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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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가 있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살 수 있다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사람들마다 각자 자신 인생만이 가진 문제가 있다.

전 세계 28개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라스트 플라이트》는 이 절망에서 빠져나오고자

새로운 삶을 선택한 두 명의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꾸며 벌어지게 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 남부럽지 않은 지위의 가족,

모두에게 촉망받는 위치의 삶, 완벽해 보이는 부부.

하지만 그 뒤의 진실에는 개인적인 공간이 조금도

허용되지 않고 통제받고 있고,

남편이 가정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를 밝힌다 하더라도 내 말을 믿어줄 이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삶을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결혼 10년 차의 클레어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

엄마와 어린 동생을 위해 더욱 큰 성공을 꿈꾸지만

사고로 인해 엄마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다가 쿡 재단 상속자인

로리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엄청난 지위와 부를 가진 로리 집안은

그녀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녀에게 통제와 감시가 이어지며

지금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더라도 평범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게 되고, 남편 몰래 자유를 위한

탈출을 준비하게 된다.


마약중독자인 엄마 밑에서 태어나,

가족들과 떨어져 수녀원에서 자라온 이바.

버클리 화학 영재로 자신이 꿈꾸던 공부와

미래를 준비하던 그녀는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마약을 만들다 퇴학을 당하게 되고,

갈 곳도 없이 방황을 하던 찰나에 함께 일하자는

'덱스'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마약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게 되면

이 일에서 손을 떼려고 했는데,

마약 단속을 하는 감시관은 이바의 주변을 맴돌고

자꾸만 실수를 하거나 불안해하는 이바를

다그치는 덱스는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로 인해

자칫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각자의 상황에서 절망에 빠져 탈출을 꿈꾸던 그들은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의 항공권을 바꿔 비행기를 타고

꿈꾸던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엄청난 부와 힘을 가진 클레어의 남편 로리,

이바를 추적하는 마약단속반과 조직원인 덱스까지

이들은 과연 자신들 쫓는 이들에게서 완벽한 탈출에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바꾼 항공권으로 서로의 삶을 살게 된

그녀들이 맞이하게 된 새로운 운명은 무엇을

그녀들에게 가져올까?

그리고 그녀들에게는 무슨 인연이 있을까?


사는 게 퍽퍽해서, 혹은 도망치고 싶을 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마치 인생을 리셋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절망 앞에서 두려움에 몸부림치고만 있지 않고

숨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

두 여성의 연대에서 출발한 이 얘기는

바뀐 운명 앞에서 소용돌이처럼 등장한

사건의 반향과 그들을 추적해오는 남성들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찾아 도전하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연대를 통해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과 변화,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뒤로하고

남편, 남자친구를 통해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맞이하고자 했던 클레어와 이바는

정작 그 사랑 앞에서 '자신'을 잃고 만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행복함을 꿈꾸었던 그녀들에게 오히려 그 족쇄는

그녀들을 절망으로 빠드리는 원인이 되는데,

그들은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면서 오롯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


두려운 순간도,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옆에서 그녀들을 도와주는 또 다른 여성들이 있었기에

그 새로운 출발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바뀐 항공권으로 시작된 인연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숨겨왔던 서로의 인생에

대해 직면하게 되면서

클레어는 이바로, 이바는 클레어도 연결되며

그녀들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응원을 하게 된다.


쫓고 쫓기는 추적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그녀들이 맞이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함께 손에 진땀을 쥐며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녀들의 운명을 바꾼 2월 22일

존 F. 케네디 공항 카운터에서의 만남과

뒤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 며칠간이기는 했지만

그 어느 시간보다도 짙은 농도로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늘 소극적으로 주어진 삶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클레어와 이바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힘을 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쫓는 남성들로부터 위협을 느끼면서도

서로를 돕고자 하는 여성들의 연대 역시

뭉클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클레어와 이바가 맞이한 마지막에는

그들이 원하는 자유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되는 행복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들이 맞이한 자유가

그 어떤 가치보다도 빛나기를,

그리고 다시는 침해받지 않기를 하고 말이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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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행운을 선물할게 - 오늘 발견한 선명한 행복
소카모노 지음 / 지콜론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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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주어지는 하루

마치 자연스럽게 충전되는 시간이

무한한게 아닌데도 우리는 평생 딱 하루인

'오늘'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무심코 흘려버리고 만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어린시절에는 매 순간 순간에 대한 자극이 크고

감탄하다보니 천천히 가는 것 같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 순간순간에 대해

감정이 밋밋해지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체감하지 못하는데서 온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유난히 맛있었던 떡볶이,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며 스치던 바람,

친구와 함께 펜돌리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소중했던 시간들이

나이가 들면서는 무뎌지고 내 안에서

우선순위들을 따지다보니 그 일상의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고양이 '블루'와 토끼 '아모'를 통해

우리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그리는

작가 소카모노가 첫번째 그림 에세이를 냈다.

