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온 손님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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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다정한 사람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냉정하고,

밝아 보이는 사람이 어떤 면에서는

끝없이 어두워 보이고 말이다.

이런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보는 사람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 진짜 얼굴이고,

어떤 모습이 가짜 얼굴일까?

애초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의 얼굴은

어쩌면 나의 내면에서부터 가공된

'만들어진' 이미지 일 수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얼마든지 나의 '마음'에 의해

얼굴을 수없이 바꿔 끼우며 사람들의 기대에 맞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얼굴에 대한 가장 큰 맹점은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울처럼 나를 비추는 어떤 물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내면과 얼굴이 하나가 된 나의 표정은

그 누구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일상의 조명이 꺼진 원초적인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진짜 자신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서늘하고 비겁한 민낯을 그려낸 작품이 있다.

그늘 단편선 4번째인 〈밤에 찾아온 손님〉이다.

단편소설 3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익숙한,

나를 가장 잘 아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연인, 가족, 친구라는 사이에서

숨겨진 인간의 민낯을 꺼내 보이며

신뢰와 사랑으로 덮어두었던

위선이 드러나는 순간을 통해

모두가 지난 '이중성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가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서늘한 문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반응이

우리가 실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이어서

더욱 묘한 기시감으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비로소 진심이 담긴 표정을 짓는 나를 들킨 듯

소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나의 수많은 표정과 얼굴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연인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꿉〉,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등〉,

친구와의 이야기를 다룬 〈피식자의 만찬〉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닌

우리가 나름대로 깊은 믿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과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한 일상의 유지를 위해

우리가 가장 가까운 이에게조차 보이지 못했던 모습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 본성의 욕망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비뚤어진 마음이라 보였던 것은

사실은 내가 지닌 가장 솔직함 일 수도 있다.

이런 어둠 속에서 찾아오는 본능을 마주하며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선'과 '얼굴'에 대해서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불편했던 감정들은

어쩌면 들켰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가장 어두운 구석의 진짜 얼굴을,

밖에서 보이는 가짜 얼굴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얼굴로 보이고 있는가?

내가 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그의 진짜 얼굴이 맞을까?


소설을 읽으며 질문을 조금씩 더해본다.

그리고 나조차 볼 수 없었던 나의 진실한 얼굴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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