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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간토대지진,
관동대지진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오전 11시 58분에 시작된 진도 7.9의 지진은
한창 점심시간을 앞두고 식사가 한창이던 시간이라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의 규모도 컸고,
이로 인해 10만 명 이상이 사망/실종되었으며
부상자도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자연재해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이 사건은
단순히 자연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 오후 3시부터 조선인 학살이라는 인재로 이어진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로 불리는 이 일은,
자연재해로 벌어진 혼란 사이에서
사람들이 가진 혐오와 거짓으로 선동된 이들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2023년으로 100주기를 맞이한 간토대지진에 대하여
막연하게 '조선인 학살이 있었다'라고
아픈 사실로만 인식하며
일본에 대한 적대감만을 가질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들과
이에 대해 증언한 여러 기록들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덮고 잊고자 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숨겨진 진실을 꺼내어 밝히고 사죄하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노력을 전하는 책을 만났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선생님이 쓴
〈백년 동안의 증언〉이다.
이 책은 누구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밝혀내며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아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앙숙과도 같은 양국의 평화를 위해
간토대지진을 올바른 눈으로 바라보고자
함에서 출발한다.
20여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를 답사하고
간절한 증언을 글로 새기면서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을 깁고 다듬었는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하여
기존에 막연한 헤드라인 기사 같은 느낌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보다 사건에 대하여 면밀히 들여다보며
이 일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파악하고
다양한 기록 속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을 통해
왜 이런 차별과 혐오가 조선인들에게 펼쳐졌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도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장은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중요한 날짜와 시간을 정리한다.
2장은 쓰보이 시게지의 장서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데,
이 장서를 읽으며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3장은 한국인과 일본인 작가들의 '증언'을 통해
학살을 기억하는 이들의 기록에 담긴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4장은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개인이나 모임을 소개한다.
우리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당했던 학살만큼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본인을 바라봤었는데,
이 장을 통해서 일본인에 대한 시각을
달리 가질 수 있다.
5장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치유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정리하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접했었다.
"지진이 일어났던 당시에 조선인 폭동설이라는
거짓선동으로 인해, 많은 조선인들이 학살을 당했다"
라는 사실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은
이 사건 전체에 걸쳐있는 혐오와 국가 폭력으로
그 시야를 넓히게 된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다양한 증언들과
사건에 대한 기록을 통해
차별받고 있던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을 끄집어 내면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사과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치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한 역사의 사건들 속에서
때로는 가해자였고, 때로는 피해자였던
그들의 후손이 가져야 할 자세를
여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배우고
자세를 낮추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100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그 '사건'에 대한 사과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그에 대한 촉구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라는 사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조금은 이 책에서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풀어가는 마음을 오늘의 우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