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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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교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다.

'나이답게' 그러면서도 돌봄을 받는 것이 익숙한 노인.

둔해지고 허술해지며 칙칙해지고 외로움이 다가오는

노년이라는 시기 앞에서

어쩌면 다가오는 퇴화까지도 받아들이는

내려놓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다' 하고

자식 자랑, 손주 자랑, 그러다가 하다 하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병 자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다.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백세 시대'라 불릴 만큼

기대 수명이 늘어난 데다가

늦게까지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나이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이 있다.

65세 부터를 흔히 '노인'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그럼 그때부터 죽을 날 까지를 '기다리며'

내려놓는 연습만을 해야 할까?


여기 "곧 죽을 거니까"라는 면죄부로

자신을 꾸미지 않고 방치하는 '자기 방치'라는

평범한 노인의 모습을 거부하며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든 간에

남이 아닌 자신의 신념으로 살아가는

유쾌한 할머니가 있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을 쓰는 작가는

주인공과 비슷한 70대 중후반의 노인이다.

소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인 '오시 하나'이다.


장성한 50대의 자식들과, 손주들을 둔 78세의 하나.

80세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언제나 항상 허리는 꼿꼿하게

가슴은 쫙 펴고 걷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림새에도 신경을 쓰는데,

언제나 항상 어울리는 가발을 쓰고

곱게 화장을 하며 세련된 옷을 입는다.

잡지사의 섭외로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할 만큼

그녀의 모습은 동창들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난다.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하나에게도

남편과 어렵게 일용품점을 운영하며

힘들고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시간들을 함께 이겨낸 부부는

그 어떤 사이보다 끈끈한 '동반자'로서의 안정감,

서로를 위하는 애정이 있었기에

하나는 그와의 시간에서 노년의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달리 남편과 함께 맥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하나는,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만다.

늘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이 아닌

하고 싶은 데로 젊게 살겠다던 하나가

'언제 죽어도 관계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남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는데,

남편의 죽음 이후 발견하게 된 유언장은

오시 하나와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만다.


평소 유언장 같은 건 쓰지 않겠다던 남편이

유언장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로도 놀랍거니와

검인 수속을 밟아 열어 본 그 속에는

지난 사십 년간 가족들 모르게

나이차가 나는 내연녀를 두고 있었고

그 사이에 장성한 아들도 있다는 것.


지난 시간 감쪽같이 자신을 속인 남편에 대한 분노와

뻔뻔하게 그 원죄를 함께 저지른 내연녀와 그 아들.

부부에게 의미 있던 족자를 그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남편의 유언장에 그들은 상대를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오시 하나의 자세까지,

이 소설은 어쩌면 뻔한 치정 극일 수 있는

불륜이나 혼외자의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그 사건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나이 듦을 받아들일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르고 살아온 시간을 포함해

이미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서

자기 방치식으로 포기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날까지 자신만의 식으로

자기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말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나'로서 온전히 행복하고 자신의 멋으로 살아가는

오시 하나의 모습은 '희생'이라는 키워드로만

소비되는 여성의 인생에 있어서도

진정한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은 상황에 마주했다면,

과연 하나처럼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 대한 분노만으로 꽉 차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기에

나의 인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그 단단함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유쾌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출발했던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가족과 타인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이토록 화통하고 멋진 할머니라니,

이런 인생이라면 나이 드는 것도

제법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진다.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상으로 볼 하나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작가 쓴 이 소설이 가진

방향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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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 혁명
메건 한센 지음, 방경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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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레스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자들의 평생 숙제라고도 불리는 '다이어트'

어렸을 때는 날씬한 몸에 중점을 맞추며,

보이는 무게에 신경을 썼다면

나이가 들수록 보이는 숫자보다는

실제로 체감하는 건강이나 체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인해 호르몬제를

제법 오랜 시간 투약하며, 약의 부작용으로 일컬어지는

체중 증가가 투약 기간만큼이나 꾸준히 쌓여갔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어

더 이상 약을 먹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투약 중단 이후에도 이렇다 하게 달라지지 않는

체중계의 숫자에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숫자에 집착하면서

먹는 양을 급격하게 줄였다가,

또 어떤 날은 많이 먹는다던가

한 번 실패한 식단을 핑계로 고삐를 풀어버린 것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되어야 하는데,

몸무게와 칼로리 등 숫자에만 집착한 다이어트는

지구력을 점점 잃고야 말았다.


그런데 요요 없이 평생 지속되는

'덜 찌는 몸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새로운 다이어트가 아닌

근본적인 '대사'를 바로잡는 시스템을 다룬

흥미로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 공인 영양사 이자 신진대사 전문가로

실제로 자신 또한 수많은 다이어트 실패를 겪어 본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메건 한센이 쓴 〈신진대사 혁명〉이다.


저자는 신진대사 원리를 배움으로써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다이어트의 틀에서 벗어나

평생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선사하고자 한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 문제를 일으키는

다이어트 방법에서 벗어나,

기존의 다이어트와의 다른 접근 방식을 선택한다.

