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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이
견뎌내야 하는 슬픔의 무게는 이로 말할 수 없다.
'단 한 번만이라도..'라는 간절함은
이별의 아픔만큼이나 짙게 찾아오는데,
이런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떠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가정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제대로 된 이별의 모습을 보여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쓴
무라세 다케시가 이번에는
천국에서 보낸 편지라는 주제로
떠난 이와 남은 이가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로 담았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내려면 막대한 배송비가 듭니다.
그래서 보내는 사람이 낼 수 있는 만큼,
수입을 고려해 비싼 우푯값을 받고 있습니다.
답장을 받고 싶다면 돈은 2배로 내야 합니다.
편지는 딱 '49'일 동안만 보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편지를 보내겠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소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이다.
가마쿠라에 있는 아오조라 우체국에 찾아가면
천국으로 떠난 이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이 편지는 상대가 죽고 49일 동안만 보낼 수 있으며,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배송비가 든다고 한다.
또한 상대방에게 답장을 받고 싶으면
회신용 봉투를 동봉해야 해서 추가로
발송하는데 드는 비용만큼의 우푯값을 지불해야 한다.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천국에 우편물을 배송하기 때문에
막대한 배송비가 들며, 이 때문에
우체국을 찾았던 이들이
'사랑이 먼저일까, 돈이 먼저일까?'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이후
슬픔 가득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은
각자 우연한 기회로
'천국에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을 접하게 된다.
삶의 의욕을 잃고 무너졌을 때 힘이 되어준 최애
쓰레기 인생이라 자책했던 나를 도와준 친구
세상으로부터 숨은 나에게
용기와 사랑을 심어준 할머니,
가족 그 이상의 의미였던 반려견,
상대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인생이 목표가 될 만큼 소중했던 연인 등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우체국을 찾는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슬픔은 물론이거니와
전하지 못했던 마음도 표현하고 싶고
또 떠난 이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편지에 담아 보내는 것이다.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비싼 우푯값뿐 아니라
편지에 담아야 하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
또 결국은 맞이하고 만 이별 앞에서
앞으로의 삶의 의지일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사랑이 먼저일까, 돈이 먼저일까?'
라는 고민 앞에서 흔들리기도 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기꺼이 떠난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떠난 이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전하기도 하고
또 자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묻기도 한다.
미안한 마음이나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기도 하고 말이다.
딱 49일간만 보낼 수 있고,
답장을 받는 시간을 고려하면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데
과연 나라면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보낼까?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절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자신만의 부족함을 지니고 있다.
일에서도 능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빚에 허덕이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주변의 시선 아래 숨어 있기만 했고,
떠난 이의 빈자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기도 했다.
삶의 목표였던 상대가 사라지고,
뒤엉켜버린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포기하려고 하고 말이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를 받고
떠난 이들은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여전히 변함없는 자신만의 말투와 글씨로
진심을 가득 담아서.
갑작스러운 이별로 제대로 된 헤어짐을
갖지 못했던 이들은 천국으로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떠난 이와의 마침표를
비로소 찍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달라진 시각과 모습으로 씩씩하게 임하게 되고 말이다.
아오조라 우체국을 통해 받은 그 따스한 온기를
타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다.
가장 힘든 순간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의 힘을 통해
타인을 돕는 선의로 연결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불상 모양의 뒷면에 굿럭 이라 새겨진
인형을 통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으로 다시 연결되며,
우리의 삶과 인연 역시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따스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헤어짐이라는 결말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읽은 소설이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내용은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이별이라는 시간 앞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소중한 오늘을 감사하며, 함께 하는 인연들에게
한껏 진심을 잊지 않고 표현하자고 그렇게 다짐해 본다.
마음속으로는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에 보낼 편지에는
미련이나 후회는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전편에서는 '열차 사고'라는
한정적인 이별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우체국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만한 이별의 상황이어서
더욱 와닿았던 부분이 많았다.
감성을 채워주는 무라세 다케시 만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