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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이 글은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정과 직장, 사회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르게 존재한다.
이런 존재의 의미는 때로는 너무 흐릿해져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옅어지곤 한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인데
나의 투명해지는 존재 앞에서
우리는 정체성을 찾고 나를 드러내며
그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어쩌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드러내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 기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 근·현대 문학을 발전시키고
서정적인 작품으로 민족 정서를 순화시킨
소설가 이효석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린다는
취지 아래 제정된 이효석문학상.
〈메밀꽃 필 무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효석 작가는 특유의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순수문학을 추구했다.
그런 이효석 작가의 문학정신을 이어
앞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이끌어 갈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이효석문학상은 올해로 27회를 맞이하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시대성보다는 삶과 밀착된 방식으로
시대를 포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는 심사 아래
박솔뫼의 〈사과〉를 비롯해
성혜령의 〈하악〉,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1년간 발표된 중·장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한
이번 수상작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하나의 책으로 묶인 수상작품집을 통해서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싶게
작품들을 읽으면서 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시선과
그들이 존재하지만, 존재하기 위해
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기 위해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공간과 소외, 노동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며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현실을
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모습은
소설 속의 많은 '우리'라는 공통점을 떠오르게 했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오늘이 마주하는 현실을 통해
이 시대를 제대로 포착한 것이다.
소설의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후 이상으로 커피가 사라진 곳,
자신의 생일날 방문하는 동생이 거주하는 발달장애시설,
인정받지 못했던 가정에서 비로소 나란히 하게 된 가족 묘,
빛을 숨김 채 어둠 속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반복하는 학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완전마비 장애인의 유일한 세상인 방까지
각 공간들은 익숙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낯섦으로 주인공들에게 다가온다.
그 공간들은 이들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존재함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들은 존재하고 싶었고, 때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여전히 삶을 이어가면서
어떤 때는 부유물처럼 붕 떠있다가도
이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타인과의 관계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 아래 자유로웠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 자신의 시선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정 앞에 당당했고
그로 인한 결과 앞에서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냉혹한 오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수상작을 선정하며
'시대를 포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런 '오늘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재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들여다보지 않았던 잘 몰랐던
소외된 어떤 사람들의 정체성이 드러내는
'우리'라는 이름 말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시대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이 소설 속에 담긴 우리의 모습은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에 어떤 이미지로 남겨질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모든 것을 쉽게 얻고 재편집할 수 있는
AI 시대의 우리는 늘 '불확실성'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피어오르는
'나'라는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소설들.
한국문학의 근경과 원경을 동시에 펼쳐 보였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