"Healing with small stuff"

(작은 것에 힐링)

이라는 그의 슬로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작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너에게 행운을 선물할게》 역시

우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담음으로써

'행복'과 '행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작가는 계절을 그대로 머금은 자연과

하루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에서 발견한

행복의 순간들을 블루와 아모의 모습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봄부터 시작해서 여름, 가을, 겨울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의 흐름을 가득 담은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펼쳐져 있었는데

일에 지쳐서, 바빠서 메말랐던 감정에

촉촉한 감성의 물을 주는 것 같았다.



일년을 돌이켜 보면, 시간의 빠른 흐름 앞에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었던 커피,

어떤 날은 유난히 좋았던 순간들이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분명 존재했었는데

시간을 통틀어 그것들을 손꼽아보자면

왜 이렇게 남는 것이 없는가 싶을 때가 많다.


작가는 꾸준히 그리고 쓰면서

자신의 기분과 취향을 남긴다.

이날은 이래서 좋았고, 이날은 화가 났으며

자신의 기분과 그날의 행복을 선사해준

'오늘'이라는 날을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다.


무더웠던 날들이 지속되다가

'처서'를 맞이하고 나니 미지근한 바람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달라진 바람의 온도에서 여느 때와 달리

미미한 시원함을 느끼며

'이것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에

동생과 '행복하다'는 말을 연신하곤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대단한 목표치나 어떤 달성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안의 만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작가가 말하는 행복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느낀 오늘의 선명한 행복이 쌓여,

그것이 빛나는 나의 인생을 채워갈 수 있도록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귀여운 그림에세이로 가볍게 읽으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던 《너에게 행복을 선물할게》

선물같이 찾아왔던 행복의 시간이었다.


"이 글은 지콜론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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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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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것은 1인 회사부터

엄청난 인원이 일하는 대기업까지

규모가 각양각색이다.

회사의 운영이라는 것이

꼭 규모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큰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절차나 접근하는 방식,

인력을 대하는 마음부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300명대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는 자매들끼리 일을 하고 있는 작은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매번 다르게 느낀 것 같다.


각 회사의 규모에 따라 장단점이 있지만

항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기도 했고,

이왕하는 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마음의 바램을 담아서 펼쳤던 책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이다.

책 자체의 제목에서도 굉장한 흥미진진함이 느껴졌고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이라는

소제목이 특히나 와닿았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한 의미의 지속가능성과

경제학에서의 해석인 장기간 지속되는

실제 이익과 생산의 증가라는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하는지라 어떤 의미에 대한 해석이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인

미시마 쿠니히로가 쓴 책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그만의 생각과

출판사 서포터즈에게 보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무언가 회사의 운영 자체에 대한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레 시작한

출판사 얘기에 '제목과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 출판사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인식만 한 상태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미시마 쿠니히로와

미시마샤 출판사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이른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게 되었을 때

전처럼 '즐거움' 만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던 것이,

재능이 되고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때

마냥 재미로만 즐길 수 없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하고 즐기는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에 있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고

(그 시작과 계기가 어떻든지 간에)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고군분투를 가득히 담은 것 같아서

더욱이 공감이 갔었던 책이다.


미시마샤 출판사는 여느 출판사와 다르게

유통망을 끼고 책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책을 직접 유통하고 있었다.

거기다 출판사 회사 자체도 굉장히 작았고

적은 인원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엑셀을 할 줄 모르는 사장,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직원이 도서 디자인을 맡는 등

'이렇게 운영한다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다반사로 일어난다.


