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매치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2
노수미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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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유와공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지만 '어른'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

나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은 이른바 '고딩엄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곱지가 않다.


"남들 공부할 때 쳐 놀다가 생각 없이 애나 싸지르는"

같은 편견 어린 시선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린 엄마 아빠에게 날카롭게 다가오고,

이로 인해 아이의 탄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거니

아이가 불행의 씨앗과 같은 이미지로 부모 스스로

느끼게 하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22년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인

'고딩엄빠'를 보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다양한 가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무책임하거나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가까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그 진심을 매번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할지 참 난감할 것 같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낳은 거야?"

"낳음 당했다"라며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관계없이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원망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있다.


생명의 탄생에 "왜?"라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나 싶지만,

때로는 부모와 자식의 마음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의문을 가진 자식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그런 청소년 소설을 만났다.


생명을 점지해 주는 삼신 할망과

생명을 거두어가는 저승 할망 신화를 모티브로

새롭게 구성한 소설 〈리턴 매치〉이다.


턴 매치는 고딩 엄빠 자녀라는 낙인이 붙어있는

주인공 은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은비의 엄마,

어린 은비를 키우기 위해 방송 출연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고딩 엄빠의 자녀'라는 꼬리표는 은비를 따라다닌다.


모두에게 잊히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얼굴을 바꾸는 성형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인적도 드문 곳에서 운영하는 개인 편의점에는

매일 미역국 3그릇을 제공하는 독특한 사장님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남기지 않고

그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을 받게 한

원인이자, 늘 일만 하며 고생하는 엄마가

한편으로는 안쓰러우면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은비는

엄마의 재혼 계획을 알게 되고

모두에게 '걸림돌'같은 자신의 신세를 원망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는

은비의 마음을 꿰뚫은 듯,

새로 학교에 온 선생님은 사실은 자신이 신이라며

은비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권하고

순수한 은비가 사인을 한 뒤에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저승이다.


알고 보니 신이라 말했던 그 사람은

오래 전 삼신 할망의 자리를 두고 대결을 펼치다가 졌던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어들이는 저승 할망이고,

은비를 증거 삼아 삼신 할망의 자리를 빼앗고자

재심을 신청하는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 악당인 것이다.


은비는 자신이 '왜' 태어나야 했는지,

탄생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은비를 따라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모험을 펼치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의 사랑까지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성장 판타지 소설이었다.


계획하고 기다렸던 아기든

아니면 예상하지 못했던 잉태이든

사람에게는 모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소설은 이야기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내고 마는 생명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때로는 그 생명 하나가 다른 이를 구원하기도 한다.


어린 부모라서, 능력이 부족한 부모라서

자식을 낳거나 키울 자격이 없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음을 소설 속의 엄마들을 통해 느낀다.

부모 또한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기에

모르고 실수투성이 일 수밖에 없고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서툰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삶과 죽음 사이, 그 경계에서 자신을 둘러싼

엄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 은비처럼

우리도 부모님의 사랑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로 인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고딩엄빠'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를 지키고 키워낸 진짜 '어른'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신 할망의 이야기는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만

저승 할망과의 이야기는 생소했었는데,

신들의 재판이라는 색다른 접근도 신선했고

한 아이를 증거로 이루어진 재심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은비의 모험까지

제대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이었다.


'도대체 왜 나를 낳은 거야?'

라고 비뚤어진 마음의 아이가 있다면

은비와 함께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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