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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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들은 각자가 가진 인생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서로의 상황과 고통이 다르고,

오롯이 누군가의 입장에서 100% 공감할 수 없기에

나의 상황과 고통이 무엇보다도 와닿게 되는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싶을만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을 만났다.


현재의 안락한 나의 상황을

나의 입장에서 불안하다 느끼는 근래의 생각에

조용한 파장과 함께 안락한 오늘에 대한 감사함과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음'에 대한 자유마저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 작품,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이다.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어머니를 뒤로하고

배송일을 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던 코이치로.

그들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배송 일을 하던 아버지가 자전거를 탄 행인을 친 이후

사고의 트라우마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부터이다.

술과 도박에 빠져, 코이치로를 돌보기는커녕

그가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놓은 돈에 의지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못나고 부족한 아버지는 코이치로가 그동안

힘들게 모아두었던 전 재산마저 빼앗아 쓰며

술과 도박으로 날려버린다.

취해있던 아버지를 인계한 경찰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를 모시러 온 코이치로에게

돈을 몰래 가져다 써서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그가 손조차 대치 못했던 여자친구를

강간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고 마는데..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날만을 꿈꾸며

지금의 어려움을 인내하고 있던 코이치로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끝끝내 잡고 있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추운 겨울, 눈밭 한가운데서 아버지를 두들겨 팬 뒤

그대로 눈 속에 파묻고는 짐을 챙겨서 가출을 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됐다는 생각,

인생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다른 이들의 눈에 머물지 않는 지도의 뒷면 같은

도시의 뒷골목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방황하기 시작한 그.

엉망진창인 집이라고는 하지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공간이자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사회에서 벗어나

맨몸으로 어두운 뒷골목으로 떨어진 코이치로에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려고 해도 신분증이 필요했고,

미성년자 신분에 거리에서 잠을 자다가

시비가 붙어 싸움을 벌이지만,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살림살이와 돈을 뺏기고 만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먹을 것도 없이

싸구려 천 가방과 몸뚱이만을 공원에 뉜 채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코이치로의 앞에

공원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다가온다.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로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아이자키 유는 이번 소설을 통해

세상의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낸 그의 용기와

이윽고 마주한 진실이라는 반전을 담아내며,

성장이라는 시간이 고통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전한다.


나름의 유대감으로 뭉쳐진 노숙인들,

그들은 코이치로에게 따뜻한 온기와 거리에서의 삶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인생을 포기하고 망가진 것만 같아서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일상 속의 우리들처럼

평범한 시간이 있었고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생활을 하고 문제를 마주하고

또 서로 도우며 해결해 나가면서

코이치로는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의 면면들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거리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인력시장까지 나아가

점차 자신의 범위를 넓히는 그에게는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서로를 위하고 나눌 줄 아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긴다.


거리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인력시장에서의 생활에서 알게 된 아이바 아재와

다코야키 장사를 시작하면서

불안했던 자신의 삶에도 '정착'이라는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았던 코이치로는

한 번씩 과거의 '그 사건'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날은 죽이려고 해서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라는

아재의 말을 마음에 새긴 그는,

떠나온 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고향으로 되돌아가

아버지의 행적을 찾고,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아버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반증을 가지게 했고,

도망치듯 떠나왔던 고향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마주한 진실은 지난 시간에 대한 허무함이나 허망함,

'대체 왜?'라는 원망과 후회까지 코이치로에게 건넨다.

