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종의 나라 1~2 세트 - 전2권 (양장)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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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타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말로만 주고받던 언어에서 벗어나

문자가 생기고 기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끼리 말을 그림과 문자로 약속을 하고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하는 문명의 등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는 단일 언어 국가이다.

파푸아뉴기니는 한 국가 내에서도

수백 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가까운 중국만 보더라도 워낙 인구도 많은 데다가

다양한 민족의 방언이 있다 보니 더빙을 할 정도인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가 먼 과거의 글들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니

'한글'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언어가 가진 힘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을 뿐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1443년 세종 25년에 창제되었다.

이후 3년 후 반포되었으며 그 뒤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고유 언어이자 단일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것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가 쓰는 말과는 다르게

중국의 한자를 사용하다가,

한글을 만들게 된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

이념적인 흔들림이나 갈등, 흔들림은 없었는지 보다는

훈민정음의 가치나 그것의 특징에 대해서만 주목했었다.


이런 한글 창제에 이르기까지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갔던

세종에 얽힌 이야기에 집중한 소설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강렬한 작가

김진명이 쓴 〈세종의 나라〉이다.


권력을 가진 양반이라는 이름의 몇몇에게만

읽고 쓰기가 가능했던 그때.

신분의 제약도 제약이지만,

닥친 어려움이나 불공정함에 대해서도

타인의 힘을 빌려야만 겨우 글을 전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백성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없었다.

그저 불리고 말하며, 눈앞에 있는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백성들의 아버지이자,

강건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은

이런 마음을 담아 백성들도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중국 황제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이들에게는

문자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도전하는 '역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없는 연구와 고민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도

포기를 모르고 결국엔 그것을 해내고 만다.


단순한 문자 하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를 통해 조선 스스로 독립한 하나의 국가로서의

힘을 지닐 수 있음을 내다본 세종은

장영실을 비롯,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읽고 쓸 수 있는 한글을 만든다.

소리글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커다란 제국에 도전하는 하나의 반항이자

치명적인 선전포고로 펼쳐진다.


큰 변화가 두려워 현재에 안주하고자 하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법.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왕에게 끝없는 칼을 던진다.


그 외로운 싸움을 묵묵히 이겨낸 세종의 모습은

왕이기 이전에 어쩌면 한 명의 학자로,

백성을 끔찍이 아끼는 아비의 모습으로

보다 인간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여기에 세종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 돕는

한석리와 조선의 법도에 맞설 용기를 가진

권숙현이라는 여인까지,

세 인물이 중심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익숙했던 역사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익숙해서 그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사용하며 망가뜨리는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우리의 힘이자 자유'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상기시키고 있었다.


신분이 있어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이

제한이 있고 나뉘는 시대도 아니고

문자로 세계 간 우월이나 힘이 나뉘는 시대는 아니지만

조용히 우리 속에 파고들고 있는

'우리만의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우리글로 쓰인 것들, 우리만의 문화가

날조되고 바뀌며 뺏길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끼는 게

지금 이 시대에도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유한 언어를 가진 단일 민족 국가의 주인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시간을 다시금 떠올린다.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지금을 만들어준

'한글'이라는 위대한 언어.

그리고 그것을 헤아린 성군의 마음까지!


가장 위대한 지적 전쟁이라 불릴 수 있는

그 소리 없는 분투기를 통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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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명대사 필사집 - 작품의 감동을 명대사로, 명대사 필사로 중국어 공부를
김소희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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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시대라는 걸 체감하고 있는 요즈음!

예전에는 물성을 가진 것들이 판매되고

그를 통해 수익을 얻었다면

요즘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K-POP을 선두로 해서 K-드라마가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이로인한 엄청난 수익을 끌어올리는데다가,

OTT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이제는 '콘텐츠 전쟁'이 제대로 펼쳐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영화나 드라마의 스타일이 다르기에

그런 차이에서 오는 흥미진진함도 있는데,


한때 대만이나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다가

최근에 SNS 피드를 통해 접하고

중국드라마와 배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과

그런 차이를 넘어 이해하고 싶어서

'중국어'에 대한 학습욕구가 샘솟던 와중에

중국, 대만의 드라마와 영화의 명대사를 통해

중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필사집이 있어서

호기심 반 워밍업 느낌으로 만나보았다.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필사집의 열풍은

처음에는 고전류를 시작으로,

이제는 다양한 주제의 필사집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쓰다보면 의미가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눈으로 한번, 쓰면서 한번 더 익힐 수 있어서

어학이나 학습관련한 필사집이

확실히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번에 만나본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은

20년차 중화권 콘텐츠 덕후가 큐레이션한

작품속 명대사에

중국어 초고수 번역가의

섬세한 번역과 학습 가이드가 더해져

단순히 따라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공부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 2장으로 나뉘어진 필사책은

중국와 대만의 작품 70편을 한권에 담았는데,

제목만 들어도 팬들이 환호할만한

익숙한 작품들이 많아서, 해당 작품을 본 팬들에게는

영상으로 보았던 작품을 다시 떠올리며

대사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겠다.


