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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누가 강요하거나 시킨 게 아닌데도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선생님이나 요리사, 간호사, 미스코리아를,
누군가는 의사, 대통령, 과학자, 건축가 등으로 말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있는 사회, 가부장적 분위기의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마치 '그러면 안 된다는 듯'
고정된 성관념에 갇힌 직업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주방 일에는
생각 외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많기도 하고,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섬세하고 민첩한 감각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이야 예전과는 달라져서 교과서에 들어가는
삽화나 표현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시선 아래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에 고정된 편견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에 고장 난 물건이나 수리해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다치거나 망칠 수 있으니 아빠를 기다리자' 라든가,
공구상자를 다루는 것은 남자의 몫이라 생각하는 게
보통의 생각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성별에 관계없이
집 수리는 '기술'에 관련이 있고, 이 경험 여부가 중요하지
'여자라서 못 한다', '남자라서 가능하다'는 것은
애당초 관련이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삶을 위하여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여자가 있다.
국내 최초 여자 집수리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라이커스 대표 안형선 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나 게임 등을 잘했고
공구상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치고 잘하네'
'여자가 저런 걸 해?'
'여자인데 이런 걸 좋아한다고?'
라는 시선 앞에서 문득 "왜 여자라고 신기해하지?"
"여자로서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나?"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여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불편함이나
여자라서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넘어
"여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여성 집수리 전문 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집 수리라는 영역에서 여자기사가 없었던지라
선입견이나 차별 어린 시선 아래에서
자신만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당당히 집 수리기사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집수리 기사 일을 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와
집수리 기사로서의 일상,
수리 일을 하며 만난 고객들과의 사연이 담겨있다.
성별에서 오는 부족함이 아닌
초보 수리기사로서 느꼈던 '처음'의 어색함,
수리기사가 하는 일의 범위와 자신만의 노하우,
일을 하며 사용하는 도구 뿐 아니라
여성 집수리 기사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기회가 없었기에 해볼 수 없었던 일에 기꺼이 도전하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단순히 흔치않은 성별의 벽을 뚫은 사람이 아닌
그가 느낀 변화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해보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지 간에
뭐든 직접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는 바로 그런 사회이다.
나 역시 얼마 전 방법을 미리 찾아보고
직접 고장 난 서랍장의 레일을 교체해 봤다.
고장 난지 한참이지만, 남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건가 해서
미루고 미루었는데 막상 방법을 찾아보니
나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기에서도 직접 혼자서 수리했다는
여자들의 얘기도 있었고, 그렇게 직접 도전해 보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마칠 수 있었다.
"여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네, 근데 왜 안된다고 했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스스로를 믿지 못해 미루었던
시간에 대한 후회 또한 남았다. 대체 이게 뭐라고.
이제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대신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남자, 여자의 고정된 일을 벗어나
영역 확장을 하며 선구자가 되어주는 그들을 응원해 본다.
느꼈던 불편함에서 출발한 용기 있는 변화의 이야기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