혼자서 만든 출판사가 열네 명이라는 직원을 두고

일을 하도록 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힘들었던 그 시기, 오히려 새로운 직원을 뽑기도 했었고

계속 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미시마샤는 작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일깨운다.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미시마샤 서포터즈'라 불리는 팬들의 끝없는 응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해 주는 팬들 덕분에

계속되 올 수 있었고 꾸준한 그 사랑에 힘입어

지금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출판사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계절에 대한 소회를,

때로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미시마샤 다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책을 통해 미시마샤의 '그럭저럭'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가 참 부러웠다.

느슨하지 못하고 늘 빡빡하게 조이고 당기는

나에게 조금은 설렁설렁한 그 느낌은

어쩐지 나태하다는 생각에 취하지 못했던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럭저럭해도 결국은 굴러간다는 것이

미시마샤의 포인트가 아닐까.


그가 책의 후반 출판사 운영에 관련해 전했던

'자전거 조업'이라는 표현이 특히나 와닿았다.

각 개인이 하나의 주자가 되어 페달을 밟는 만큼

움직인다는 자전거 이론!

결국은 내가 움직이고 페달을 밟은 만큼

적어도 딱 그만큼은 '나아간다'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변화이다.


꼭 매출이 커져야 해, 회사가 성장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페달 밟기를 한다면 그래서 구성원 서로가 함께

하나씩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철회하며

고치고 조금씩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자전거 조업의 묘미라는 것을 미시마샤를 통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물론 그 회사를 키워서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을 수도 있지만

회사의 규모 자체를 한정하기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 더욱 크다.

그런 지속가능한 일을 찾는 과정을

미시마샤의 얘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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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변호사 홍랑
정명섭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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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법 앞에서는 공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법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
피해를 호소하며 그에 따른 처분을 받기도 한다.
헌법이 제정된 이후 법으로 다스리는
다양한 사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래전 조선시대에는 과연 어땠을까?
그때도 재판이나 법으로 다스리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로이 낼 수 있는 오늘과 달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있고,
그것이 대물림되어 이어진 조선시대에도
과연 억울함을 가진 이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줄 근거가 있었는지 말이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최대한 법에 근거해 판결과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신분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임금이라도 하더라도 사형집행과 처벌을
대신들과 의논했다고 하니
법치국가로서의 기틀은 그때부터 다져왔던 것 같다.
이런 조선시대의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소설을 만났다.
《조선변호사 홍랑》이다.

변호사라는 표현을 당시에는 쓰지 않았고
외지부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송사를 담당했던 조선변호사,
당시에는 더욱이 보기 힘들었을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홍랑'이라는 인물을 통해
법을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사건들에 대한 추리,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까지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작품을 쓴 작가는 대기업 출신으로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다양한 작품들로 이미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명섭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기존에도 2016년 《조선변호사 왕실 소송사건》
을 통해 조선시대의 송사를 다뤘고,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 상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조선변호사 홍랑》에서도
홍랑이 외지부를 맡으며 담당하게 된
사건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배경이
다양하게 펼쳐져서 시리즈물의 영상화가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의 작품들도 천천히 만끽해 보며
작가의 세계관을 즐겨봐야겠다.

한 집안의 외동 딸로 태어나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이 원하는 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내던 홍랑은
호기심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다.
몰래 구해온 법 관련 문서들을 익히며,
알음알음 마을에서 문제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돕곤 했는데
그런 그녀의 집에 송사가 걸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친정인 처가댁에서 받았던
노비 가족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역관이 되며 선물로 받았던 노비문서는
'여자라서' '딸이라서'
대를 잇는 자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돌려주어야 하는
송사에 휘말리게 하는 씨앗이 되곤 하는데,
억울하지만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온
외가 쪽 사촌 한훤덕과 그의 외지부인 송철로 인해
그녀의 집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건강하던 아버지도 한순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집을 급히 정리하고 큰아버지가 있는
수원으로 떠난 어머니를 뒤로하고
홍랑은 몸종인 고단이와 단둘이 서울에 남아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외지부'가 됨으로써
실천하게 되는데