그가 마주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거리에서 보낸 시간과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얻은

그것들은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모든 것을 잃고 문제에서 도망치듯 떠나갔던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여 돌아온 고향에서

그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왔는지

코이치로의 시간을

함께 겪어내며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성장이라 하면 꼭 무언가를 이루거나 상승만을

얘기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의 변화는 모두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품은 소년이

이겨낸 짙은 생명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인생임을 알게 해주었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그에게 따스하게 자신을 내어 준

거리의 어른들의 마음이 있다는 게

그나마 거친 세상에서 코이치로의 힘듦을 이겨내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도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거친 방황을 겪고 나니

코이치로의 눈에 비로소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은 고생한 시간이 허망할지는 모르겠지만

단단하게 스스로 쌓어올린 인생이라는 시간이

아버지의 닳아버린 지도만큼이나

코이치로에게도 탄탄한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이 부자가 진즉에 마음 깊이 대화를 나눴더라면,

아이는 조금 아이답게, 어른은 조금 어른답게

서로의 역할이 충실했다면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지,

아버지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지난 시간의 이야기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 것만 같던

어린 소년이 마주한 현실 속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따뜻한 손길들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안락한 오늘을 감사하며,

스스로 벼랑 끝이라 생각하며 어려움을 느꼈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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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함규정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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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거주하는 지역의 바운더리 안에서

좁은 사회생활을 했던 학생 시절과 달리

세상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고

그로 인해 느끼는 피로도는 '처음 하게 된'

일의 어려움보다도 더욱 크게 다가왔다.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비롯되는지라

이 관계의 어려움은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자신을 좀먹는 기분이 드는데,

그러다 보면 관계에서 점점 뒷전에 물러나게 되고

조용히 혼자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과

좋은 유대감을 형성하면서도

전혀 문제나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데,

좁은 인간관계 사이에서도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이나 형제 등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해

관계의 회복을 위한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다.

코칭 전문가이자 감성 지능 연구자인

함규정 작가가 쓴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낀다기보다는

혼자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나에게도

굉장히 여러 가지로 공감을 하고

도움이 되었던 책인데,

감정 코칭 전문가가 전하는

인간관계 노하우를 통해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나처럼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코칭 전문가이자 감성 지능 연구자로

국내외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리더십을 코칭 하며

일터와 일상에서의 관계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코칭과 상담을 바탕으로

혼자를 편안하게 느끼는 현대인의 심리에 주목해

각자를 존중하면서 관계를 지혜롭게 이어가는 법,

나를 관계의 중심에 두면서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담았는데,

이전의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은 타인과의 접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만나 본 책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주목함으로써

나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어서 여느 책과는 차이가 있었다.


감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의 원인을 '내 탓'으로만

돌렸던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들이

다른 관계의 문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을 중점적으로 살핌으로써

지쳐버린 무기력한 감정을 해소하고, 관계 안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를 나눈다.


1장에서는 억지로 잘하려거나 애쓰지 않고

작은 연습으로 관계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으로

인간관계의 거리를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2장에서는 "가족관계는 무조건 좋아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보다 지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3장은 연인이나 부부 등 사랑하는 사이에서

감정을 독립성을 지키는 법을 전하는데,

침묵과 싸움 대신 슬기롭게 대화하기나

아프지 않게 사과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대화 방법이 나와있어서

참고해서 활용하기에 좋을 것 같다.

4장은 직장에서의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특히나 와닿을 만한 내용으로

일은 일로써 두고,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마지막 5장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에게 초점을 맞춰 감정을 회복하는

자기 돌봄 방법을 배우게 된다.


사람의 성격이나 화법에 따라

의도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타인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표현하던 감정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지 생각했고

특히나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거나 넘기기만 했던 포인트들에서는

스스로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통해서

나의 마음에 대한 경계를 지키는 부분도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각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함께 캐치할 수 있었고,

지금은 혼자가 편한 사람들도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하고 싶을 때 이 책을 통해서 배운

인간관계 노하우를 통해

가깝고 먼 관계부터 나와의 관계까지

편하게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며,

천천히 회복하는 연습까지 하는 등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동안 외면하고 회피만 했던 인간관계에

관계 연습을 통해 회복이 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던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이었다.


마음에 남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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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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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처럼

아낌없이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

한 사람을 이토록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은

그들의 마음은 때로는 맹목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본적인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돌봄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을 달군 W의 팬인 복미영.

