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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무용수 - 인생은 언제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5월
평점 :

"이 글은 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흔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사건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누군가에게는 홀로코스트가 그렇다.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그래도 될까'싶게 너무나 무거운 시간들은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끝내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인하고 두려웠던 현실에 대한 파악뿐 아니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을 것 같은 그 시간 속에서
끝끝내 빼앗기지 않은 단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체조선수이자 무용을 배웠던 열여섯의 어린 소녀는
온 가족이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그곳에 당도한다.
헤어지는 줄도 모른채 부모님과 헤어지고,
유일한 혈육인 언니와 남은 그녀에게
'살기 위한' 도구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것은 무용.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용기는
수많은 두려움과 흔들림 앞에서
뜨거운 용기라는 힘을 전한다.
이제는 40년 넘게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무너진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에디트 에바 에거의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이다.
에세이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지만,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줄곧 받는다.
이제까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깊이의
고통을 담고 있어서일까,
인간의 존엄마저 저버리는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나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인 건지
홀로코스트 책은 늘 그렇게 나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있었던 사실'보다는
다른 의미로 믿고 싶었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했던 안네 프랑크나
너무나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 외에도
홀로코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종종 읽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우리의 위 선조 대분들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잔혹했던 현실들을 겹쳐보며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가진 모든 것을 잃고,
앞으로 삶을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처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믿기 힘든 과거의 사실들을 현재의 나에게 대입하며
과연 '나라면'이라는 가정은
감히 '이해'나 '공감'이라는 어쭙잖은 단어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뒤흔들 수 있는 경험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이들도 봤었고,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내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나 고통 속에 머무르지 않고
이내 용기를 내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만나본 에디트 에바 에거의 이야기 역시 그랬다.
아우슈비츠를 겪었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담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고통을 넘어 자유를 되찾은 자신의 이야기,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다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끔
정립한 치유 이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수용소로 이동하게 되었을 때
아직 10대에 불과했던 소녀였던 작가는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속에 품은 '한마디 말'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가족을 잃은 슬픔,
하루하루 생과 사의 경계에서 위협을 받으면서도
버티고 끝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마음에 새긴 것은 아무도 내게서 뺏을 수 없다"
라는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된다.
이윽고 되찾은 자유,
그것으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평범한 일상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나 크게 새겨져 버린 상처는
어른이 된 그녀를 내내 따라다니며
할퀴고 숨 막히게 하며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을 인터뷰하며
감추고자 외면했던 과거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고통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나의 미래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한 발자국씩 밖으로 나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며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가 모두에게 추천하는 '선택 이론'이다.
자신과 같이 과거의 문제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직시하고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유에 대하여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심리치료사의 모습을 보인다.
직접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기에
내담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고,
자신 역시 과거를 제대로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찾을 수 있었던 자유를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다정함'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는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견주어
나의 고통을 평가절하하거나
혹은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꽁꽁 숨겨둔 채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아픈 상처일수록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마주하면서 상처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것이
작가가 책을 통해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숨 막히게 하는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일으켜 세운
작가의 용기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하면서도
언제든 모든 선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자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고통 속에 잠든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