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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은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80년대에 태어나 어느덧 완연한 성인이자
중년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어렸을 때 한창 재미있고 인상 깊게 보았던 만화 중에는
환경을 다룬 작품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구는 초록별》을 보면서는 파괴되는 지구에서 살아갈
먼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정말 환경을 더욱 생각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하지만 방영을 하던 90년대에서 30년이나 지난
2020년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어쩌면 더욱더 만화 속에서 봤었던
파괴된 지구에 다다르는 것 같아서
이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근본적인 '행동'이
더욱 시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들곤 한다.
대단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로서
가슴 한편에 부채감을 지니고 있기에
환경이나 기후 관련된 책들을 보기도 하고
흔하게 얘기하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며
작은 움직임이라도 더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한두 사람이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라던가
"곧 망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도 다 환경주의자들이 말하는
위기감을 형성시키는 괴담에 불과하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뉴스나 공개되어 보도되는 자료를 통해서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데,
기후 위기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정확하게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우리는 지구의 마지막 세대인지,
나아질 기회는 없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데이터 전문가인 해나 리치가 쓴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를 만났다.
해가 갈수록 들끓는 여름을 맞이하며,
멀리 떨어진 일부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고기를 덜먹는 등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취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막연한 비관이나 낙관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후 위기의 진실을 알리고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운동경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누군가는 포기를 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지구는 지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진 변화를 보이기도 했고, 가능성을 증명하며
우리가 처한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뉴스나 보도를 통해서 접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내용은 비관적인 내용이 많다.
자극적이고 심각한 얘기를 해야만 집중이 되기에
무엇이 얼마나 파괴되었고,
우리가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를 통해 사람들을 자극하고 행동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채찍만으로 행동을 이끌지 않는다.
저자인 해나 리치는 기후 변화를 맞이한
'우리'라 불리는 인류에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데이터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당근'과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가 말하는 상황은 결코 지금이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끝난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지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적 절박함이라면서
지금 우리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정반대로 취하고자 한다.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을 이야기하고,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그 어떤 세대도 '지속가능성'을 달성한 적이 없으며
우리가 그 첫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책은 크게 7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지구가 처한 환경의 실체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해서 전한다.
대기오염,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식량문제,
생물다양성 훼손,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어류 남획 등으로 많은 비관론자들이 말하는
문제들의 현실을제대로 데이터로 분석하며 반박하고
그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나 오염이나 삼림 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등과 관련해서는
나 역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지극히 고정적이고 편향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지금의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사이의 문제나
혹은 지난 세대 때와의 데이터를 비교해가며
보다 직설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버리지 않고 쓰지도 않고 치우기만 하면서
지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여전히 우리는 지구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고,
무언가를 만들거나 소비하지 않고서는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이런 기후 위기나 환경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강하게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로의 의견 차이가 '부족한 정보'
'비뚤어진 정보' 때문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나 리치가 제시하는 데이터와 정리를 통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를수록 점점
'이건 해볼 만한, 아니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라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전한 위기의 상황인 것 맞지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보다,
일말의 가능성을 통해 변화를 향한 의지를 키우는 것,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작은 불씨를
꼭꼭 감싸는 마음이 바로 이 책에 담긴 게 아닐까?
수많은 실패 속 성공할 단 하나의 경우를 가지고
함께 한마음으로 키워간다면,
이 지구가 처한 위기 역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지구를 위한 선택을 우리 인류가 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지속가능한 첫 번째 세대가 되어
지구를 채울 후손들에게도 방향등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