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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노래 가삿말처럼 모든 관계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 그중에서도
사랑으로 평생을 약속한 부부라는 관계는
어떤 문제 앞에서도 굳건히 믿고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 부부 앞에
살인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물건이 나타난다.
바로 부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봉지 속에 숨겨진 것.
과연 이들 중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서로를 향한 의심과 고발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
또 그들을 둘러싼 시댁과 친정 부모님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소설을 만났다.
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 K.L 슬레이터가 쓴
〈남편과 아내〉이다.
참석해야 하는 파티가 있어,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떠난 아들과 며느리가
예정된 일정 보다 하루 일찍 행사가 열린 호텔에서
벗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전하는 것도 없이 하루 일찍 체크아웃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휘말린 아들 내외가
대체 왜 그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남겨진 손주를 당분간 돌보기 위해
그들의 집에서 필요한 짐만을 챙겨오려던 엄마에게
아들은 '거기 가지 마세요'라며 당부를 한다.
아이를 맡기기 전, 자신에게 털어놓을 것이 있다는
아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이윽고 찾아간 아들의 집이 매매 상태이며,
사이가 좋아 보였던 아들과 며느리가
사실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아들의 집 쓰레기봉투에서 발견한
독특한 모양의 스카프.
어디선가 본 것 같던 스카프는 연일 뉴스로 전해지던
최근에 벌어졌던 살인사건 피해자의 마지막 유류품!
이 스카프가 왜 아들의 집에서 나왔는지,
범인은 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아들이 털어놓으려고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지,
수많은 물음표 앞에 이야기의 진실을 따라간다.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숨겨진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은
사건과 함께 잔뜩 뒤섞여 다가온다.
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이자,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판매를 해오며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심리 서스펜스의 대가 K.L. 슬레이터.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을 보고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작가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펑 하고 사건이 터지고 그로 인해
모든 게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그리곤 한다.
이번 소설인 〈남편과 아내〉 역시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과 그 평범함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희로애락은 물론
가정의 화목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에 대한 감정이나 불만을 묻어두는 사람 또한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가족을 매우 사랑하는 여성인
니콜라 밴스의 시선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 또 원칙을 중요시하는 주인공이
범죄의 핵심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아들을 향한 사랑이나
헌신 때문에 흔들리는 부분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완벽한 듯 보였던 매력적인 부부인
루나와 파커 밴스 역시
사건이 발생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곳곳에 균열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말이다.
함께 공유하는 비밀만큼이나
서로 감추는 비밀 앞에서,
살인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맞물리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가득했던 부부의 사이
또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부부는
의심과 고발을 이어 나간다.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과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읽는 내내 혼란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아들에 대한 끝없는 믿음을 가졌던 니콜라가
아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던가,
원칙을 생각하며 진실을 향해가는 그녀에게
'일이 잘못돼서 아들과 손주를 모두 잃게 된다면
다 당신 책임'이라고 하는 남편,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과 선을 긋는 며느리와
처음부터 아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친정엄마,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친정 아빠까지
2대에 걸친 부모와 자식들,
3쌍의 부부들은 각자의 비밀을 가진 채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어린 딸을 둔 '세라'의 이야기까지,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를 쫓는 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야기와
그들의 얽혀버린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의심과 오해로 짙어진 부부 관계를 바라보며
'인간관계'라는 '믿음'에 대해서
원초적인 관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가족에게서 믿음을 잃으며
관계의 존재 이유조차 고민하고 있다.
원칙과 믿음,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신뢰 앞에서 서로를 등져버린
부부라는 이름의 낯선 존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부부간의 믿음을 위해 무엇이 최우선 되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기도 했다.
흔한 동아시아의 고부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정 시댁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는
자녀 세대의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윽고 다다른 결론에서 반전에 다시 한번 놀라고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제까지 읽어 온
모두의 행적을 반복해서 훑어보게 됐다.
사건의 반향보다도
'부부'라는 공동체 사이의 균열에 초점을 맞춰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며,
정해진 결말 앞에 독자들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고 온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