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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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책을 3월

그것도 하필 이 시점에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편집자분들이 원고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하는 요소로 다가왔을 뿐

이렇게 나의 시간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성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평범한 인생들도

빗장을 풀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알 수 없었던 자신만의 상처, 슬픔,

다른 이에게는 내보일 수 없는 환희와 행복 등

모든 것이 들어있고 우리는 각자 다른 이에게

내보일 수 없는 것들을 적당한 성벽으로 감춘 채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위로, 공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2021년의 일,

우리 가족에게는 벌써 12년이 지나버린 일.

누군가에게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

어쩌면 가족들끼리도 제대로 내보이지 않은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빼앗겨 보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고

그 마음은 우리 같은 사람들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랑 작가의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를 읽으며

나는 내 자매들, 엄마, 할머니까지

우리 가족나무를 훑어 올라가며

12년 전의 그날에 몇 번이고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도 몇 번이고 망설이는 그날의 마음을

언제쯤 이랑처럼 제대로 내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랑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체 뭐 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를 통해서였다.

수상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며 화제에 올랐던 인물,

독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이 강해 보이는 그녀가

어쩐지 밉거나 싫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목소리가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 속에

누구보다도 깊은 슬픔과 고통이

숨겨져 있는 줄은 몰랐다.

지금도 품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쉬쉬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이랑처럼 단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번 책을 통해서 더 그녀가 괜찮게 다가왔다.

'나는 다 이해한다고 그저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조금 결이 다르다면 그녀와 나의 과거는 다르고

공통점이라면 그녀와 나 모두

여전히 아픔을 품고 있으며

그 슬픔과 고통을 삼킨 채 계속해서 살아내고

버텨내며 다시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족, 죽은 이를 품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을 떠나

한 사람의 몫을 다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 인간의 분투기가 너무나도 슬프면서도 환희에 찬

격렬한 춤사위처럼 다가왔다.


하필 다가온 내 가족의 그날에 읽으며

(우리는 아직도 기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한다)

읽는 내내 조금 힘들었고 슬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겨 낼 용기를 얻었다.


무릇 인생과 시간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픈 것 같다가도

망각의 도움으로 한고비를 넘고 또 한고비를 넘으면서

끝없이 영원히 살아버티는 것 말이다.


누군가의 시간의 몫을 대신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결국은 그런 시간의 모두가 나 자체이므로

오롯이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

슬픔 속에서도 다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랑 작가처럼 말이다.


한 가족의 뿌리를 따라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는 다르지만 너무나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로

내 삶의 역사를 이어나가야겠지.

모쪼록 이랑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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