신진대사 이해부터 시작하고,

음식과 몸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체중 감량과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신진대사 생태계 중

대사 활동의 토대가 되는

6가지 핵심 기둥을 나누어 살펴보고,

각 기둥의 연결고리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며

내 몸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무리한 식단이나 운동을 따르지 않아도

'덜 찌는 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사 활동의 토대가 되는

6가지 핵심 기둥은 다음과 같다.


✅ 혈당 조절

✅ 근육

✅ 일상 활동

✅ 수면

✅ 스트레스 관리

✅ 장 건강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기둥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를 통해

가장 집중해야 할 요소들을 결정하고

개선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6개의 핵심 기둥에 '음식과 내 몸의 관계'라는

문항을 더해 각 항목별 5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를 책을 통해 해봤는데,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은 양호했지만

근육과 일상 활동 부분에서는

위기로 진단 결과가 나와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기는 했다.


막연하게 '내 몸이 이 정도의 상태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테스트 결과를 통해 마주한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나라하게

나라는 사람의 대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에 이어

2번째 챕터부터는 각 6가지 핵심요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심화로 들어간다.


혈당조절, 근육, 일상생활, 수면,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의 순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핵심요소에 대한 설명은

'신진대사'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핵심을 파악하고

이것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추가될

혈당 문제나 퇴화될 수 있는 근육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각 핵심요소들을 살펴보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들 혹은 간과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익힐 수 있었고,

저자와 함께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를 잠재의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지

마인드적인 부분이나 구체적인 실전 가이드까지

함께 그려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1년 후의 목표, 그리고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리며

바꿔나가야 할 식습관이나 활동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숫자에만 집착하며,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던 사람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

새로운 시스템을 자신에게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여러 케이스들을 함께 소개하며,

보다 와닿는 이야기들을 전함으로써

평생 어려운 숙제로만 인식되었던

다이어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6개의 핵심 기둥으로 신진대사 회복 시스템을

제대로 다시 세워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혁명을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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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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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간토대지진,

관동대지진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오전 11시 58분에 시작된 진도 7.9의 지진은

한창 점심시간을 앞두고 식사가 한창이던 시간이라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의 규모도 컸고,

이로 인해 10만 명 이상이 사망/실종되었으며

부상자도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자연재해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이 사건은

단순히 자연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 오후 3시부터 조선인 학살이라는 인재로 이어진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로 불리는 이 일은,

자연재해로 벌어진 혼란 사이에서

사람들이 가진 혐오와 거짓으로 선동된 이들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2023년으로 100주기를 맞이한 간토대지진에 대하여

막연하게 '조선인 학살이 있었다'라고

아픈 사실로만 인식하며

일본에 대한 적대감만을 가질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들과

이에 대해 증언한 여러 기록들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덮고 잊고자 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숨겨진 진실을 꺼내어 밝히고 사죄하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노력을 전하는 책을 만났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선생님이 쓴

〈백년 동안의 증언〉이다.


이 책은 누구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밝혀내며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아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앙숙과도 같은 양국의 평화를 위해

간토대지진을 올바른 눈으로 바라보고자

함에서 출발한다.


20여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를 답사하고

간절한 증언을 글로 새기면서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을 깁고 다듬었는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하여

기존에 막연한 헤드라인 기사 같은 느낌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보다 사건에 대하여 면밀히 들여다보며

이 일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파악하고

다양한 기록 속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을 통해

왜 이런 차별과 혐오가 조선인들에게 펼쳐졌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도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장은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중요한 날짜와 시간을 정리한다.

2장은 쓰보이 시게지의 장서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데,

이 장서를 읽으며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3장은 한국인과 일본인 작가들의 '증언'을 통해

학살을 기억하는 이들의 기록에 담긴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4장은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개인이나 모임을 소개한다.

우리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당했던 학살만큼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본인을 바라봤었는데,

이 장을 통해서 일본인에 대한 시각을

달리 가질 수 있다.

5장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치유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정리하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접했었다.

"지진이 일어났던 당시에 조선인 폭동설이라는

거짓선동으로 인해, 많은 조선인들이 학살을 당했다"

라는 사실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은

이 사건 전체에 걸쳐있는 혐오와 국가 폭력으로

그 시야를 넓히게 된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다양한 증언들과

사건에 대한 기록을 통해

차별받고 있던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을 끄집어 내면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사과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치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한 역사의 사건들 속에서

때로는 가해자였고, 때로는 피해자였던

그들의 후손이 가져야 할 자세를

여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배우고

자세를 낮추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100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그 '사건'에 대한 사과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그에 대한 촉구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라는 사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조금은 이 책에서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풀어가는 마음을 오늘의 우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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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여신 네오픽션 ON시리즈 36
박에스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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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래전 전설이나 신화 속에 묻어있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보면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속에

무언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면? 하는 상상은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곤 하는데

'알고 있어서 더 무서운 맛'인

여러 신화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를 현대의 이야기로 재창조한

완성한 K-오컬트 판타지를 만났다.


달에서 떨어진 달의 여신,

그리고 그녀의 곁을 지키는 산신을 잃은 산군,

어떤 인연으로 이들과 함께 하는 무당 인간까지!

