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부지런한 행복 - 출근길의 아득함을 설렘으로 치환하는 힘
김지영 지음 / 포르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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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르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바쁘던 직장인 시절,

한 시간 반 남짓의 퇴근길을 거쳐 집에 돌아오면

아무리 빨라도 7시 반,

저녁을 먹고 나면 시계는 밤 9시를 향했다.

하루를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고

무언가를 하기에는 지쳐버려서

뭐라도 하겠다고 컴퓨터를 켜고 TV를 보다 보면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쁜 평일의 피로는 주말에 허리가 아플 때까지

몰아서 자는 취침으로 풀고자 했고,

덥고 추운 것을 느낄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방 같은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한 해 두 해 지나갔다.


분명 퇴근하고 맞이한 자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퇴근길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선택하고 돈을 벌고 있는 일인데

출퇴근하는 사이에서 뭐가 이렇게 아깝고 억울한지"

눈물이 절로 주르륵 흐르곤 했다.


네모난 건물의 네모난 책상에 앉아서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던

회색 같았던 일상 속에서

다채로운 행복을 찾고 싶었던 마음과의 격차는

짙은 아쉬움으로 그렇게 눈물을 흐르게 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소확행'이라든가

'아보하'라는 말속에서 나와 맞는 결을 찾기 시작했다.

대단하진 않아도 나에게 잘 맞고 행복하며

나의 삶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 같은

작은 일상의 조각들은 오히려 대단한 것이 아니기에

쉽게 가지거나 행할 수 있었고,

이런 것들은 마음속의 자양분이 되어

나라는 사람을 '씩씩하게' 자라게 했다.

직장을 나와서야 비로소

그것을 발견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때의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부지런히 나에게 선사했다면

조금은 덜 힘들고 즐거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13년 차 직장인이기도 한 작가는

동아일보에서 2030세상이라는 지면에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느슨하게 부지런한 행복〉은

이 지면에 연재해온 칼럼과

새로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한 명의 직장인이자 여성으로 지내며

삶이 불안할 때 행해 온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부지런함은

'시작해 봤다'라는 의미로

한껏 부지런함의 문턱을 낮춰준다.

지킬 수 없는 완벽한 루틴 대신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듬을 택해서,

마음을 다한 순간순간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고 믿는 작가는

지난한 사회생활에 마모된 자신을 위해

작은 행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일상을 부지런히 그리고 느슨하게 느끼며

하루하루를 기대감으로 채우는 힘을 만들어 낸다.


그런 작가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리듬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일상 속에서 행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일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에서 시작해

무기력과 월급의 기쁨 사이를 오가는 밥벌이,

나를 지키는 생활 습관, 관계의 온도를 조율하는 법,

그리고 삶의 끝과 다시 시작을 담은 이별 프로젝트까지

생생한 경험담으로 채워진 각 장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나이들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묻는다.


그중에서도 3장인 '나를 지키는 일상 프로젝트'의

「혼자의 교실」 부분이 가장 와닿았는데,

매일 출근 전 2시간 일찍 카페에서

나름의 학기제를 운영하며 공부를 하며 느낀

황홀함에 대한 얘기는 '공부'라는 것 자체가

학생 때에만 해당하고 피곤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할 수 있는 직장인에게

강렬한 자극제로 다가올 것 같다.


배우고 싶었던 것이나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절한 보상을 배치해서 즐기는 그 마음,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기꺼이 나서서 하는 공부란 얼마나 즐거울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희소성으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함께하는 가족, 친구에 대한 애정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작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평범한 이름의

평범한 사람이 쓰는 평범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로 다가간다.


나만의 색을 찾아가고픈

무채색의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지루한 출근길을 기대감으로 채울 수 있는

힘에 대하여 말하는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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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지구인 마음이 자라는 나무 46
이혜빈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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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뷰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은 다하고 있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내가 원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갈 힘을 잃은 채 멈추게 된다.

몸도 맘도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번아웃은 꼭 직장인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다.


우주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멋진 전시관을 만든 나왈 행성인인 쇼쇼.

그런 쇼쇼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으니

바로 영혼이 메마르며 머리 위의 꽃이 점차 시들고 있는 것.

의사는 영혼이 메마르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늦기 전에 치유하라며 '작은 휴식'을 권하지만,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쇼쇼는 이를 무시하고

휴식을 차일피일 미룬다.

