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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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처럼

아낌없이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

한 사람을 이토록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은

그들의 마음은 때로는 맹목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본적인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돌봄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을 달군 W의 팬인 복미영.

'쓰레기 감별사'라 불릴 만큼

좋아하는 연예인마다 물의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팬심'으로 버텨온 오랜 시간,

복미영에게도 이제는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W를 향했던 팬심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한정판을 비롯해 다양하게도 수집했던

MD들을 '버리기' 위해 중고마켓에 등록했지만,

'네까짓 거' 소리를 들으며 이런 일로 W를 등진

그녀를 욕하는 aka 멍든하늘을 마주하며

그녀는 타인을 향한 애정을 자신에게로 돌려

'복미영 팬클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버리기 아티스트'라 칭하며,

'네까짓거' 에서 '네'를 버리곤 '까짓것'의 마음으로

복미영 팬클럽을 스스로 만들고,

"너, 나의 팬이 되어라." 하며 사랑의 관계에서도

을이 아닌 갑이 되고자 하는 변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소중히 간직했던 것일수록

제때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한때의 진심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복미영은 자신의 첫 안티팬인

멍든하늘에게 역조공을 하기 위해

폐장한 부곡하와이로 떠난다.

복미영 팬클럽 굿즈를 가득 싣고,

약속 하나만을 품은 채 그에게 향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와 동반하게 된 것은

이른바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보였던 복미영에게

'이모 버리기'를 부탁하고 싶었던 김지은.

돌봄과 쓰임새 사이, 필요할 때는 한껏 품었던

이모를 버리기 위해서 그래도 되는 사람

복미영을 이용하고 싶었던 김지은은

부곡하와이로 향하며 마주한 복미영을 보며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칼과,

그것을 거부하는 대신 그것을 가슴에 꽂아두고

따뜻하게 달구려는 복미영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 대한 애정 가득한

복미영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숨겨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버리기 아티스트인 복미영이 왜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찌르는 칼은 버리지 않고 품었는지 

김지영은 복미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둔다.

쉽지 않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냥 해보았더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

그리고 인생의 군더더기들까지 잘 버리는 사람.

복미영과 김지영, 그들은 절망의 속도가 아니라

낙관의 속도로 움직인다.

용맹한 박자로, 경솔한 리듬으로.


처음에는 그저 상처받은 팬심을 나에게로 돌리며

자신을 안쓰러워하고 애틋해하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있자니

소외된 이들의 단단한 목소리에 가닿을 수 있어서

작가가 전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감탄하게 되었다.

유머러스한 북클럽 멤버들을 비롯해

허무맹랑한 계획을 돌아가더라도

기어코 행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애쓴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게 꽉 차있었다.


앞으로 그들은 또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용맹하고 경솔하게 나아갈 그들의 여정을

한 명의 복미영 팬으로서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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