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한지수 지음 / &(앤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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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빗대곤 한다.

새롭고 낯선, 때로는 익숙한 장소로 떠나

그곳에서 즐거움과 기쁨,

때로는 슬픔과 어려움도 함께하며

미처 몰랐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발견을 하면서 말이다.


인생을 여행이라 한다면,

캐리어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완서 작가의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에서는

캐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옷가지를 비롯해 선물로 샀던 각종 기념품 등을 담았던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후,

그것을 열어보게 될 타인에서의 시선과

부끄러운 민낯이 담긴 자신의 가방에 대한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있었다.


그렇다. 캐리어는 그런 존재다.

완벽한 여행을 위해 조금은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기도 한,

일단 넣고 잠그기만 하면 타인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나의 치부이자 가장 솔직한 나의 모습,

나라는 사람을 압축한 하나의 덩어리 말이다.


이런 인생의 블랙박스 같은 진실,

그것을 캐리어에 빗대어 여행을 통해

인생을 담아낸 소설이 여기 있다.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비롯해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수상 작가인

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이다.


소설집에는 각기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한

7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섯 편에는 멀리 있는 도시를

두 편은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을 만날 수 있다.


도시의 이야기는 제각각 다른 등장인물과

서로 다른 인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 자신의 '과거'로 연결된다.

서로 다른 거리는 왜곡되기도 하고,

오해와 때로는 감춰진 진실을 품고 있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로소 감춰졌던 진실을 마주하며

외면해왔던 자신의 상처 앞에 바로 설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관계와의 재회,

그리고 공감과 관계도 나누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마음에 남게 되는 상실이라는 감정을 그려낸

《발리, 그 섬에서》


젠더 정체성의 반전과 돌봄과 관계에 대한

윤리적 정체성까지 생각하게 했던

《야夜심한 연극반》


흔한 애도의 서사에서 벗어나

애도의 불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상실을 내면화하면서 방황을 지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한 대상을

끝내 떠나보내지 못하는 인물의 심리를 다룬

《그라나다 유기견》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존재를 통해

자신의 상실과 상처를 비추어 볼 수 있었던

인물을 다룬 《그녀의 허니문 룸메이트》는

상처의 연대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다.


명확하게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양한 미투 사건을 다루며 가해와 피해의 도식에 대해

그리고 '중립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느꼈던

죄책감을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목소리들》


고문기술자의 생과 가족을 소재로 한

《코드 번호 1021》과

농촌마을의 개발 붐을 다룬 《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공기를 다루며

깊은 공감과 위로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인생이라는 여행에는 다양한 여행자들이 있다.

나는 이 여행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내가 바라는 여행의 모습과 실제 여행의 모습은

어떤 차이를 가져가고 있는지,

우리가 여행에서 마주한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은

정말 내가 바라본 모습이 전부인지

풍경 속에 뭉뚱그려질 각 인생의 서사를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미처 몰랐던 아니면 외면하고 있던 진실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이 그려내는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함께 안을 수 있는

공감과 마음의 여유까지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여행지에서의 풍경 속에 담긴 서사를

자신만의 문체로 담담하게 담아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 자신이 마주해야 할

진실과 평화에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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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게 배웁니다 - 오늘이 좋아지는 마법 자기만의 방
임진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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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쓴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서 바라보는 내가

100% 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없는데도

그 기준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고

다른 이들의 시선 아래 '추구하고자 하는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생활 반경이 좁아졌다.

*인 이상 집합 금지도 있었거니와

외부에서 타인과 어울리던 일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고 나서

밖을 향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집으로, 가족을 향해서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즈음해서 나 역시 라이프스타일이나

추구하는 마인드가 많이 달라졌다.

나보다는 타인을 향했던 시선들은

기준을 '나'로 잡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로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런 '나'에 대한 탐구는 자연스레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공간과

늘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물에게 배웁니다〉 역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에 출간되었다.

책 속에서 코로나로 인한 일상에 대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실을 마련하고 혼자서 일을 하는 작가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또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을 통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 자신과

나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없는 대상인 사물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생활의 단면이 있지 않을까?


"늘 곁에 있는 사물은 그저 놓여있을 뿐이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잠잠하게 나를 지켜준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런 사물을 통해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사물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생활의 단면에 너그러움을 가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작가가 전하는

44가지의 사물의 이야기이자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건을 통해 시작하는 이야기는

하루에도 수없이 머릿속을 흘러가는

생각의 기록이기도 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내가 싫어하는 것도

모두 '나'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사물에 깃들어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나를 버티게 한 힘, 작은 행복 등

소소한 일상에 자리한 사물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이어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은 바라볼 수 있지만,

나를 비추는 거울이 없으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자신을 바라보지 못한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은 어떤지

나를 감싸고 있는 사물들을 통해

마음의 거울을 비춰보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포인트도

이해하고 설명해 주는 사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며

지금부터 나를 둘러싼 사물들의 이야기에

보다 주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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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습관 - 작은 시작으로 압도적 변화를 만드는 행동 공식
로버트 마우어 지음, 장원철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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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행하고 있는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행동이라도

막상 그것을 나의 행동으로 취하고

오래도록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지'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새해가 되면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곤 했었다.