'쓰레기 감별사'라 불릴 만큼

좋아하는 연예인마다 물의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팬심'으로 버텨온 오랜 시간,

복미영에게도 이제는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W를 향했던 팬심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한정판을 비롯해 다양하게도 수집했던

MD들을 '버리기' 위해 중고마켓에 등록했지만,

'네까짓 거' 소리를 들으며 이런 일로 W를 등진

그녀를 욕하는 aka 멍든하늘을 마주하며

그녀는 타인을 향한 애정을 자신에게로 돌려

'복미영 팬클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버리기 아티스트'라 칭하며,

'네까짓거' 에서 '네'를 버리곤 '까짓것'의 마음으로

복미영 팬클럽을 스스로 만들고,

"너, 나의 팬이 되어라." 하며 사랑의 관계에서도

을이 아닌 갑이 되고자 하는 변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소중히 간직했던 것일수록

제때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한때의 진심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복미영은 자신의 첫 안티팬인

멍든하늘에게 역조공을 하기 위해

폐장한 부곡하와이로 떠난다.

복미영 팬클럽 굿즈를 가득 싣고,

약속 하나만을 품은 채 그에게 향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와 동반하게 된 것은

이른바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보였던 복미영에게

'이모 버리기'를 부탁하고 싶었던 김지은.

돌봄과 쓰임새 사이, 필요할 때는 한껏 품었던

이모를 버리기 위해서 그래도 되는 사람

복미영을 이용하고 싶었던 김지은은

부곡하와이로 향하며 마주한 복미영을 보며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칼과,

그것을 거부하는 대신 그것을 가슴에 꽂아두고

따뜻하게 달구려는 복미영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 대한 애정 가득한

복미영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숨겨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버리기 아티스트인 복미영이 왜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찌르는 칼은 버리지 않고 품었는지 

김지영은 복미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둔다.

쉽지 않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냥 해보았더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

그리고 인생의 군더더기들까지 잘 버리는 사람.

복미영과 김지영, 그들은 절망의 속도가 아니라

낙관의 속도로 움직인다.

용맹한 박자로, 경솔한 리듬으로.


처음에는 그저 상처받은 팬심을 나에게로 돌리며

자신을 안쓰러워하고 애틋해하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있자니

소외된 이들의 단단한 목소리에 가닿을 수 있어서

작가가 전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감탄하게 되었다.

유머러스한 북클럽 멤버들을 비롯해

허무맹랑한 계획을 돌아가더라도

기어코 행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애쓴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게 꽉 차있었다.


앞으로 그들은 또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용맹하고 경솔하게 나아갈 그들의 여정을

한 명의 복미영 팬으로서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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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 그래도 여전히
이강(집착서점)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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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무옆의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5년 2월 기준 15~29세

쉬었음 청년은 50만 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노령인구가 많기도 하고,

노령인구의 사회생활이 지속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내가 취업을 하던 2000년대 중반에도

또 지금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은 여전하지만,

그 현실을 마주하는 청춘들에게는

고민이 특히나 많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닐 때는 체감하지 못하다가

막상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나의 부족함이나 상대적 박탈감,

또 무얼 해야 하나 하는 고민부터

'도대체 내 재능은 뭐지?' 하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

그것으로 평생의 업을 삼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니

도대체 이 재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 상위 4퍼센트에 드는 전문가 포지션이 아닌

상위 10~20퍼센트의 재능.

이것으로 먹고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싶고,

그렇다고 다른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렵고.

이런 애매한 재능러에게 전하는

파이팅 넘치는 응원이 담긴 에세이를 만났다.


도서 크리에이터 집착서점의 첫 에세이인

〈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이다.

탕수육 부먹 찍먹은 들어봤는데,

도대체 이 찍먹 인간은 무엇인가?

작가는 애매한 재능을 가진 자신의

다양한 '찍먹' 경험담을 전한다.

오타쿠는 되지 못하고 이것저것 찍먹을 하며

전전하던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찍게 된

영상 한편은 그를 도서 크리에이터로 만들었다.