180도 펼침 제본이고, 안에 노트 공간도 넉넉해서

별도로 노트를 마련하지 않아도

필사집 자체로도 충분히 필사를 할 수 있었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하루에 한 편씩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대사를 따라 쓰면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언어를 모르더라도 자막과 함께 드라마를 보다보면

특정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며

그 언어에 대한 관심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쉽고 가볍게

중국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워밍업 느낌으로

필사집을 채워간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직접 고르고 새롭게 번역한 명대사와

주요 어휘들도 정리되어 있어서

문장 뿐 아니라 들어가는 단어들을 나눠

별도로 학습할 수도 있고

작품해설이 있어서

보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간단히 작품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도 가질 수 있었다.


하루에 한 편씩 실제로 필사를 진행해보니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영화와 드라마 속의 대사를 직접 써보며

보다 몰입하며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었다.


나의 중국어 수준은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지만

너무 오래 되어 다 까먹은 노베이스 상태와 다를바가 없었는데,

해설도 상세하고, 또 번역앱인 파파고를 이용해서

발췌된 명대사의 발음도 듣고

헷갈리는 어휘나 문법도 찾아보다보니

단순히 3~4줄을 그리듯 따라 쓰는게 아니라

'스스로 학습' 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좋았다.


노트 공간도 넓어서 여러번 반복해서 쓰거나

정리된 어휘를 연습하기에도 좋았고

별도로 설명을 적을 부분이 필요할 때도 요긴했다.

빈 공간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포스터를 인쇄해 부착하니

공부라는 느낌보다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중국 드라마와 배우에 대한 호감에서 출발해

언어 공부에 대한 니즈가 강해진 요즘!

그런 나의 바람과 딱 맞게 가볍고 즐겁게

따라 쓰며 중국어를 익힐 수 있는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이었다.

문법적인 설명보다는 어휘와 해석을 통해 익히는 정도라

실질적인 중국어 공부를 위해서는

기초가 다져있는 책과 함께 공부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워밍업 개념으로 만나보고 있는 책이라,

필사집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중국어 공부도 하며

드라마와 영화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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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태도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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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의학기술이 발전되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개선되면서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연장되었다.

백세시대를 넘어 120~13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

사람들에게는 이 노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또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웰다잉 Well-dying 개념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많은 이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있는데,

깊은 통찰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일상과 삶에 대한 울림을 준

소노 아야코의 '죽음'에 대한 책

〈죽음을 대하는 태도〉을 통해

회피와 슬픔의 대상이었던 죽음에 대하여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에세이를 통해

인간관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소노 아야코는

그가 80세에 쓴 〈죽음을 대하는 태도〉을 통해

죽음을 전제로 발견한 삶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선천적 근시와 부모님의 불화 아래

우울한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50대에 맞이한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고

이전과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죽음이라 하면 외면하고 싶은

슬픔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녀는 '삶은 곧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다'라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하고 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먼 미래의 시간이라 마음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가고

곁에 있던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다 보니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까?'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고

급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 같은 느낌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을 제대로 준비하고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하고 준비하는 죽음,

또 죽음에 대한 시각과 마음가짐을 다르게 바꿈으로써

지금 살고 있는 삶의 본질을 깨닫고

보다 존엄하고 가치 있는 죽음으로 향하는

탄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꼭 나이가 들어야만 비로소 마주하는 현실이 아닌

50대부터 미리 준비하는 죽음을 말하며,

자신의 경험과 여러 동기들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그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확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죽음이나 사후 처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꺼리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막상 가족의 죽음 이후 장례를 치르다 보면

떠난 이가 어떤 방식의 처리를 원했는지

혹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랐을 때

연명치료에 대한 부분도 각자가 다를 수 있어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미리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사지에 몰리면 못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런 죽음을 앞둔 마음으로,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인생에서 못할 것은 없다는 뜻인데

작가가 말하는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죽음에 대한 사유를 한다는 것은

이런 말과도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죽는 날까지 아직 살아있다는 인식을 하고,

지금 삶이 괴롭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 자유로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니

이 또한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작가의 시선은 참 소노 아야코답다 싶었다.


소노 아야코가 워낙 나이가 있는 작가였지만

작고 소식을 듣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다.

기존에 그녀가 썼던 작품들이

여전히 새롭게 나오고 있어서

아직은 실질적으로 그녀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 소식만으로도 어쩐지 텅 빈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번에 만나 본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읽고 나니

인생의 4악장을 맞이하며

후회 없이 평안을 찾았을 그녀일 것 같아서,

남겨진 그녀의 작품을 읽으며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녀의 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꼭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것만이

'존엄사'의 의미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죽음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획일화된 이미지로 그려왔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시각을 바꾸고

오늘을 살아가는 동력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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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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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그 다름이 좋아 사랑을 하고

그 다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사랑이라는 또렷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감정,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비로소 그 끝이 나야

그 시작과 오해, 정확한 고백을 할 수 있다.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의 모양과 온도도 사람들의 수만큼 존재한다.

