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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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처럼

아낌없이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

한 사람을 이토록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은

그들의 마음은 때로는 맹목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본적인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돌봄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을 달군 W의 팬인 복미영.

'쓰레기 감별사'라 불릴 만큼

좋아하는 연예인마다 물의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팬심'으로 버텨온 오랜 시간,

복미영에게도 이제는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W를 향했던 팬심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한정판을 비롯해 다양하게도 수집했던

MD들을 '버리기' 위해 중고마켓에 등록했지만,

'네까짓 거' 소리를 들으며 이런 일로 W를 등진

그녀를 욕하는 aka 멍든하늘을 마주하며

그녀는 타인을 향한 애정을 자신에게로 돌려

'복미영 팬클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버리기 아티스트'라 칭하며,

'네까짓거' 에서 '네'를 버리곤 '까짓것'의 마음으로

복미영 팬클럽을 스스로 만들고,

"너, 나의 팬이 되어라." 하며 사랑의 관계에서도

을이 아닌 갑이 되고자 하는 변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소중히 간직했던 것일수록

제때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한때의 진심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복미영은 자신의 첫 안티팬인

멍든하늘에게 역조공을 하기 위해

폐장한 부곡하와이로 떠난다.

복미영 팬클럽 굿즈를 가득 싣고,

약속 하나만을 품은 채 그에게 향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와 동반하게 된 것은

이른바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보였던 복미영에게

'이모 버리기'를 부탁하고 싶었던 김지은.

돌봄과 쓰임새 사이, 필요할 때는 한껏 품었던

이모를 버리기 위해서 그래도 되는 사람

복미영을 이용하고 싶었던 김지은은

부곡하와이로 향하며 마주한 복미영을 보며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칼과,

그것을 거부하는 대신 그것을 가슴에 꽂아두고

따뜻하게 달구려는 복미영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 대한 애정 가득한

복미영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숨겨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버리기 아티스트인 복미영이 왜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찌르는 칼은 버리지 않고 품었는지 

김지영은 복미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둔다.

쉽지 않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냥 해보았더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

그리고 인생의 군더더기들까지 잘 버리는 사람.

복미영과 김지영, 그들은 절망의 속도가 아니라

낙관의 속도로 움직인다.

용맹한 박자로, 경솔한 리듬으로.


처음에는 그저 상처받은 팬심을 나에게로 돌리며

자신을 안쓰러워하고 애틋해하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있자니

소외된 이들의 단단한 목소리에 가닿을 수 있어서

작가가 전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감탄하게 되었다.

유머러스한 북클럽 멤버들을 비롯해

허무맹랑한 계획을 돌아가더라도

기어코 행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애쓴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게 꽉 차있었다.


앞으로 그들은 또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용맹하고 경솔하게 나아갈 그들의 여정을

한 명의 복미영 팬으로서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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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 그래도 여전히
이강(집착서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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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무옆의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5년 2월 기준 15~29세

쉬었음 청년은 50만 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노령인구가 많기도 하고,

노령인구의 사회생활이 지속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내가 취업을 하던 2000년대 중반에도

또 지금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은 여전하지만,

그 현실을 마주하는 청춘들에게는

고민이 특히나 많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닐 때는 체감하지 못하다가

막상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나의 부족함이나 상대적 박탈감,

또 무얼 해야 하나 하는 고민부터

'도대체 내 재능은 뭐지?' 하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

그것으로 평생의 업을 삼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니

도대체 이 재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 상위 4퍼센트에 드는 전문가 포지션이 아닌

상위 10~20퍼센트의 재능.

이것으로 먹고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싶고,

그렇다고 다른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렵고.

이런 애매한 재능러에게 전하는

파이팅 넘치는 응원이 담긴 에세이를 만났다.


도서 크리에이터 집착서점의 첫 에세이인

〈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이다.

탕수육 부먹 찍먹은 들어봤는데,

도대체 이 찍먹 인간은 무엇인가?

작가는 애매한 재능을 가진 자신의

다양한 '찍먹' 경험담을 전한다.

오타쿠는 되지 못하고 이것저것 찍먹을 하며

전전하던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찍게 된

영상 한편은 그를 도서 크리에이터로 만들었다.