이 우연의 실마리를 가져온 수많은 도전들의 기록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나' '쓸모 있고 도움 되는 일만 해야지' 하는

청춘들에게 과감하게 뭐든 '찍먹'해 보라고 전하는

응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평생직장의 시대는 끝났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며

쭉 같은 일을 하며 평생을 일하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백세시대라 불릴만큼 늘어난 인생시계는

우리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키곤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치 소거하듯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았던 작가의 이야기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는 이에게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열망을,

또 애매한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움츠러들어있던 이에게는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한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

전학하며 배운 '살아남는 법',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무한한 세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첫 창업의 기억부터

열정 그 자체였던 대외활동,

잘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하고 있는 운동 등

포기와 시작을 무수히 번갈아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오뚝이 같은 작가의 시간들은

그의 인생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지지대가 되었다.


인생은 흔들리면서 나아간다.

곧게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흔들리고 넘어지며 다시 또 일어나고

그러면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도전 앞에서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나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패에 겁이 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두렵고 힘들지만 내딛는다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막히면 돌아서 가면서

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임을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어 갈 수 있었다.


어느덧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이제는 그때보다는 조금 미지근한 열정의 시기가 되었다.

따끈한 열정의 작가를 보고 있자니,

내가 주저하느라 겁이 나서 놓쳤던

많은 순간의 기회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무엇이라도 될 수 있으니

맘껏 남은 인생 시간 동안 '찍먹'해 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며, 혹은 도전에 실패했을 때

완벽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을 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토록 꾸준한 '찍먹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그럴 수도 있지'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

사촌 동생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세상을 탐색하는 새로운 방법!

오늘부터 나도 찍먹 인간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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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자본 - 본질의 미학
김지수 지음 / 포르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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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르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며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저 사람, 감각 있다."라며 칭찬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하나의 소비나 행동이 아닌

축적된 경험의 시간이 만든

세상을 인식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감각을 바탕으로 한 선택들은

물건이나 문화 등에서 '취향'으로 표현되고,

나만의 '취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감각은 어디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 걸까?

어떤 형태화된 요소가 아닌

'감각'이라는 무형의 요소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소비하는 것들이

어떻게 개인의 브랜드와 경쟁력이 되는지

탐구한 재미난 에세이를 만났다.


리빙디자인 전문가이자, 문화 에세이스트인

김지수가 쓴 〈감각 자본〉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와 취향의 문화적 의미를 다룬 저자는

〈감각 자본〉에서는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주고 있다.


개인의 서사와 시선, 취향이 모여 형성되는

독보적인 자산인 감각 자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시대를 예견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힘이 되는

감각 자본을 통해 모방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하고,

그 속에서 가장 '나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감각 자본〉에서 취향과 감각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감각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취향은 그 감각을 바탕으로 한 선택으로

단순한 기호가 아닌 사유의 결과로써 취향을 바라보며,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정제되고, 취향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이런 감각과 취향은 결국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나아가 타인과 구별되는

감각 자본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결국 내 취향이 담긴 소비가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고,

취향을 통해 '나다움'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나가고

이를 통해 타인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적 자본이나

소비의 효율성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서의

소비를 이야기하며 개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의 연결, 나아가 공감 가능한 문화의 형성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준다.


즉 "나다움을 드러내는 감각적 선택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나만의 경쟁력"인 감각 자본을 통해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곧 문화적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를 발견하는' 자기발견서로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소비와 취향을 넘어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로 접근한 이 책은

단순한 쓸모보다는 의미에 집중해서

그 속에 숨겨진 본질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그 가운데는 '나다움'이 핵심 포인트로 나오며,

다른 누군가와는 다른 '나만의' 취향으로

나다움을 통해 감각 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독자들 스스로도 깨달을 수 있다.


작가가 전하는 다양한 일상의 실마리에서

감각의 자본을 찾는다.

책장을 넘기며 문득,

트렌드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나다운 것을 정제해가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시대와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감각 자본〉은 그런 진솔한 시간이었다.

소비와 취향을 넘어,

의미와 본질을 향해가는 감각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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