남들에게는 시든 꽃과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일에만 몰두하던 쇼쇼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주 공화국 위원장이 선물한 폭죽이

어린 우주인들의 장난으로 터지며

쇼쇼의 전부였던 전시관이 엉망이 되고,

전시관의 공사기간 동안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위원장이 건네주었던 '지구인으로 살아 보기 대회'에

참여해 우승 상품인 지구의 특별한 물건을 받아

다시 전시관에 전시할 계획을 세운다.


15세 소년의 모습으로 지구에 가게 된 쇼쇼는

대회에 참여한 다른 외계인들과 함께

주어지는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려고 하는데,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주어진 미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미션 '지구인에게 밥 사 주기'

두 번째 미션 '지구인에게 감사의 온도가 10인

고맙습니다 라는 말 듣기'

세 번째 미션 '지구에서 5일의 시간 동안 50만 원 벌기'


지구인에게 정체를 들켜도 탈락,

자신이 가진 능력을 쓴 순간

자기 본래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어서

조심조심하며 지구에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쇼쇼.


그런 쇼쇼가 우연히 휘말리게 된 '앤'이라는

15세 소녀를 통해 쇼쇼는 자신이 겪고 있는

'번아웃' '지침'이라는 상황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쇼쇼의 정체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앤이지만,

둘은 서로의 우승화 방학 동안의 일탈을 도우며

협력하기로 하고,

앤의 버킷리스트와 쇼쇼의 미션을 함께 수행하며

잊을 수 없는 둘만의 추억을 쌓아간다.


바쁘게 일만 하며, 다른 외계인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쇼쇼에게

앤은 누구보다 가깝고 이해해 주는 친구이자,

힘과 의지가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지구의 15살 소녀 앤이 마주하고 있는

학업 스트레스와 꿈에 대한 내용,

또 '빛바랜 구역'이라 불리는 빈민 지역에서 자라

성공궤도를 달리게 되었지만

늘 타인과의 비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소중했던 친구와의 거리가 멀어졌던 과정 등

쇼쇼는 자신이 왜 지쳤는지를

지구에서의 시간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쇼쇼의 미션이자,

앤의 꿈이었던 '전시회 열기'를 통해

자신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시간을 내보이며,

그들은 가두어진 자신들의 한계를 벗어나

한 층 성장하며 서로를 지켜주는 멋진 우정을 보여준다.


과연 쇼쇼는 대회의 마지막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고,

계획대로 우승해 특별한 상품을 받을 수 있을까?

몰래 가출해서 일탈을 즐기던 앤의 진심을

부모님은 이해할 수 있을까?


외계인과 지구인의 우정이라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로

15세 청소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공감하며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SF 소설이자

청소년 소설인 〈오늘부터 지구인〉이었다.


처음에는 지구의 생활이나 지구인들에 대해 잘 몰라서

어색하게 앤의 모습을 따라 하던 쇼쇼가

어느새 지구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소중한 친구를 챙기는 모습은

종족을 넘어선 진한 진심으로 다가왔다.


늘 완벽함만을 추구하고, 휴식보다는 달리기만 해왔다면

진정한 나의 멋진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번아웃에 지친 외계인과 지구인의 만남.

협력 속에서 꿈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우정까지

따스한 변화와 성장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던

〈오늘부터 지구인〉을 통해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추억의 힘을 만날 수 있었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시간을 기다리는 주인공들이

꿈을 이뤄 서로를 기쁘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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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매치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2
노수미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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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유와공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지만 '어른'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

나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은 이른바 '고딩엄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곱지가 않다.


"남들 공부할 때 쳐 놀다가 생각 없이 애나 싸지르는"

같은 편견 어린 시선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린 엄마 아빠에게 날카롭게 다가오고,

이로 인해 아이의 탄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거니

아이가 불행의 씨앗과 같은 이미지로 부모 스스로

느끼게 하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22년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인

'고딩엄빠'를 보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다양한 가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무책임하거나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가까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그 진심을 매번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할지 참 난감할 것 같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낳은 거야?"

"낳음 당했다"라며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관계없이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원망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있다.


생명의 탄생에 "왜?"라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나 싶지만,

때로는 부모와 자식의 마음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의문을 가진 자식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그런 청소년 소설을 만났다.


생명을 점지해 주는 삼신 할망과

생명을 거두어가는 저승 할망 신화를 모티브로

새롭게 구성한 소설 〈리턴 매치〉이다.