"올해는 책을 몇 권 읽어야지!"

"외국어 공부를 해야지!"

"살을 몇 kg 빼야지!"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획했던 변화의 움직임들은 이내 시들해지고

반복되는 실패들 사이에서

더 이상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목표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순간에 몰두하게 됐다.


우리는 왜 이렇게 실패를 마주하게 되는 걸까?

변화라는 것은 정말 극히 일부에 달하는

'타고난 지구력'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걸까?


이런 포기와 실패 앞에서

의지력 부족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던 이들에게

의지가 아닌 '방법'이 틀렸다며

우리가 지난 뿌리 깊은 두려움에 집중한 사람이 있다.

UCLA 의과대학교수이자 임상심리학자로

수천 명의 사람들과 기업을 변화시킨 저자는

변화의 두려움과 망설임을 이길 수 있는

'작은 시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소한의 습관〉이다.


〈최소한의 습관〉은 변화의 실패를 넘어

결심을 끝까지 해내고,

압도적 변화를 만드는 행동 공식으로

'스몰 스텝 전략'을 제시한다.

"가장 작은 발걸음이 가장 강력한 변화가 된다"

라고 말하며, 변화를 위협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작게,

또 실패할 수 없을 만큼 쉽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거창한 다짐이나 목표 대신 매일 바로 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시작하고,

이렇게 시작된 작은 행동이 더욱 오래 지속할 수 있으며

반복이 쌓여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이

한 번에 절제하는 식단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에서 한 숟가락씩 줄인다거나

하루에 30분씩 운동을 하기 어렵다면

TV를 보면서 1분씩이라도 걷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작은 행동이 정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로 SNS를 통해서도

근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이 제로베이스인 사람이

'하루에 팔굽혀펴기 1개씩 도전하기'를 통해

한 달 만에 달라진 몸을 보여준 것을 봤었고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일단 운동복을 입고 러닝머신 위에 앉아보고,

일어나서 몇 발자국 걸어보고

그렇게 걷다가 밖으로 나가 러닝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떠올리니

내가 해보지 않은 작은 행동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책을 통해 전하는

인생을 바꾸는 최소한의 습관은 6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최소한의 질문

2단계 최소한의 생각

3단계 최소한의 행동

4단계 최소한의 해결

5단계 최소한의 보상

6단계 최소한의 순간


최소한의 습관을 완성하는 로드맵을 통해

우리 역시 '나는 왜 안 될까'에서 벗어나

변화를 완성할 수 있다.


최근에 새롭게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금 막막한 생각도 들고 자꾸만 멈추게 되었는데,

조급함이나 한 번에 많은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이 책이 전하는 대로 작게 쪼갠 생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방오 본능을 우회하는

새로운 변화의 전략!

삶의 궤도가 달라지는 하루의 60초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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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 고전 표지 속 미술가의 생각법
최혜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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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책은 마지막 교양의 끈이자

스스로에 대한 어떤 다짐과 같은 것이었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그래도 무엇이라도 잡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어떤 확신 같은 느낌.


무엇을 얻고자 함보다는 그 속에서 즐거움이나 보람,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스스로의 의미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른바 '어려운' 책을 읽는 이들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이 있었다.

이름있는 작가와 이름있는 내로라하는 책들 사이에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되려 피하고 외면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나에게 고전은 진입장벽이 높은 허들처럼 다가왔고,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작품들은

다가가고 싶지만 쉽게 친해지기 힘든 친구 같았다.


이런 고전에 대한 관심이나 애호가 깊지 않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독자들에게

자신의 실패담을 건네며 응급처방을 받듯

간결하게 고전의 지혜를 전하는 이가 있다.


중년이 된 어느 날, 간절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졌던 때에

소설과 표지 그림이 말을 걸며

함께 앓아주는 환우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고전과 고전 표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이다.


간절함이 사라진 일상은

평생 호기심을 연료로 삼아 달려온 작가에게

처음 겪는 종류의 고장으로 다가온다.

보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말도

떠오르지 않는 날들 속에서

자신을 고쳐줄 수 있는 희망을 주었던 것은

바로 '고전'이었다.


시간을 이기고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공감을 주는 고전.

그런 고전이라면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을까라는 기대 속에서

작가는 고전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소설이 먼저 말을 걸었고,

어떤 날은 표지 그림이 먼저 다가왔다.

그렇게 만난 고전들 사이에서 고른

12개의 작품에 대한 작가의 중얼거림이

바로 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작가가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어딘가 삐걱거리고,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괴짜 같고,

자기 파괴적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멀쩡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낀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감각'을 통해서 말이다.


거대한 병실 같았던 고전,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은 함께 투병하는 환우처럼

가장 아픈 자리를 가만히 받쳐 주는 힘이 되었고

서로의 불완전함과 기이함을 함께하며

마침내 회복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작가가 빠지게 된 고전들과

고전 표지에 담긴 작가들의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시간 안에 담긴

다양한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오늘의 혼란함을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과 겹쳐보며,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시간도 배경도 처한 상황도 다른 인물들에게서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우리가 나와는 완전히 다른 것 같은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경험은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나 겪어보지 않았는가?


