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변호사 홍랑
정명섭 지음 / 머메이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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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법 앞에서는 공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법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
피해를 호소하며 그에 따른 처분을 받기도 한다.
헌법이 제정된 이후 법으로 다스리는
다양한 사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래전 조선시대에는 과연 어땠을까?
그때도 재판이나 법으로 다스리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로이 낼 수 있는 오늘과 달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있고,
그것이 대물림되어 이어진 조선시대에도
과연 억울함을 가진 이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줄 근거가 있었는지 말이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최대한 법에 근거해 판결과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신분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임금이라도 하더라도 사형집행과 처벌을
대신들과 의논했다고 하니
법치국가로서의 기틀은 그때부터 다져왔던 것 같다.
이런 조선시대의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소설을 만났다.
《조선변호사 홍랑》이다.

변호사라는 표현을 당시에는 쓰지 않았고
외지부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송사를 담당했던 조선변호사,
당시에는 더욱이 보기 힘들었을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홍랑'이라는 인물을 통해
법을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사건들에 대한 추리,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까지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작품을 쓴 작가는 대기업 출신으로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다양한 작품들로 이미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명섭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기존에도 2016년 《조선변호사 왕실 소송사건》
을 통해 조선시대의 송사를 다뤘고,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 상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조선변호사 홍랑》에서도
홍랑이 외지부를 맡으며 담당하게 된
사건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배경이
다양하게 펼쳐져서 시리즈물의 영상화가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의 작품들도 천천히 만끽해 보며
작가의 세계관을 즐겨봐야겠다.

한 집안의 외동 딸로 태어나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이 원하는 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내던 홍랑은
호기심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다.
몰래 구해온 법 관련 문서들을 익히며,
알음알음 마을에서 문제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돕곤 했는데
그런 그녀의 집에 송사가 걸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역관 일을 하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친정인 처가댁에서 받았던
노비 가족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역관이 되며 선물로 받았던 노비문서는
'여자라서' '딸이라서'
대를 잇는 자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돌려주어야 하는
송사에 휘말리게 하는 씨앗이 되곤 하는데,
억울하지만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온
외가 쪽 사촌 한훤덕과 그의 외지부인 송철로 인해
그녀의 집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건강하던 아버지도 한순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집을 급히 정리하고 큰아버지가 있는
수원으로 떠난 어머니를 뒤로하고
홍랑은 몸종인 고단이와 단둘이 서울에 남아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외지부'가 됨으로써
실천하게 되는데

과거 기생출신이자
홍랑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금용을 통해 본격적인 외지부로써 거듭나기 위해
대송노 덕환에게 송정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고,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본격적인 조선변호사 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성장하는
홍랑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복수와 아픔을 넘어
타인을 돕고 어루만지려 하는
그 순수하고도 진실한 마음의 힘이
그녀를 많은 한계와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유리천장이라 불리는
법조계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 했을 텐데
여성이기 이전에 나라에 속한
한 명의 국민,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절로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방법과 해석으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홍랑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원수 같은
한훤덕과 송철이 엮인 사건을 담당하며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현장에 대한 묘사를 한 문서만 보고도
사건에 대해 이만큼 다가가는 홍랑의 통찰력과
주저함이 없이 모험하는 기세는
지금 시대의 변호사에게도 필요한 점이 아닌가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결국에 자신의 힘으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복수는 끝이 났지만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홍랑의 앞길은
얼마나 탄탄하게 다져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마주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는
시리즈물로써 속편이 나올 수 있다면
새로운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

'조선시대에 변호사가?'로 시작했던 질문은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통해
'실제 있었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랐는데,
낯선 조선시대의 송사 과정과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까지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역사소설이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처럼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머메이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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