하나의 가족으로 재탄생한 이들이

모두를 암흑으로 몰고 갈 어둠의 위기 앞에서

악귀 사냥을 시작했다!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 〈불량 여신〉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과 더불어

'한국적인 오컬트'의 매력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이런 한국적인 오컬트에는 '恨'이라는

정서를 빼놓을 수 없는데,

한껏 원망스럽고 안타깝게 응어리진 마음은

어떤 응축된 사건을 바탕으로 시작하게 된다.


〈불량 여신〉 속에서 등장하는

보름과 산호에게도 이런 한의 정서가 있다.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에 배신 당하고,

믿고 의지하던 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자신에 대한 후회와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상황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더해지고 말이다.


의도치 않게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다 깨어난

달의 신 보름과 그를 깨우게 한 산호는

인간 세상에서의 삶을 살아남기 위해

잡신을 떼어주는 활동을 한다.

'쓸모 없어진'에 마음을 쓰는 보름은

자신의 처지같이 쓸모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쉬이 떼지 못하고 품고 마는데,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연화 역시

그런 이유로 그들과 함께 머무르게 된다.


의심스러웠던 사건들을 파헤치던 중

이 모든 시작을 만든 그날의 '사건'에

모든 뿌리가 향하며 오랜 시간 묻혀있던

어두운 세력의 계획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모른 채

투닥거리기만 하던 보름과 산호는

위기의 순간, 서로를 향한 자신들의 진심을 깨닫고

이내 한마음이 되어 마지막 전쟁을 치른다.

영원히 잠식시킬, 어둠으로부터

보름과 산호는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글을 읽고 있으면서도 영상처럼

시원스럽게 배트를 휘두르는 보름과

마치 자연스럽게 한 몸처럼 박자를 맞추며

춤추듯 그를 보호하는 산호를 보는 것 같았다.

익숙한 신화 속 마고 할머니나 선문대할망의

등장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고,


악의 축이라기에는 애틋하고 비뚤어진 감정을 가진

영원히 죽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현의 모습은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안타깝지만 너무 멋지고 그렇지만 나쁜

서브 주인공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오컬트 판타지물에서 벗어나

때로는 과거의 시간으로, 때로는 현재로

시공간을 오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가장 '한국적'인 포인트로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신,

그런 신을 사랑하게 된 산군까지!

이들의 오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비현실을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몰입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영원한 어둠의 세계로 잠식당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주인공들의 전투는 그 무엇보다도 멋졌고,

만족할 만한 완벽한 결말까지

제대로 완성형이었던 K-오컬트 판타지였다.


미스터리한 오컬트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가장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새로운 K-판타지의 장르를 만나고 싶다면

기껏이 이 어둠을 쫓는 달에 함께 올라타기를,

그리고 그들의 악귀 사냥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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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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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가진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조승리 작가에 대한 나의 시선도 그러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

그리고 여전히 책을 읽는다는 표현이 신선하네'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첫 작품은,

후천적 장애로 전맹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조승리라는 이름을 많은 독자들에게 알렸다.


장애, 그것도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작가의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자신의 이 '불행'을 끌어안고 주저앉기보다

'지랄맞음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단단한 마음에

누군가는 잃은 그 일상을 모두 다 가진 내가

너무 불평불만이나 간절함을 잃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두 권의 에세이를 통해 시각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으로서 마주한 세상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에 대해 막연하게 이럴 것이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었다.


이번에 만난 작가의 첫 소설은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시력을 잃고 장애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삶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소설들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모두 '조승리'로 이어진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조승리'들이었고,

결국은 시력을 잃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 상실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한 인물의 분투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의 연대와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꺼이 대신해 내고자 한

작가의 의지까지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점점 사라지는 시력은

주인공들에게 어둠만을 선사하지 않는다.

사라진 빛만큼이나 놓아야 했던 많은 관계들,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달라지며 방황하는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생체기가 되어 쌓여간다.


보이지 않게 된다는 두려움보다도

지금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는 마주할 수 없다는 슬픔은

어린 조승리들이 맞서기에는

너무나 큰 벽처럼 다가온 것이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없는 고통들은

소설을 읽는 나를 '조승리'라는 사람으로 만들어

생생하게 체감하게 했다.

턱 막히는 숨은 수시로 페이지를 멈추게 했고

그들과 함께 눈을 감았다 뜨며

보이지 않는 현실을 바라보다 보면

다가오는 어둠이라는 슬픔이 딱 붙어 있었다.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고 매일을 이겨냈을

작가의 일상을 소설을 통해 겪어보며

그 몸부림의 고단함에 가만히 손을 올려 매만진다.

사람들의 온기를 받아 비로소 목소리를 내게 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이들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마음속에 담아낸 울분을 쏟아내고,

두려운 어둠에서 세상 속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 그녀가

다른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름처럼 기어이 승리를 하고야 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들에게

기꺼이 받은 온기를 나누는 그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이 되기를,

그들의 고단함이 함께 나누며 줄어들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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