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는 진료실
센카와 다마키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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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경우가 많다.

감기처럼 일상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작은 질병의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무언가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기 위해

좀 더 큰 규모의 병원을 찾게 되면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았나?' 싶게

치료를 받기 위해 한참을 대기해야 하고,

기다려서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1~3분 남짓의 짧은 시간은

그저 검사 결과를 듣고 처치를 받으며

투약에 대한 설명을 듣기에도 빠듯할 따름이다.


나 역시 주기적인 추적관리를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종합병원을 찾는다.

상급병원에 해당하는지라,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약한 시간보다 평균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많다.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선생님이

진료를 더디 하는 것도 아니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샌드위치나 과일 정도로 간단히 때우면서

수없이 이어지는 대기 환자들을 마주하며

최대한 빠른 진료를 하고 있는데,

병원 예약 시스템상 3분에 1명씩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실제로 진료를 진행하다 보면

(처치나 확인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니)

진료 시간이 늘어지기 마련이고,

대기하는 환자들은 환자대로 기다리면서 지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힘들게 만난 의사선생님과

받아야 하는 치료나 불편함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는 치료에 관련한

가장 간단한 대화만을 나누게 된다.

'많이 아프셨죠? 불편하셨을 텐데' 하는

작은 말 한마디라도 듣게 되면

어쩐지 공감을 받는 기분이 들어 울컥할 정도이니,

몸의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갔지만

마음을 어루만져 줬으면 하는 본능적인 마음은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병원과 의사의 모습을

막연히 바라고 그리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나 〈낭만 닥터 김 사부〉처럼

환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여기 있다.


종합병원의 견물 뒤편 허름한 단층집에

'종합내과'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어쩐지 수상한 곳.

의사 가운에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반바지를 입은 의사와

누구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주황색 간호사 복을 입고

서로에게 주저함없이 할 말을 내뱉는 두 사람이 있는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학계 연구과 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고,

재직 중 집필한 작품으로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종합병원 부지 내 허름한 단층집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의사가 있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의학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3편까지 출간되며 시리즈 누계 판매

14만 부를 돌파하며 그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처방전 없는 진료실〉은

시리즈의 그 첫 번째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를 건네며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병원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환자에게 디저트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병원과 의사라니

이런 곳이라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언제든 찾아가 위로를 받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설은 6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운전을 고집하는 아버지,

수상한 영양제에 빠진 어머니,

그리고 환자들의 아지트라 불리는

종합내과에서 함께 일하게 된

린타로와 미카짱의 이야기,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감행한 예비신부,

고혈압은 제약회사의 음모라고 믿었던 회사원,

민간요법에 심취한 아내 등

아오시마 종합병원과 병원 뒤편에 위치한

허름한 단층집으로 된 '종합내과'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치료'라는 것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와

사람들이 받고 싶어 하는 '치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은 병원이라는 공간도

의사와 환자라는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대화나 공감, 마음을 나눈 적이 별로 없다.


의례적으로, 당연히 그래왔으니 까라며

틀에 박힌 치료를 받으며 이런 진료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외면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타지 같은 이상향을 그리면서 말이다.


"검사를 하고, 병명을 알려주고,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라는

린타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병원을 찾았을 때

가장 받고 싶었던 '공감'에 가닿아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도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기에 가졌던 아쉬움 들을

소설 속에서의 린타로를 만나며 달래고,

따뜻한 힐링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현실 속에서도 소설에서 만난 린타로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기를,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차가 있고

언제든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곳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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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뭐든 물어보는 너에게 - 결국 우리가 답해야 할 12가지 질문
구본권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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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트리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2025년 6월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AI) 앱 이용률은 비교적 어린 연령대에서

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AI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나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 등은

챗봇을 단순한 검색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처럼 인식을 하고 있고,

이런 '과의존'을 하게 되면서

논란과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기성세대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과

나아가 AI 기술에 가까운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신뢰하며 사용을 하고 있다.

이런 AI를 도구로써 교육이나 일상에 활용하면 좋지만,

과도하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친구보다 더 친구 같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

이들을 대상으로 한 AI 활용에 대한 교육이

더욱이 중요해지고 있다.


어른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조차

AI에게 제일 먼저 털어놓는 시대,

친구보다 AI와 대화를 하고

숙제나 공부도 AI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AI를 사용해야 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생각해야 할 포인트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 있다.