이 우연의 실마리를 가져온 수많은 도전들의 기록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나' '쓸모 있고 도움 되는 일만 해야지' 하는

청춘들에게 과감하게 뭐든 '찍먹'해 보라고 전하는

응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평생직장의 시대는 끝났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며

쭉 같은 일을 하며 평생을 일하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백세시대라 불릴만큼 늘어난 인생시계는

우리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키곤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치 소거하듯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았던 작가의 이야기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는 이에게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열망을,

또 애매한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움츠러들어있던 이에게는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한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

전학하며 배운 '살아남는 법',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무한한 세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첫 창업의 기억부터

열정 그 자체였던 대외활동,

잘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하고 있는 운동 등

포기와 시작을 무수히 번갈아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오뚝이 같은 작가의 시간들은

그의 인생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지지대가 되었다.


인생은 흔들리면서 나아간다.

곧게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흔들리고 넘어지며 다시 또 일어나고

그러면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도전 앞에서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나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패에 겁이 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두렵고 힘들지만 내딛는다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막히면 돌아서 가면서

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임을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어 갈 수 있었다.


어느덧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이제는 그때보다는 조금 미지근한 열정의 시기가 되었다.

따끈한 열정의 작가를 보고 있자니,

내가 주저하느라 겁이 나서 놓쳤던

많은 순간의 기회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무엇이라도 될 수 있으니

맘껏 남은 인생 시간 동안 '찍먹'해 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며, 혹은 도전에 실패했을 때

완벽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을 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토록 꾸준한 '찍먹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그럴 수도 있지'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

사촌 동생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세상을 탐색하는 새로운 방법!

오늘부터 나도 찍먹 인간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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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자본 - 본질의 미학
김지수 지음 / 포르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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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르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며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저 사람, 감각 있다."라며 칭찬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하나의 소비나 행동이 아닌

축적된 경험의 시간이 만든

세상을 인식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감각을 바탕으로 한 선택들은

물건이나 문화 등에서 '취향'으로 표현되고,

나만의 '취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감각은 어디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 걸까?

어떤 형태화된 요소가 아닌

'감각'이라는 무형의 요소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소비하는 것들이

어떻게 개인의 브랜드와 경쟁력이 되는지

탐구한 재미난 에세이를 만났다.


리빙디자인 전문가이자, 문화 에세이스트인

김지수가 쓴 〈감각 자본〉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와 취향의 문화적 의미를 다룬 저자는

〈감각 자본〉에서는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주고 있다.


개인의 서사와 시선, 취향이 모여 형성되는

독보적인 자산인 감각 자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시대를 예견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힘이 되는

감각 자본을 통해 모방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하고,

그 속에서 가장 '나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감각 자본〉에서 취향과 감각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감각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취향은 그 감각을 바탕으로 한 선택으로

단순한 기호가 아닌 사유의 결과로써 취향을 바라보며,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정제되고, 취향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이런 감각과 취향은 결국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나아가 타인과 구별되는

감각 자본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결국 내 취향이 담긴 소비가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고,

취향을 통해 '나다움'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나가고

이를 통해 타인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적 자본이나

소비의 효율성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서의

소비를 이야기하며 개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의 연결, 나아가 공감 가능한 문화의 형성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준다.


즉 "나다움을 드러내는 감각적 선택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나만의 경쟁력"인 감각 자본을 통해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곧 문화적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를 발견하는' 자기발견서로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소비와 취향을 넘어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로 접근한 이 책은

단순한 쓸모보다는 의미에 집중해서

그 속에 숨겨진 본질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그 가운데는 '나다움'이 핵심 포인트로 나오며,

다른 누군가와는 다른 '나만의' 취향으로

나다움을 통해 감각 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독자들 스스로도 깨달을 수 있다.


작가가 전하는 다양한 일상의 실마리에서

감각의 자본을 찾는다.

책장을 넘기며 문득,

트렌드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나다운 것을 정제해가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시대와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감각 자본〉은 그런 진솔한 시간이었다.

소비와 취향을 넘어,

의미와 본질을 향해가는 감각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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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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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럴듯한 집과 차? 넘치는 자산?

혹은 누구나 우러러보는 직업?

