픈되어 판매하는

음식 종류는 구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고,

오픈되어 배치되어 있는 빵을 핥은 아이의 행동이

'실수인지 인지하고 한 행동인지'

'잘못이라 하더라도 얼굴이 보이게

영상을 찍어 유포한 것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교육이나 부모의 뜻대로

모든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

사건에 대한 얘기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자꾸면 수면 위로 둥둥 뜨기만 했다.


어린이가 포함된 문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아이는 무조건 착하다? 나쁜 아이도 있다?

한두 명의 모습이나 케이스에 따라서 구분 지을 수 없고,

이를 교육이나 통제로만

관리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이가 행하는 행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그 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에 해답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서

저마다 다른 빛깔을 보이는 어린이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에 만나본 〈어떤 어른〉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의 모습,

혹은 어린이의 모습을 통해서 느낀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작가 스스로의

다짐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들은 누구나 언젠가의 어린이였다.

우리는 아이들을 향한 시선에서

자신이 추구하던 '어린이'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주입 시키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이들도 어른들 만큼이나 생각이 깊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리거나

오해해서 생기는 일들이 많다.

무조건 어린이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가 아닌,

그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살아낸 우리가

보다 너그러운 모습으로 '더 나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따라 나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많은 어린이들과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까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깊은 생각과 행동으로 그들 앞에서

다 자란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좀 더 멋진 어른,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어린이를 따라서 성큼성큼 미래로 가자고 얘기를 한다.


물론 비뚤어진 사랑으로 아이들을 무조건 감싸고

잘못이 어른에게만 있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고

그 속에서 자란 어린이가 더 나은 세상의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자식이 없고, 가까이의 어린이라고 해야

조카들과 동네에서 마주치게 하는 어린이들이 고작이다.

가뜩이나 떨어지는 출생률에 어쩌면

앞으로 어린이들을 더욱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그들의 행동과 모습을 판단하고 평가한다면

과연 그것으로 정말 좋은 세상, 좋은 어른을

키워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그 해답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우리의 모습을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트 세이버 달달북다 10
이유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 있어서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감정적이고 뜨거우며 여운이 오래가는 것은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을 통해 한 뼘 성장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주저앉기도 한다.

사랑의 마침표로 결혼과 이혼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두려워 다시는 시작하지 않는 등

우리의 인생사 모든 것은 결국 사랑으로 연결이 된다.


사랑, 이 지긋지긋한 사랑.

이 사랑은 어떻게 해야 감정 낭비가 아닌 게 될까?

사랑과 연애는 떼어놓을 수 없는데,

(사랑의 종류는 어마어마하니

여기서는 사랑보다는 연애를 다루려고 한다.)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와 반대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과연 나의 운명일까?


일상 속 가장 비현실적인 사건,

사랑을 다룬 수상하고 명랑한 실험을 담은 소설이 있다.

전작 〈비눗방울 퐁〉을 통해서는

이별을 통해 비로소 시작하는 사랑을 다루며

명랑한 이별을 보여줬던 이유리 작가가

피 한 방울로 매칭되는 완벽한 연애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다룬 이야기를 펼친다.

바로 〈하트 세이버〉이다.


이번에 만나본 달달북다 시리즈에서는

사랑에 대하여 항상 가졌던 의문을 해소하는

실험 같은 작품으로,

소설 뒤에는 소설을 쓸 때의 모습에 대하여,

또 사랑과 연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업일지도 실려있어서

보다 넓은 관점에서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면이 너무나 많았던

민재와의 연애 끝에

냉정하게 말하면 '손해 보는 장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주인공.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하트 세이버'

피 한 방울로 나라는 사람을 분석을 해서,

성향과 취향이 99% 일치하는 연인과의 연애를

주선한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매칭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서비스를 신청했다는 사실조차

잊을뻔할 만큼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담당 매니저로부터 매칭이 이루어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낯익은 인상,

너무나도 잘 맞는 취향에

재민과 혜인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들의 연애는 너무나 순탄했다.

너무나 잘 맞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으며

이따금씩 벌어지는 다툼들도

'이 사람이 이럴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이해가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짧은 시간 순식간에 빠져든 이들 앞에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서는

하트 세이버에 관련된 소식이 흘러나온다.


과연 이들은 그 서비스가 말하는

서로에게 완벽하게 맞는 상대였을까?

아니면 결국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맞춰가느냐에 따른 것일까?

완벽하게 맞는 두 사람이 완벽한 연애를 한다는

그 서비스의 전제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지

그렇게 무탈하고 무난한 순조로운 연애가

정말 아름답고 편안한 연애로 결말을 이을 수 있을지,

작가는 혜인과 재민, 민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평탄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며

오도카니 주저만 하는 이들이 있다면

혜인과 하트세이버의 이야기가

그런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궁금해진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와 비슷하게 생긴

이성의 외모에 더 호감을 느낀다는 얘기가 있다.

부부끼리는 닮는다는 얘기도 있고,

반면에 누군가는 '반대가 오히려 더 끌린다'

'오히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정해진 정답이 없는 연애 앞에서

진짜 로맨스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실험적이면서도 유쾌한 작품이었다.


"이 글은 달달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