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닭뼈와 플라스틱 -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8월
평점 :

"이 글은 북트리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화석을 통해 오래전의 시대를 들여다본다.
지층은 오랜 시간 쌓여져 오면서,
생물이나 환경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그 쌓인 흔적 사이에서
우리는 시대를 기와 절, 세로 나누며
하나의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흔적으로 남게 될까?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의 누군가가
파헤치게 될 지층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어떤 민낯이 숨겨져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우리는 1만 1,700년 전부터 지속된
지질시대인 '홀로세'의 평형에서 이탈해
새로운 지질 시대를 맞고 있다.
증기기관의 등장,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의 삶은 큰 반향을 맞이했다.
새로운 발전은 인류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발전의 이면에는 우리가 감추고 외면해온
새로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욱 넉넉하게 먹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나
우리가 허물고 있는 지구의 문제에 대해서는 감춰지는
'범람과 은폐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공부하는 작가는
이런 우리가 살고 있는 '범람과 은폐의 시대'를
인류가 버린 익숙하고도 낯선 흔적에서부터 시작해
'인류세'를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찬반 의견이 너무나 분분한 문제인데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개념에 대해서
보다 제대로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자본주의나 불평등까지
한 번에 다루는 것이다.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데다가
환경오염에 대한 것도 지극히 위기만을 강조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입장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좀 더 떳떳하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자원을 남겨줘야 하는 건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이 아닐까?
거대한 가속이 나타나기 시작한
'인류세'의 기원부터 시작해
실제 쓰레기 매립지를 시추해 살펴보고
닭 가축화의 흔적이 발견된 태국을 찾아가며
그 흔적 속에 기록된 지구의 시간을 탐구한다.
그 흔적들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는지 살펴보고,
이제는 더 이상 전통적 지질학의 개념이 아닌
인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자연의 역사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학계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인류세라는 개념을 강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작가는 목소리를 높인다.
인류세의 개념을 살피고,
우리가 어떻게 지구를 바꾸었는지 탐구하던 시선은
더욱 확장해 행성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뭉뚱그려진 '공동 운명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책임의 차이까지 언급하며
우리가 파국의 시대를 어떻게 견딜 것인지
또 어떤 세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을 독자들과 함께 마주하는 것이다.
환경문제 앞에서 우리는 늘 '편리함'과
'인류를 위해'라는 말로 지금만을 생각했었다.
그렇게 외면해 온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로
우리에게 다시 공을 패스하고 있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다다르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워 주는 책.
우리의 발밑에 깔린 균열을 제대로 조명하며
보다 현실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오늘도 플라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치킨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뒤엉킨 지구의 균열을 떠오르며
'인류세'의 시작을 만들어낸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