아니, 한 사람에게서도

여러 종류의 사랑이 존재하는 걸 보면

사랑의 개수는 셀 수 없는 무한대 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하는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닐뿐더러

사랑의 표현도 사랑의 아픔도 각기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각자의 사랑을 할 뿐 하나의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것에 대한 오해,

그 사랑이라는 민낯을 3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소설을 만났다.

10년 만에 완결판으로 찾아온

백영옥 작가의 <애인의 애인에게>이다.


보통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는 의미로

'애인'을 이해한다. 하지만 소설의 제목,

그리고 소설 속의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애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를 애인으로 설정하는 행위를

사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아끼며 그로 인해 받는 고통까지도

품는 그 모든 것의 대상을 애인으로 확장시킨다.


사랑, 연애의 시작이 꼭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의 시작은 마치 사고처럼 불현듯 찾아와 스며든다.

그 사랑에 익숙해지고 서로의 다름을 더 이상

이해하거나 버티지 못할 때 그 온도의 격차로 인해서

서로를 상처 주기도 하고 이로 인해 헤어지기도 한다.


헤어진다고 해서 그 사랑은 그렇게 소멸되는 걸까?

관계가 끝났다고 한순간에 마음이 없어지는 걸까?

머물렀던 시간만큼 남아있는 사랑의 자국은 깊고

그 자국이 남아 있는 한 사랑은 지속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을 뿐, 감정은 남는다.


소설은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싼

세 명의 여자의 시선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룬다.

성주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성주라는 남자와 한때 서로 사랑했던 여자.

성주라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


그들은 자신이 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며

사랑하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오해를 보여주기도,

또 한 사람을 통해 연결되며 새로운 연대로 다가간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욕망과 사랑,

진심과 진실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획일적인 모습으로 그려 온 사랑이라는 것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수많은 감정의 조각들을

비로소 끝난 사랑 앞에서 재정의 하며

우리가 가진 사랑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경험이 있는 모두에게 전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소설 속 정인이 되었다가 마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수영이 되어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이야기 같은 사랑의 조각들은 결국

하나의 똑같은 사랑의 이야기 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끝내고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당신의 사랑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사랑이 끝나서 괴로움에 빠져 있다면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까지도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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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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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책을 3월

그것도 하필 이 시점에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편집자분들이 원고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하는 요소로 다가왔을 뿐

이렇게 나의 시간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성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평범한 인생들도

빗장을 풀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알 수 없었던 자신만의 상처, 슬픔,

다른 이에게는 내보일 수 없는 환희와 행복 등

모든 것이 들어있고 우리는 각자 다른 이에게

내보일 수 없는 것들을 적당한 성벽으로 감춘 채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위로, 공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2021년의 일,

우리 가족에게는 벌써 12년이 지나버린 일.

누군가에게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

어쩌면 가족들끼리도 제대로 내보이지 않은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빼앗겨 보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고

그 마음은 우리 같은 사람들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랑 작가의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를 읽으며

나는 내 자매들, 엄마, 할머니까지

우리 가족나무를 훑어 올라가며

12년 전의 그날에 몇 번이고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도 몇 번이고 망설이는 그날의 마음을

언제쯤 이랑처럼 제대로 내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랑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체 뭐 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를 통해서였다.

수상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며 화제에 올랐던 인물,

독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이 강해 보이는 그녀가

어쩐지 밉거나 싫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목소리가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 속에

누구보다도 깊은 슬픔과 고통이

숨겨져 있는 줄은 몰랐다.

지금도 품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쉬쉬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이랑처럼 단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번 책을 통해서 더 그녀가 괜찮게 다가왔다.

'나는 다 이해한다고 그저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조금 결이 다르다면 그녀와 나의 과거는 다르고

공통점이라면 그녀와 나 모두

여전히 아픔을 품고 있으며

그 슬픔과 고통을 삼킨 채 계속해서 살아내고

버텨내며 다시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족, 죽은 이를 품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을 떠나

한 사람의 몫을 다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 인간의 분투기가 너무나도 슬프면서도 환희에 찬

격렬한 춤사위처럼 다가왔다.


하필 다가온 내 가족의 그날에 읽으며

(우리는 아직도 기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한다)

읽는 내내 조금 힘들었고 슬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겨 낼 용기를 얻었다.


무릇 인생과 시간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픈 것 같다가도

망각의 도움으로 한고비를 넘고 또 한고비를 넘으면서

끝없이 영원히 살아버티는 것 말이다.


누군가의 시간의 몫을 대신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결국은 그런 시간의 모두가 나 자체이므로

오롯이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

슬픔 속에서도 다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랑 작가처럼 말이다.


한 가족의 뿌리를 따라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는 다르지만 너무나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로

내 삶의 역사를 이어나가야겠지.

모쪼록 이랑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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