턴 매치는 고딩 엄빠 자녀라는 낙인이 붙어있는

주인공 은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은비의 엄마,

어린 은비를 키우기 위해 방송 출연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고딩 엄빠의 자녀'라는 꼬리표는 은비를 따라다닌다.


모두에게 잊히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얼굴을 바꾸는 성형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인적도 드문 곳에서 운영하는 개인 편의점에는

매일 미역국 3그릇을 제공하는 독특한 사장님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남기지 않고

그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을 받게 한

원인이자, 늘 일만 하며 고생하는 엄마가

한편으로는 안쓰러우면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은비는

엄마의 재혼 계획을 알게 되고

모두에게 '걸림돌'같은 자신의 신세를 원망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는

은비의 마음을 꿰뚫은 듯,

새로 학교에 온 선생님은 사실은 자신이 신이라며

은비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권하고

순수한 은비가 사인을 한 뒤에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저승이다.


알고 보니 신이라 말했던 그 사람은

오래 전 삼신 할망의 자리를 두고 대결을 펼치다가 졌던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어들이는 저승 할망이고,

은비를 증거 삼아 삼신 할망의 자리를 빼앗고자

재심을 신청하는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 악당인 것이다.


은비는 자신이 '왜' 태어나야 했는지,

탄생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은비를 따라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모험을 펼치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의 사랑까지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성장 판타지 소설이었다.


계획하고 기다렸던 아기든

아니면 예상하지 못했던 잉태이든

사람에게는 모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소설은 이야기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내고 마는 생명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때로는 그 생명 하나가 다른 이를 구원하기도 한다.


어린 부모라서, 능력이 부족한 부모라서

자식을 낳거나 키울 자격이 없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음을 소설 속의 엄마들을 통해 느낀다.

부모 또한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기에

모르고 실수투성이 일 수밖에 없고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서툰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삶과 죽음 사이, 그 경계에서 자신을 둘러싼

엄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 은비처럼

우리도 부모님의 사랑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로 인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고딩엄빠'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를 지키고 키워낸 진짜 '어른'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신 할망의 이야기는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만

저승 할망과의 이야기는 생소했었는데,

신들의 재판이라는 색다른 접근도 신선했고

한 아이를 증거로 이루어진 재심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은비의 모험까지

제대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이었다.


'도대체 왜 나를 낳은 거야?'

라고 비뚤어진 마음의 아이가 있다면

은비와 함께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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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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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디투다이브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입학, 졸업, 취업 등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로

바쁘게 움직이는 10~20대와 달리

인생의 가운데에 이르는 중년은

다가오는 노년을 준비하며

'나이 듦'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냥 한 여름 같은 어린 나이대에는

중년이라 하면 나이 들고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서

꺼려지는 기분이 들곤 했는데,

언젠가 명절 때 이모와 언니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중년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당시 곧 마흔을 앞둔 언니가 나이의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토로하자

"30대 때보다 40대가 훨씬 안정감 있고 좋다"라며

그런 염려를 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

그래서 나 역시도 다가오는 40대나

그 이후 중년의 시간에 대해서 부담이나 염려를

미리부터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백세시대라고 하는 요즘,

딱 반이라고 볼 수 있는 50대의 시간은

젊음의 뜨거움이 아직 남아있기도

또 다가올 노년에 대한 준비로 바쁠 것 같다.

한창 바삐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달리는

30~40대에게는 특히나 오십이라는 시간은

장거리 달리기의 어떤 분기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말이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로

인문 분야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울림은 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끊임없이 마주한 숙제 같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를 맞은 오십 대에게

숙제처럼 살던 인생을 내려놓고

축제처럼 살아야 하는 시기,

내인 생을 내 힘, 정신적 힘을 키우자고 말이다.

그런 정신적 힘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세상의 지혜를 내 삶의 경험에 대입해 적용해서

깨달음을 얻을 것을 강조하는 데,

이런 세상의 지혜를 담은 명언들을

작가만의 이야기로 풀어가며

어떻게 인생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이다.


30년 넘게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책 속 경구는 물론 내담자나 이웃 주문,

출근길 택시 기사가 무심코 흘린 명언 등을 모으고

그에 관한 자신만의 성찰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렇게 모은 명언 중 70개를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은 중년에게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 것인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민이나 난관에 봉착할 때,

나보다 그 시간을 먼저 보낸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얻곤 한다.

