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ㅣ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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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린아이들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인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

우스갯소리로 '무인도에 가져갈 물건 3가지'를 고르라면

물이나 음식 같은 생존 용품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휴대폰'을 챙기겠다는 이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기 위한 수단이 아닌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버린 휴대폰인지라

이제는 휴대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미확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알아서 무서운 것들이 많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거나

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요즘에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과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장 나서 수리에 맡기느라

일주일 만에 켜게 된 핸드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동아리 선배가 요청한 자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조사에 들어가게 된

잇시키 가즈마.


그가 활동 중인 오컬트 동호회도

애초에 여자친구 때문에 가입했었고,

'시시한 도시 전설'에 매달리는

선배가 한심해 보였지만,

여자친구와의 '미래'를 생각하며

취준생의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었던

'도메키의 동네'라는

도시 전설의 조사를 시작한다.


소설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핸드폰 사이즈로 되어있다.

한쪽 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소설의 텍스트가

한쪽 면은 마치 누군가의 핸드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조!


마치 주인공이 되어 그와 함께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야기 속의 단서를 휴대폰 화면으로

독자들은 함께 보게 된다.


그가 도시 전설 조사를 위해

검색하는 SNS의 화면이나

선배, 여자친구와의 대화창,

영상통화 화면이나 무작위로 날라오는

AIR 메시지 등.


익숙한 레이아웃의 휴대폰에서 펼쳐지는

소설 속의 이야기는

이것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리얼함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글로 상상하며 읽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몰입감 있는 체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심하다'라고만 생각했던 도시 전설,

그 전설 속의 이야기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며

숨 막히는 추적이 이어진다.

께름칙한 불안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을

그의 휴대폰에 전달되는 메시지를 통해

함께 공감하게 된다.


가장 익숙한 것에서 오는 낯선 공포!

이윽고 도달하게 되는 마지막 반전까지!

130페이지 남짓의 이야기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새로운 형태의 호러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매일 가장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꺼내보는 휴대폰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함부로 메시지를 열어보지 말 것!

함부로 스와이프 하지 말 것!'

경고를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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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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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잊고 싶은 과거에 오래도록 묶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상처나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어떤 시간이나 사건은

아무리 달아나려 애써도 헤어나기 힘든 족쇄가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내내 따라다니며 뒤흔들곤 한다.


가정 안에 속해 있지만 늘 기대에 못 미치고

사랑과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방황하며 흔들린 아이가 있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못마땅한 시선 아래,

자신을 숨기고 낮추기 바빴던 아이는

자신을 대하는 부모의 시선 앞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내가 사라지면 나를 찾지 않을까?'

'용서를 구하며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에 나섰던 길은

결국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이 돼버린다. 


청소년 문학에서 믿고 읽는 작가로 손꼽히는

백온유 작가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번에는 방황하고 소외된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로,

과거의 상처와 마주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 서사를 담아낸 <경우 없는 세계>는

어두운 곳에 대한 관심과 연대라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며

 흔들리고 위태로운 시간을 보낸 모두에게

스스로를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의 힘을 보낸다.


'가출 청소년'하면 드는 생각은?이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늘 문제의 '원인'을 가출 당사자에게서 찾았다.

학교나 가정에 대한 '반항', 노력하지 않는 '부적응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문제아' 등.

하지만 막상 가출 청소년이 직면한 문제나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그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거리를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기보다는

그들의 몫으로 치부하며 외면했었다.

하지만 모든 가출 청소년들이 정말 많은 이들이

선택한 것처럼 '문제'를 가진 것일까?


백온유 작가는 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출발한다.


가출 청소년 출신으로 이제는 성인이 되어,

방황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인수.

어느 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가출 청소년 이호를 만나며

인수는 거리를 방황하던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이해받고 싶었고, 보호받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받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형태의 것.

서로 어울릴 수밖에 없었던 가출팸 사이에서

여느 아이들과 달랐던 '경우'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A와의 사연.

이후 알 수 없는 추위에 떨며

살아있지만 죽은 자처럼 살던 인수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여전히 변함없는

가출 청소년의 삶을 사는 '이호'를 돌보며

자신이 지닌 과거의 상처와 제대로 이별하고,

비로소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늘 이해할 수 없었던, 그래서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그 마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상처 주고 외면했던

경우의 세계를 오늘에서야 이해하며,

그의 방식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소설은 가출 청소년 출신인 '인수'의 오늘과

십 대 시절 그의 과거 이야기가 교차로 펼쳐진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호'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게 된 인수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반항하는 이호의 모습에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겹쳐보게 된다.

이해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이호에게 투여하며 그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주고 싶어 한다.


그런 인수의 가출팸 시절에 만난 아이들 중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 있다.

어디를 가야겠다거나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 없이 되는대로 살았던 아이들과 달리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던

서글서글함과 선함이 가득했던 '경우',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하면서 그 몸뚱이로

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A.

그리고 인수처럼 집을 나온 아이들이 언제든 머물며

제집처럼 굴었던 '우리 집'에서의 시간.


소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출 청소년의 삶을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하루를 버티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부모에게서 이해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인수에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경우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의문으로 남았다.