그런 조건적인 것만이 잘 사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잘 산다'라는 것은 누군가의 평가나 판단이 아닌

사실 자기 자신의 만족도에 달려 있고,

하루하루에 대한 만족은 결국 인생 자체를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으로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조건적인 '잘 산다'를 채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주로 최근 1~2년 새에 출간되는 근간을 읽는 편인 내가

무엇 때문인지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라는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2022년 필독서라 불리던 이 책은,

코로나가 아직 한창이던 시기에

조금은 무력감이나 즐거움을 잃어버렸던 사람들에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재미와 신나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 책으로

이제는 다시 자유로운 일상을 찾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신나는 하루를 만드는 방법'으로 다가온다.


1년 365일을 매일 같이 열심히 치열하게

의욕 넘치게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떤 날은 좋았다가도 어떤 날은 좋지 않고,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마음이 달라진다.

반복되는 루틴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다가도

무료하다고 느낄 때면 하릴없이 시간을 축내며

스스로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말이다.


대단한 하루는 아니어도

그저 신나고 즐겁고 싶었던 것인데,

왜 때문인지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우울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내외부적으로 처한 나의 상황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는 몸의 컨디션이나 인간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무언가 '다시 열심히' 삶에 대한 의욕을

끌어올리고프면서도 무력감이 가득 찼던 때에

'이 책이라도'라는 생각으로 펼쳤는데,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신나게 하루를 보내는 100가지 방법'은

나에게 다시금 일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글 쓰는 직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하루는

일반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더 길게 늘어나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뭔가 그들에게는 좀 더 강한 탄성의 시간이 주어지는지

같은 시간을 늘리고 늘려

이른바 뽕을 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소설가 김중혁이 말하는 '신나는 하루를 보내는 방법'

들을 보고 있자니, 그에게서 '시간의 부자'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은 시간의 탄성보다도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다다르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 가지씩 작가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 하며

나의 하루 시간에도 탄성을 더해보며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즐겁고 신나는 하루로,

또 그것을 이어붙여 즐겁고 신나는 인생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의 앞머리에는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책을 읽는 방법도 아니고 사용하는 방법이라니,

스스로도 이 책을 하나의 '도구'로써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 창의력을 키우고,

이것을 이용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중요) 회고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작가처럼

매일이 신나고 즐거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기대감이 커진다.


그리고 마치 이 책의 액기스만을 모아 놓은

'핵심요약정리' 같은 차례가 이어진다.

각 장의 타이틀 자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100가지 방법'의 전부이기 때문에

차례를 너무 상세히 읽는 것보다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작가의 말처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아무 데나 펼쳐서 봐도 좋다.


오늘 하루의 기분 그래프를 그려보자

두 사람의 대화를 상상해서 적어보자

일단 저질러보자

몰랐던 식물의 이름을 다섯 개 알아보자

약도를 그려보자

이야기 바깥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내가 살고 싶은 집의 평면도를 그려 보자

하루 종일 반대로만 행동해 보자

편지를 써 보자

무생물에게 이름을 지어 주자

오늘 내가 한 실수를 적어보자


등 창의력을 키워주고

일상의 변주를 주는 다양한 방법들은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것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각조차 못 했던 모험 같은

신선함을 전해주었다.


어떤 목표나 목적에만 맞추어

모나지 않게 주어진 미션을 해치우던

모범생 같았던 일상에서

약간의 변주만으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누구나 해볼 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생의 즐거움은 사소한 데서 오고,

그런 즐거움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큰 나비효과를 가져오는데

알면서도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기 전 1~2페이지를 읽으며

해보면 좋을만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배운다.

익숙하고 반복되던 일상에

작은 변주를 주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하루를 만들 수 있다니

오늘 치의 즐거움과 행복을 채워

딱 하루만이라도 잘 살아보면

또 그런 창의력이 쌓인다면

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을 익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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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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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뷰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 입니다."


어떤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에게 남은 상처는 이로 말할 수 없다.

더욱이 누군가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면

가해자에 대한 원망 역시 내내 키우게 되고 말이다.


평범한 가정의 십 대 소녀가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범인은 같은 동네에 살던 십 대 남자아이,

한참을 떠들썩하게 하던 시간이 30년이나 지나고

아이였던 소년은 남자가 되어 출소를 앞두고 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뀌게 했다.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점점 무너지고 있는 해안가 마을처럼,

누군가는 집을 잃기도 하고,

위험한 집을 팔고 마을을 떠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그곳에 머무르며 여전히 삶을 이어온다.