언론인 출신의 디지털 인문학자이자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책을 쓰고 있는

구본권의 〈AI에게 뭐든 물어보는 너에게〉이다.


AI 시대의 개척자라고 부를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전 세대는 한 번도 고민한 적 없었던

문제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먼저 경험한 사람이 없으니 해결책도 모르고,

결론을 알려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며

작가는 다양한 생각을 키우고 토론의 필요성을

시작부터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마주하게 될 12가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힘을 기르게 해 주는

인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도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로

미디어를 읽는 힘을 제시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좀 더 나아가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리터러시를 제안한다.


단순히 AI를 이용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가 내놓은 답을 해석하고 의심하면서

나만의 기준으로 논리를 세우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점점 많은 것을 대신하고 있는 AI 앞에서

주어진 답을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지를 독자들이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첫 파트에는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무엇이 바뀌고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핵개인시대 등장하게 될 돌봄 로봇이나

나의 취향이라고 제시하는 알고리즘 속

놓치지 말아야 할 자기결정권 문제,

생성형 AI가 만든 작품과 예술에 대한

생각까지 정리할 수 있다.

나아가 지금의 AI보다 더 뛰어날

범용 인공지능까지 살펴보며

우리가 사용하고 사용할 도구로서의

AI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너무나 밀접하게 우리에게 파고든

AI에 대해 어디까지 믿어도 될지

편리함과 의존의 경계에 대해서 다룬다.

AI 판단의 효율성은 물론 알고리즘의 위험한 편향,

AI의 판정이 정말 공정할까?라는 의심,

나아가 AI 정치가가 등장한다면?이라는 가정,

최근 대학가에서도 문제가 됐었던 부정행위 문제,

AI 등장 이후 달라진 작업환경 등

일자리 변화와 이로 인해 달라지는 일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능력을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AI를 사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상황에서

AI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라는

책임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자율 살상 무기라 불리는 킬러 로봇의 사용에 대한 의견,

로봇과 감정적으로 소통하면서 생기는 권리문제,

로봇이 일으킨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 등

숫자나 조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볼 수 있다.

또 AI를 삶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AI를 어떻게 학습시켜야 할지도 정리해 보며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현실과

'왜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겠다.


무조건 AI가 옳다고 무분별하게

결과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도구로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내놓는 답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점검하며

피드백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을 시키고,

이를 다시 나만의 기준으로 이용하는

건강한 태도가 필요하다.


아직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편한 청소년들에게

내가 AI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체크를 하고

또 올바른 도구로서 AI를 사용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일상 속에서

AI 기술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AI가 답을 알려주는 시대인데

왜 우리는 더 고민하게 되는 걸까?

나 대신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나의 생각에 맞게 기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잃지 않는 건강한 사용자가 되어야겠다.


한창 AI 도구에 의존하며,

무조건적인 습득만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며 판단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꼭 청소년들뿐 아니라, AI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들에 대하여 다룬

〈AI에게 뭐든 물어보는 너에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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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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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니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팬이 돌아서면 안티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타를 잘 알고 아끼던 팬이 돌아서면

더욱 무섭다는 비유인데,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그를 미워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비뚤어진 팬들의

행동이 드러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다 보면

결코 비유로만 웃고 넘길 말은 아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의 팬이 된다.

학창 시절 다들 흔하게 겪는 아이돌 가수뿐 아니라

배우나 운동선수, SNS의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스트리머라 불리는 인터넷방송을 하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존재는 정말 다양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한순간이듯

누군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도 한순간이다.

평생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할 것 같았던 팬심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으로,

혹은 사회적 물의 나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며

다른 대상으로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순히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는다'를 넘어

'그가 죽도록 싫다'에 이르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의 신부가 되고 싶어"라는 소망을 가진

고등학생인 소녀이 그녀의 전부였던

아이돌 그룹 멤버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의 얼굴을 정밀하게 재현하며

1년에 364일 정도를 생각하던 그를

어째서 죽이고 싶어진 걸까?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을까?


동경과 배신이 빚어낸

지독하게 비뚤어진 팬심을 담은

리얼한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터 집중이 되었던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이다.


청춘의 광기를 그린 작품들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사쿠라이 치히메가

이번 작품을 통해 담은 이야기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10대 소녀의 이야기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극도로 서툴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며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는 쇼지 하나코.