보육원 출신인 경우는 평범한 가정에 있다가 가출한 

인수가 지니지 못한 특유의 서글서글함과

사람들에게 받는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머무는 환경을 정리하며,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와의 미래까지 계획하는 경우.

경우의 세계는 그의 바른 모습만큼이나 견고해 보였고

그런 경우가 부러우면서도 시샘이 났다.

가까워지고 싶었고 오래도록 친하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었다.


조금은 평온하게 유지되는가 싶었던

가출팸의 연대는 A의 사건으로 인하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일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 아이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기회 앞에서

다시 또 거리로 나서게 된 인수의 이야기는

방황하고 흔들리는 경험을 했던 많은 이들에게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에 대한 사과를 하며

비로소 '나'라는 사람과 마주하게 된 인수는

같은 상황에 직면한 이호를 도움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구원함과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상처에게서

비로소 벗어나는 자유를 보여준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기에

비로소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경우를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인수의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담담한 필체로 냉철하게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는

백온유 작가의 힘이 가득히 느껴지는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 연령이 함께

읽고 공감하기에도 좋은 흡입력을 가졌다.


잊고 싶은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막막한 삶이라도 끝끝내 다시 살아낼 희망을

갖게 해주는 소설. <경우 없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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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뼈와 플라스틱 -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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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트리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화석을 통해 오래전의 시대를 들여다본다.

지층은 오랜 시간 쌓여져 오면서,

생물이나 환경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그 쌓인 흔적 사이에서

우리는 시대를 기와 절, 세로 나누며

하나의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흔적으로 남게 될까?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의 누군가가

파헤치게 될 지층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어떤 민낯이 숨겨져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우리는 1만 1,700년 전부터 지속된

지질시대인 '홀로세'의 평형에서 이탈해

새로운 지질 시대를 맞고 있다.

증기기관의 등장,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의 삶은 큰 반향을 맞이했다.


새로운 발전은 인류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발전의 이면에는 우리가 감추고 외면해온

새로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욱 넉넉하게 먹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나

우리가 허물고 있는 지구의 문제에 대해서는 감춰지는

'범람과 은폐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공부하는 작가는

이런 우리가 살고 있는 '범람과 은폐의 시대'를

인류가 버린 익숙하고도 낯선 흔적에서부터 시작해

'인류세'를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찬반 의견이 너무나 분분한 문제인데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개념에 대해서

보다 제대로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자본주의나 불평등까지

한 번에 다루는 것이다.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데다가

환경오염에 대한 것도 지극히 위기만을 강조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입장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좀 더 떳떳하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자원을 남겨줘야 하는 건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이 아닐까?


거대한 가속이 나타나기 시작한

'인류세'의 기원부터 시작해

실제 쓰레기 매립지를 시추해 살펴보고

닭 가축화의 흔적이 발견된 태국을 찾아가며

그 흔적 속에 기록된 지구의 시간을 탐구한다.

그 흔적들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는지 살펴보고,

이제는 더 이상 전통적 지질학의 개념이 아닌

인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자연의 역사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학계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인류세라는 개념을 강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작가는 목소리를 높인다.


인류세의 개념을 살피고,

우리가 어떻게 지구를 바꾸었는지 탐구하던 시선은

더욱 확장해 행성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뭉뚱그려진 '공동 운명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책임의 차이까지 언급하며

우리가 파국의 시대를 어떻게 견딜 것인지

또 어떤 세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을 독자들과 함께 마주하는 것이다.


환경문제 앞에서 우리는 늘 '편리함'과

'인류를 위해'라는 말로 지금만을 생각했었다.

그렇게 외면해 온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로

우리에게 다시 공을 패스하고 있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다다르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워 주는 책.

우리의 발밑에 깔린 균열을 제대로 조명하며

보다 현실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오늘도 플라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치킨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뒤엉킨 지구의 균열을 떠오르며

'인류세'의 시작을 만들어낸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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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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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정과 직장, 사회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르게 존재한다.

이런 존재의 의미는 때로는 너무 흐릿해져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옅어지곤 한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인데

나의 투명해지는 존재 앞에서

우리는 정체성을 찾고 나를 드러내며

그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어쩌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드러내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 기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 근·현대 문학을 발전시키고

서정적인 작품으로 민족 정서를 순화시킨

소설가 이효석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린다는

취지 아래 제정된 이효석문학상.

〈메밀꽃 필 무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효석 작가는 특유의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순수문학을 추구했다.


그런 이효석 작가의 문학정신을 이어

앞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이끌어 갈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이효석문학상은 올해로 27회를 맞이하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시대성보다는 삶과 밀착된 방식으로

시대를 포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는 심사 아래

박솔뫼의 〈사과〉를 비롯해

성혜령의 〈하악〉,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1년간 발표된 중·장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한

이번 수상작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하나의 책으로 묶인 수상작품집을 통해서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싶게

작품들을 읽으면서 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시선과

그들이 존재하지만, 존재하기 위해

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기 위해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공간과 소외, 노동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며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현실을

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모습은

소설 속의 많은 '우리'라는 공통점을 떠오르게 했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오늘이 마주하는 현실을 통해

이 시대를 제대로 포착한 것이다.