글쓰기로 인해 우울했던 자신을 살렸다는 작가는

한 사람의 실수에서 시작된 광범위한 이야기를 펼친다.

한마을을 배경으로, 과거의 죄를 저지른 남자가

30년 만에 세상 속으로 돌아오고 머지않아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그가 지목되면서,

사건의 진실과 남겨진 유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와 얽힌 한 가정, 그중에서도 가족을 지키고자 한

스스로를 무법자라 부르는

소녀의 성장에 대해서 말이다.


케이프 헤이븐이라는 해안 도시,

마을에는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함께 어울리는

평범한 소년, 소녀들이 있다.

이들은 함께하며 형제처럼 연인처럼

서로에게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평화로움은 마을에 거주하는 시시 래들리라는

소녀의 사망사건과 함께 흔들리고 만다.


사망한 시시 래들리를 살해한 혐의로 잡힌 것은

그의 언니인 스타 래들리와도 친한 친구였던

십 대 소년 빈센트 킹.

그는 교정시설행을 선고받고

또 그 안에서도 살인사건을 저지르며

총 30년에 달하는 감옥살이를 마치고

케이프 헤이븐으로 돌아온다.


그와 형제와도 같은 사이이자

현재는 경찰서장인 워크는

오랜 친구들과 마을을 돌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빈센트 킹에게서 동생을 잃은 스타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만나기를 꺼리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그녀는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술이나 약에 취한 채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빈센트 킹이 마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을 잃었던 스타 래들리 역시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워크가 발견한 것은

범죄현장인 스타의 집에 있는 빈센트와

위층에서는 자고 있었던 그녀의 아이들.

잠결이었는지 아니면 충격이 컸는지

사건에 대한 유일한 목격자인 로빈은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현장에서 범행도구는 발견되지 않았고,

자신이 범인이라 시인하는 빈센트는

이대로 가다가는 사형이 내려질게 뻔한 터.

빈센트가 범인임을 믿을 수 없는 워크는

스타와 수시로 싸우고 문제가 있었던

다크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그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


과연 스타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대체 왜 그녀를 살해했을까?


동생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법자'가 되고자 하는 소녀에게는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들이 이어지고 마는데

과거의 사건, 기억을 잃어버린 동생, 엄마의 사망까지

사건을 뒤쫓는 워크와 무법자 소녀인 더치스를 따라가며

진실에 가닿는 과정은 평범한 범죄 추리소설과는 다른

반전과 섬세한 감정선이 담긴 매력이 있었다.


워크가 왜 그토록 빈센트를 믿었는지,

더치스가 가족을 위해 벌인 행동에서 오는

후회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인물들이 선택하는 순간순간은

서로를 강하게 엮고 옥죄며

사건을 더욱 깊게 끌고 갔다.

그 시간을 따라가며 수많은 선택과 후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주어진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의도치 않은 엮임으로 엉켜버리지만

그 역시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몫으로

기꺼이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자신 역시 아직 소녀이면서

더 어린 동생을 보살피고 지키는 더치스가 보인 사랑,

자신의 투병 속에서도 끝까지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워크의 열정은 단순히 경찰서장이라는 직업이 아니라

그 속에 자신의 친구들이 있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책임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윽고 마주한 반전의 결말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들에 그제야 납득이 갔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원죄들,

이 소설에서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가?라는 질문 앞에

무어라 결론 내릴 수 없는 잔잔한 감정이

얼룩처럼 남는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을

단순히 범죄로서의 사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남고,

또 누군가의 죽음은 어떤 사건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독하게 엉켜버린 인물들의 서사를 아득히 떠올리며,

누구라도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음을

그저 그 시간에 내동댕이 처진 주인공들에게

안쓰러움을 느낄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란다.

로빈과 더치스가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은 있었을까?

악의 품에서 자란 소녀와

그녀의 마지막 구원이 된 살인자 사이에는

어떤 인연이 있을지

꼭 직접 읽고 확인해 보기를 추천하는 소설

〈나의 작은 무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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