그런 그녀의 하루를 꽉 채워주는 존재는

바로 아이돌 그룹 '백 투더 나우'의

후지카와 이사미 이다.


팀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다이가보다도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항상 열심히 연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사미의 매력에 푹 빠진 하나코는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보석 같은

이사미를 응원하고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사미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그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조차 꺼리는 하나코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이 이사미가 최애인

반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사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지 않아?"

"알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라며

그녀의 닫힌 마음과 대화를 열어준

쓰키미야 요후네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순식간에 가까워진 그들은

이사미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더욱 친해진다.

평생 가까이할 수 없었을 것만 같았던 이사미였는데

그의 집을 알아내서 볼 수 있게 해줬던 것도

하나코에게는 요후네에 대한 믿음을

더욱 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파헤쳐 가던 정보들 사이에서

하나코는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이사미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수록

그를 위해 더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코의 바람과 달리,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사실 이사미가 만든 캐릭터였다.

같은 팀 멤버인 다이가에 대한 질투와 열등,

이해할 수 없는 팬들의 BL 성향까지

참았던 이사미의 화는 급기야 폭력으로 이어지는데


뉴스를 달군 이사미의 소식 앞에

배신과 실망을 느낀 하나코는

그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에

요후네와 함께 팬 콘서트에서 그를 죽이기로 한다.

과연 그들은 정말 이사미를 죽일 수 있을까?

그를 죽임으로 인해서

그들이 마음에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그의 모습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하나코가

이사미에 대한 실망과 배신을 느끼고

폭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최애를 죽이려고 한다'는 단적인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세월이 지나 변한 스타의 모습 앞에서

'지난 나의 사랑에 대한 배신'을 느낀다던가

'쏟았던 나의 열정'을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비뚤어지기는 했지만 그 마음의 시작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아쉬웠지만

그만큼 큰 사랑이 반대로 더 큰 반향이 되었을 것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줄 알았던

요후네의 마음속 진실과

마지막 순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씁쓸함도 조금 더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팬과 스타의 관계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은 저리 감쳐둔 채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보고 싶은 모습만을 바라보며

멀리 떨어져 바라볼 때 아름다운 관계.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그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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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삶 -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박지민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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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5년 우리나라의 AI 도입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2025년 AI 도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성 AI 사용률은

경제활동인구의 26%에서 30% 이상으로 증가,

전 세계 25위에서 18위로 7계단이나 상승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AI 플랫폼을 사용하며,

IT업계 사용률은 92.5%에 달한다고 하며

사용하는 플랫폼 역시 다양해지는 것을 보니

AI 생태계가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업무나 공부에서뿐 아니라

일상이나 여행, 혹은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담,

건강관리나 스케줄 관리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AI 플랫폼을 사용하며 보다 밀접하게 되었고

더 이상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때때로 사용하고 있지만,

AI 플랫폼에만 의지하거나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을 볼 때면

과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늘 옳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붙게 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겪은 나에게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며 마주한

이 혁신적인 '기술'이 어디까지 납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얻게 되는

장점이나 이득을 말하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AI 플랫폼의 발전으로

공부나 업무, 일상에 있어서도

전과는 다른 프로세스를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달라질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당연한 흐름'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는

'스크린 중독'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거대한 변질은 아닐까?

이로 인해 나타날 위기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있는 지금,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이 아닌

대체불가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파헤친 비평서를 만났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에릭 사댕이 전하는 〈유령의 삶〉이다.


직접 대면하거나 편지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사람들은 연결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AI 기술의 발전은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삶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밀접하게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접속하고 연결되는 지금

우리는 완전히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 연결이 우리를 더욱 단순하고

우리의 주체를 소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금의 기술들을

작가는 새로운 시선으로 파헤치고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이나 생성형 인공지능,

그리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연결되는 사람들,

너무나 편리하고 즉각적인 이 연결과 떠받치는 것들을

작가는 '유령'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매혹적인 길로 이끄는 것 같은 이것들은

이것에 의지하게 되는 순간

생각과 행동, 창조하기를 멈추게 한다.


단순하게 주어지는 것만을 획득하며

자신만의 주체를 가지고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우리들에게

에릭 사댕은 이들에게 맞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마주한

냉정한 현실이자,

우리가 미처 외면하고 있었던

인공지능 시대의 제한된 삶,

우리가 얻게 되는 기술적인 장점에 가려져

잃게 되는 본질적인 '주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두가 열광하고, 이를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지를 다루던 여느 책들과 달리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주체성을 잊지 말자고,

우리가 현혹되지 말아야 할 유령들의

잔혹한 현실에 대해서 전하는 것이다.