소설의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후 이상으로 커피가 사라진 곳,

자신의 생일날 방문하는 동생이 거주하는 발달장애시설,

인정받지 못했던 가정에서 비로소 나란히 하게 된 가족 묘,

빛을 숨김 채 어둠 속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반복하는 학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완전마비 장애인의 유일한 세상인 방까지


각 공간들은 익숙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낯섦으로 주인공들에게 다가온다.

그 공간들은 이들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존재함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들은 존재하고 싶었고, 때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여전히 삶을 이어가면서

어떤 때는 부유물처럼 붕 떠있다가도

이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타인과의 관계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 아래 자유로웠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 자신의 시선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정 앞에 당당했고

그로 인한 결과 앞에서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냉혹한 오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수상작을 선정하며

'시대를 포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런 '오늘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재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들여다보지 않았던 잘 몰랐던

소외된 어떤 사람들의 정체성이 드러내는

'우리'라는 이름 말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시대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이 소설 속에 담긴 우리의 모습은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에 어떤 이미지로 남겨질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모든 것을 쉽게 얻고 재편집할 수 있는

AI 시대의 우리는 늘 '불확실성'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피어오르는

'나'라는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소설들.

한국문학의 근경과 원경을 동시에 펼쳐 보였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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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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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습득하게 되는 정보, 감정 등을 기억한다면

이른바 '과부하'가 걸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의 저장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뇌는

이런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

경험한 사건이나 정보 등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히게 한다.

잊힌 기억은 완전히 지워질 때도 있고,

어떤 계기가 되어 잊고 있었던 일이

바로 어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나게 되기도 한다.


이 '기억'이라는 것은 큰 고통으로부터

우리들을 구원해 주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지만 자꾸면 잃어버리게 되는

알츠하이머 같은 병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인간의 망각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기억을 지우거나 되살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가정 아래,

기억 장애 회복술과 기억 제거술, 기억 삽입술을 다루는

반대의 성향을 가진 양쪽의 대결을 통해

기억의 의미에 대해서 되새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을 만났다.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이다.


〈센트 아일랜드〉를 통해

향이 영글어가는 신비한 곳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다뤘던

김유진 작가는 3년 만의 도전 끝에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을 하게 됐다.

이번에 다룬 이야기는

'인간의 기억'을 편집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그것을 알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고통보다도

더 큰 답답함을 안게 한다.


사람들의 기억을 회복시켜주는

기억회복술을 연구하는

브레인 임상연구센터에 다니는 수오에게는

찾고 싶은 '기억'이 있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존재.


혼자서 수오를 키워낸 엄마는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잃어버린 엄마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존재하게 한 아버지를 찾고 싶었던 수오는

무료 후원 수술에 지원하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바꿀 수 없는 변화 앞에서 몰래 엄마에게

집도를 할 계획을 세운다.


교수님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 연구원 신진서의 도움을 받아

엄마의 기억회복술을 시작하던 그때.

엄마에게서 '뇌 수술'의 흔적이 드러난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엄마의 수술.

도대체 엄마의 기억은 왜 편집되어 있었을까?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했던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어 했던 엄마는

막상 수술 이후에 기억이 되돌아오고 나서

더욱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밝혀진 지워진 기억 속의 진실.


어떤 기억은 잊히는 것이

남아있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데,

수오의 엄마의 기억 역시 그런 것이었을까?

괴로워하는 엄마를 보며 '기억제거술'을 해준다는

네스트 신경외과를 찾게 되고,

원장인 주경재에 대해 알아가게 될수록

복잡해지는 사건은 그들을 오랜 시간 전

수오가 태어나기 전까지도 이끌고 간다.


기억을 회복시키려는 자와 기억을 지우려는 자.

그들 사이의 대결에서는 누가 이길까?

'기억'은 편집되어도 괜찮은 걸까?


잡고 싶어도 옅어지는 기억이 있고

반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기억이 있다.


사람의 기억을 지우거나 편집할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기억은 사실과 다르게 기억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엉킨 기억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답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소설을 읽으며 점점 커졌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성장을 한다.

아프지만 그 속에서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고,

그렇게 이겨내고 나면 아팠던 기억들은 흐릿해지며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임의로 그 기억을 편집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을 없애버린다면

기억과 고통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사람들에게서 사라지게 될 테고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의미 자체도

퇴색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더욱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기억 제거술이나 기억 삽입술은

지극히 한 사람의 기억만을 다루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쌓인 일들이

한 사람의 기억만을 편집하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데

이 단방향의 기억 편집은 어떤 의미의

외면이나 회피 같은 것이 아닐까.

사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시 가려버리는 임시방편 같은 것 말이다.


소설에서 내내 다루는

'망각은 축복인가? 형벌인가?'라는 질문은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을 기억해도 행복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잃는 것도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적당한 기억과 고통을 모두 겪으며

그저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는 것만이

인생의 의미이자 행복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

그리고 '기억 편집'에 얽힌 놀라운 진실.

조각난 기억을 다루는 팽팽한 대결이 돋보였던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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