과거 기생출신이자
홍랑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금용을 통해 본격적인 외지부로써 거듭나기 위해
대송노 덕환에게 송정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고,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본격적인 조선변호사 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성장하는
홍랑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복수와 아픔을 넘어
타인을 돕고 어루만지려 하는
그 순수하고도 진실한 마음의 힘이
그녀를 많은 한계와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유리천장이라 불리는
법조계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 했을 텐데
여성이기 이전에 나라에 속한
한 명의 국민,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절로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방법과 해석으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홍랑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원수 같은
한훤덕과 송철이 엮인 사건을 담당하며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현장에 대한 묘사를 한 문서만 보고도
사건에 대해 이만큼 다가가는 홍랑의 통찰력과
주저함이 없이 모험하는 기세는
지금 시대의 변호사에게도 필요한 점이 아닌가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결국에 자신의 힘으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복수는 끝이 났지만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홍랑의 앞길은
얼마나 탄탄하게 다져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마주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는
시리즈물로써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새로운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에 변호사가?'로 시작했던 질문은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통해
'실제 있었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랐는데,
낯선 조선시대의 송사 과정과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까지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역사소설이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처럼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머메이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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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에이저
신아인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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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중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아직은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나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그들은
스스로 반성과 개선의 노력은커녕
'촉법소년'에 속하는 나이라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거나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촉법소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는데,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를 현 만 14세에서
더 낮추어야 한다거나
나이에 관계없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에 대한 처벌만이 문제해결이나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없고, 나날이 다양해져가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앞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커져갈듯하다.

이런 십 대들, 법령의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아직 형벌 처벌을 할 수 없는 십 대들의 범죄와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을 담은 추리소설을 만났다.
《킬 에이저》라는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영상화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끝까지 추리를 이어가게 하는 반전이 독특했던 작품이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일을 하고 있는 해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라는 불리한 지위에서도
'주목받는 한국의 여성 리더 10인'에 선정되고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달려드는 전형적인 워커홀릭.
이혼을 하고 친정이 있는 대치동으로 돌아와
자신이 졸업한 명문 고등학교에
아들 도윤이를 전학시킨 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들이 걱정스럽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유난스러운 교육열을 보이지는 않고
늘 아이 같았던 아들을 아끼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있다.

사춘기를 맞이하며 늘 품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들에게
전과는 달라진 포인트들을 발견하고, 아들이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여자친구 '태은'이라는 이름에 관심이 생긴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방문했던 학교에서
우연히 태은과 태은의 엄마를 알게 되고,
그녀를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에이스 클리닉을 운영하는
'입시 컨설턴트' 승리를 소개받게 되는데,
학원도 아닌 병원 같은 모습의 클리닉에서
마시기만 하면 '달라진다'라는 약을 알게 되고,
해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몇 년째 약을 먹어왔다는 태은의 얘기와
승리의 이야기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학 후 적응기였던 도윤이 급작스럽게 회장 선거에
태은과 함께 출마하게 되고, 경쟁 후보이자
태은과는 좀처럼 좋아 보이지 않는 준우와의 만남,
작은 투닥거림이 있던 어느 날.
교내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다름 아닌 준우.
프로파일러로써 이 사건을 맡게 된 해수는
사건의 증거들과 자신의 추측을 통해
범인으로 태은을 의심하게 된다.
사건을 따라가던 중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과
자꾸만 변해가는 도윤, 그리고 사건의 증거들이
자꾸만 아들 도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 같은데,
직업적 사명감과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이 범인임을 인정하지도,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 그녀.

그런 와중에 해수가 도윤이 나이대였던 학창 시절,
'공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못해 응해야 했던
과거의 어두운 기억까지, 진실들이 서로 엉켜있다
풀려가며 밝혀지는 반전을 추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소설 속에서 자신이 범인이라 하는 '킬에이저'로
불러달라 하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메일과 편지, 때로는 증거들로
사건을 향하는 해수의 방향을 어지럽힌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등장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다 보니
진짜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범죄라는 행위 자체, 그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아
실마리를 찾아 따라가다 보니
사건의 결말은 생각과 다른 반전으로
충격을 주며 다가왔다.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또 발생하는 사건들의 내용을 보며
이들 '촉법소년'이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지
나의 생각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들이 서로 얽힌 관계들이
순식간에 펼쳐지며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며
다시 읽는 과정은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날로 대담해져가는 소년들의 범죄,
그들을 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어른들이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벌만이 완전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처벌 없이 일상 속에 숨어들 촉법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그들의 미래는 어떨지,
앞으로 우리가 그려나가야 할 사회상을 다시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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