기술이 틀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연구하며 '기술'을 통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류가 득을 봤는가?

지금의 흐름 역시 언젠가 모두가 당연히 마주해야 할

새로운 '장점만이 가득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AI 시대로 접어들고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사람들이 의지하고

그것만을 향한 맹목적인 흐름이,

정말 인류를 구원하고 발전시켜줄 기술의

당연한 모습인가 하고 말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익숙지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이 아니라 놓치고 있던 진실을 깨달으며

느끼는 두려움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엄습해왔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기술의 대가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올바른 시선에서 지금의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작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인 작가의 이야기는

근본적인 기술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런 기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철학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자

삶의 본질을 다루는 철학적 시선을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실체는 사라지고 알고리즘의 명령을 수행하는

주체성을 잃은 유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이 도사리는

언어와 상징의 인공적 생성에 맞서

무한한 형태의 창조적 충동으로

일상에 우리의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인가?

이 책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으며

독자들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올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던지는 책

〈유령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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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스페셜 양장 리커버 개정판)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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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마음이 담긴 진심을 가장 믿는 나이지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과 관계의 어려움을 더욱 느끼곤 했다.

이른바 '인류애를 상실한다'라고 할 만큼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고,

시절 인연이 마무리되고 느껴지는 공허함에

내가 믿고 있던 '진심'과 '다정'에 대해서

조금은 의구심을 품은 날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읽었던

따뜻한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제목부터 너무나 나의 결에 맞았던,

읽고 나니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그 책!

잊고 있던 그 책이 떠올라 이전에 남겨두었던

감상과 마음에 남은 구절들을 다시금 읽어보던 찰나에

더욱 단단해진 다정과 깊어진 삶의 태도를 더해

완성된 이야기로 돌아온 리커버리판을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다정함이 모인 이름들이 더해져

'세상을 바꾸는 다정한 이름이' 적혀

선물용으로도 특히나 너무 좋을 것 같았던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스페셜 양장 리커버판〉 이다.


MBTI의 T다 F다를 따지며

감성적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그 "감정" 때문에 때로는 손해를 본다는 시선도 있었다.

모질지 못한,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감성인들에게는

타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때로는 상처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감을 하는 감정의 동물이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야기할 때면

서로를 향한 '다정'이 너무나 필요할 때가 있는데,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조차

제대로 나의 '다정'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정함은 타고나는 거라고,

난 원래 그러지 못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런 다정함은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 역시

우연이 아닌 선택의 산물이라며

자신이 가진 '다정'에 대한 생각과

또 이런 관계를 바꾸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찍이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떠나

'다정함'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펼친

따뜻한 작가의 이야기는 나의 결을 함께 하며

와닿는 구절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이 따뜻함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만나본 스페셜 양장 리커버리 판에는

'세상을 바꾸는 다정한 이름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북재킷에서 소중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 이름들 사이에서 내 이름을

한눈에 발견하며 느낀 반가움은

누군가에게 선물했을 때,

선물 받는 이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겠지!


다정함이나 따뜻함이라는 감정이

약점이나 의지하는 부족함이 아니라,

타인에게 기꺼이 공감하고 내어주며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태도가 가져오는 삶의 변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리커버판에는 초판 출간 이후

인생의 굴곡과 변화를 맞이했던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도 더해져 있어

초판과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 마음가짐을

품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것 같다.


이전에 읽었지만 다시 한번

새로운 책을 만나듯 읽으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구절에서

더욱 강한 마음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초판에서는 관계나 방향에 대한 구절에서

많은 밑줄을 그었다면,

이번에는 책을 읽는 시선이 외부로 향하는 것이 아닌

바깥에서 안으로 '나'에게로 향하는 구절에

더욱 울림을 주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내 마음과 태도의 변화가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도

서로 다른 울림을 가져왔다는 거겠지?

한 번씩 일렁이는 마음이 들 때마다

따스한 '다정함'이 그리울 때마다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정함'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지키게 해준 단단한 위로와 공감!

더욱 깊게 다가왔던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스페셜 양장 리커버판〉 이었다.


따스한 봄날 향기로운 꽃처럼 다가온 시간,

아끼는 사람들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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