그들은 자신이 보내온 시간을 바탕으로,

그 어떤 지식보다도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를 전하는데

이번에 만나 본 책에서 전하는 명언들은

학자나 유명인의 말뿐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나 가족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정말 인생 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불행과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

나이 듦을 인정하는 마음,

듣는 사람을 생각하며 하는 말,

생동감 있게 사는 삶의 에너지로서의 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것,

어려운 일이 쉬워질 때까지 버티는 힘 등

다양한 명언 속에 담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한 구절 한 구절 읽는 내내 아로새겨졌다.


오십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는

나와 같은 30~40대는 물론,

'노인'이 되는 과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님과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젊은이들에게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나이가 든 이들에게는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을지 청사진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인생이 아닌,

오롯이 즐기며 '내 것'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얼마나 의미 있고 즐거운지,

인생의 묘미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여러 명언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주는

작가의 목소리를 읽고 있으니

어느새 훌쩍 책의 마지막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인생을 바라볼 때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삶의 방식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

'나 자신'과 함께 살아갈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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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 - 별별 마음돌봄에 탈탈 월급 털린 이야기
손성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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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조카의 방향을 맞이해서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을 다녀왔다.

고대, 선사 시대를 거쳐 청동기,

삼국시대-고려-조선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문화유산,

유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유물들에 담겨있는 정성을 한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깨지고, 상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쓰임에 맞게 만들고 사용했을

과거의 이름 모를 얼굴들을 떠올리니

문화나 역사가 가진 힘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박물관에서 바라본 각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형태가 멀쩡한 것도 있었지만,

정말 어떤 유물들은

'도대체 원래 모양이 이랬다는 걸 어떻게 알지?'

싶을 정도로 조금 과장하자면 산산조각 난 가루 형태를

원래의 모양으로 이어붙인 것들도 있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형태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이런저런 상황이나 사람에 의해

깨지고 조각나서 부서지기도 하는.

그렇다고 깨진 마음을 그대로 두기엔

깨진 틈으로 상처와 고통이 흘러

도저히 일상생활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마음을 돌봐주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누구와의 상담일 수도 있고,

요가 수련 같은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방법이나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검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마음 돌봄 과정을 거치다 보면

박물관에서 감쪽같이 이어붙여 원래의 형태로

메꾸어진 유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단단하게 고쳐지지 않을까 싶다.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했던,

그래서 자신에게는 늘 모진 말과 높은 잣대로

몰아붙이기만 하던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마음 돌봄을 하기로 한다.


한번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은

단순히 상담을 받는 것이나 단련을 하는 것을 넘어

각종 자격증을 따고 학업을 더하는 등의

정성을 기울이게 하는데,


그런 작가의 마음 돌봄의 기록이자,

자신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리한 책

〈마음이 고장 났어도 고치면 그만이니까〉을

만나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정치 사회부 기자인 그녀의 직업은

사람들에게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이기 쉬웠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어느새 갑자기 찾아온 우울 앞에

그제야 이것이 '번아웃'이고 자신이 지쳐있다는 것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F 코드 진단을 받고 본격적인 심리 상담을 비롯해

요가원, 명상센터, 플랫폼 서비스,

책방에서 하는 이벤트나 원데이클래스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마음 돌봄 활동을

체험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사람이 어디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기자로서의 끈기였을까,

자신의 마음돌봄 앞에서도 전투적인 태세로

하나씩 도장 깨기를 하며 디테일한 분석을 더한

작가의 모습은 마치 깨진 도자기 조각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매만지는 장인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속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타인의 마음이나 타인과의 관계는 신경 쓰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는 스스로와의 관계나

나의 마음에 대해서는 크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배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슨! 다 배부른 소리지'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닌가' 하며 무시를 하다가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항시 명심해야 하는데도 하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어루만진다.

그런 다정함은 결국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고, 그런 일으킴을 겪으면서

자신과 같이 마음의 부침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자기 마음을 챙길 수 있다니,

늘 친절은 타인에게만 향했던 나에게

처음에는 조금 기이하게도 느껴지다가도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를 위해 이 정도의

걱정과 돌봄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탄탄하게 원래의 형태를 되찾은

유물은 자신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마주한 숱한 문제들은

모두 다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스스로의 형태로 존재함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런 유물들의 단단함처럼

나의 마음도 고장 나면 몇 번이고 고치고 이겨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이윽고 다다르게 될 나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노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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