작가는 자신이 잃어버린 '간절함'이라는 감정을

소설 속의 인물들과 표지를 그린 작가들의 세계관

그 평행세계의 교차점에서 발견한다.

책을 고를 때 내용으로 선택하는 이와

표지를 보며 고르는 사람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고전 중에서

나에게 특히가 와닿았던 책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최근 들어 '나이 듦'과 '나이를 먹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전형적인 30대, 40대는 이래야 한다'는

단정을 나 역시 하고 있었고,

나이 든 스스로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지 못했던 시선을

소설 속의 폴을 통해서 파악했던 것이다.


내가 마주해야 할 중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도달해야 할 '낭만'에 대해서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무료함이나 권태,

더 이상 특별함이 없다는 어떤 주저함 등

변화가 필요한 이들에게

'고전'과 '고전 표지'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간절함'이라는 힘을 전해 준 따스한 책!


민음사 60주년 기념 도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무엇보다도 잘 담고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고전을 어렵다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친해지기 어려운 친구로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은은하고 오래 지속되는 힘을 가진

나를 기꺼이 받쳐주는 따뜻한 친구가 있다.

'함께'라는 든든함을 선사해 주는 그 친구를

이제 나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만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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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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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고기를 얼마 만에 한 번씩 드세요?"라는 말보다는

"고기를 얼마나 드세요?"라는 질문이 익숙한 요즘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흔치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매일, 아니 거의 매끼를

고기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육류 소비는 공장식 축산산업 발전과 더불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급기야 2023년의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는

60.6kg으로 사상 첫 60kg 대를 기록했으며

쌀 소비 56.4kg를 앞지르게 됐다.

쌀 = 주식이라는 오랜 공식은 깨지고

사람들의 주식이 곡식에서 육류로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고기를 먹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고기를 가공하고 납품하는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을뿐더러

농사와 일에 활용하는 소를

'고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힘'이나 '도구'같은 의미로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고기를 구할 수 있다.

소매로 된 정육점을 넘어

대형마트에는 큰 덩어리로 된 고기들을

원하는 부위만을 골라 구매할 수 있고,

간편하게 손질된 고기들은 깔끔한 트레이에 담겨

무인판매점에서 24시간 언제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축산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기가 되기 전, 즉 가공되기 전 소나 돼지 닭 등

동물로서의 의미에 대해서는 잊은 지 오래다.


단순히 인간이 소비하는 식재료 중 하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인류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육식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책을 만났다.

그동안 달라진 나의 식탁 모습을 떠올렸을뿐더러,

앞으로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 책

〈육식의 종말〉이다.


출간 25주년 개정판으로 찾아온 〈육식의 종말〉은

누적 10만 부가 판매되며

인류의 육식 문화가 세계에 미친 영향을 통찰한

이 시대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한

'소'라는 동물의 위치가 종교적 의미까지 가지는

'신'의 위치에서 흔한 식재료 '상품'으로 전락하기까지

인류의 사고방식의 변화는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라 할 수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소의 천부적인 가치를 박탈한 주범이자

현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차가운 악'에 대해 다루며,

우리의 식생활에 필요한 혁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실용주의라는 이름 아래

시장 효율적,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풍요로운 식탁을 위해 악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육류에 대한 소비의 변화는

우리 인류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현실에 처했고 말이다.


'인류가 육식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역사 전반에 걸쳐 인간과 소의 관계를 살펴보고

현대적인 축산 단지와 전 세계 소고기 문화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검토하며

이런 현대적인 축산 단지에서

초래된 환경적인 위협의 정도도 살펴본다.

육식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경계를 이끌어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고찰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의 식단에서 육류를 없애는 흐름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의미 또한 점검해 볼 수 있다.


육식의 등장이 인류와 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인간의 식탁에서 육류를 제외하는 것은

인간 의식의 역사에서

인류학적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공된 형태의 육류를 손쉽게 소비하면서

잊어버렸던 육식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의 식생활에 필요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겠다.


인류가 육식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많은 이들이 소비하며

식탁의 모습을 바꾼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육식을 누리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지금의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키워진 육류 소비의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는 것이

이 책이 바라고자 한 가장 첫 번째이지 않을까?


잔인하고 무자비한 과정을 떠올리지 못하게

핏기 없이 깔끔하게 손질된 고기들은 고기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떠나게 한다.

쉽게 얻어진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듯

우리가 소를 바라보고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서

시야를 바꾸게 하는 기회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현재의 육류 가공 유통 과정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가 먹었던 고기는 다르기를 바라는,

어쩌면 맛있게 먹는 지금이 행복해서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그늘 같은 부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즐비하게 정리되어 있는 고기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전과는 다를 것 같다.

나의 미래를 옥죄어오는 우리의 육식 문화가

부디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원자리를 되찾기를 바라며

오늘 나의 식탁을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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