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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에이저
신아인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평점 :
날이 갈수록 중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아직은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나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그들은
스스로 반성과 개선의 노력은커녕
'촉법소년'에 속하는 나이라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거나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촉법소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는데,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를 현 만 14세에서
더 낮추어야 한다거나
나이에 관계없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에 대한 처벌만이 문제해결이나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없고, 나날이 다양해져가는
촉법소년들의 범죄 앞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커져갈듯하다.
이런 십 대들, 법령의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아직 형벌 처벌을 할 수 없는 십 대들의 범죄와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을 담은 추리소설을 만났다.
《킬 에이저》라는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영상화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끝까지 추리를 이어가게 하는 반전이 독특했던 작품이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일을 하고 있는 해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라는 불리한 지위에서도
'주목받는 한국의 여성 리더 10인'에 선정되고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달려드는 전형적인 워커홀릭.
이혼을 하고 친정이 있는 대치동으로 돌아와
자신이 졸업한 명문 고등학교에
아들 도윤이를 전학시킨 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들이 걱정스럽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유난스러운 교육열을 보이지는 않고
늘 아이 같았던 아들을 아끼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있다.
사춘기를 맞이하며 늘 품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들에게
전과는 달라진 포인트들을 발견하고, 아들이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여자친구 '태은'이라는 이름에 관심이 생긴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방문했던 학교에서
우연히 태은과 태은의 엄마를 알게 되고,
그녀를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에이스 클리닉을 운영하는
'입시 컨설턴트' 승리를 소개받게 되는데,
학원도 아닌 병원 같은 모습의 클리닉에서
마시기만 하면 '달라진다'라는 약을 알게 되고,
해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몇 년째 약을 먹어왔다는 태은의 얘기와
승리의 이야기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학 후 적응기였던 도윤이 급작스럽게 회장 선거에
태은과 함께 출마하게 되고, 경쟁 후보이자
태은과는 좀처럼 좋아 보이지 않는 준우와의 만남,
작은 투닥거림이 있던 어느 날.
교내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다름 아닌 준우.
프로파일러로써 이 사건을 맡게 된 해수는
사건의 증거들과 자신의 추측을 통해
범인으로 태은을 의심하게 된다.
사건을 따라가던 중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과
자꾸만 변해가는 도윤, 그리고 사건의 증거들이
자꾸만 아들 도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 같은데,
직업적 사명감과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이 범인임을 인정하지도,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 그녀.
그런 와중에 해수가 도윤이 나이대였던 학창 시절,
'공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못해 응해야 했던
과거의 어두운 기억까지, 진실들이 서로 엉켜있다
풀려가며 밝혀지는 반전을 추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소설 속에서 자신이 범인이라 하는 '킬에이저'로
불러달라 하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메일과 편지, 때로는 증거들로
사건을 향하는 해수의 방향을 어지럽힌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등장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다 보니
진짜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범죄라는 행위 자체, 그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아
실마리를 찾아 따라가다 보니
사건의 결말은 생각과 다른 반전으로
충격을 주며 다가왔다.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또 발생하는 사건들의 내용을 보며
이들 '촉법소년'이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지
나의 생각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들이 서로 얽힌 관계들이
순식간에 펼쳐지며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며
다시 읽는 과정은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날로 대담해져가는 소년들의 범죄,
그들을 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어른들이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벌만이 완전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처벌 없이 일상 속에 숨어들 촉법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그들의 미래는 어떨지,
앞으로 우리가 그려나가야 할 사회상을 다시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