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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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것은 1인 회사부터

엄청난 인원이 일하는 대기업까지

규모가 각양각색이다.

회사의 운영이라는 것이

꼭 규모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큰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절차나 접근하는 방식,

인력을 대하는 마음부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300명대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는 자매들끼리 일을 하고 있는 작은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매번 다르게 느낀 것 같다.


각 회사의 규모에 따라 장단점이 있지만

항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기도 했고,

이왕하는 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마음의 바램을 담아서 펼쳤던 책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이다.

책 자체의 제목에서도 굉장한 흥미진진함이 느껴졌고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이라는

소제목이 특히나 와닿았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한 의미의 지속가능성과

경제학에서의 해석인 장기간 지속되는

실제 이익과 생산의 증가라는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하는지라 어떤 의미에 대한 해석이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인

미시마 쿠니히로가 쓴 책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그만의 생각과

출판사 서포터즈에게 보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무언가 회사의 운영 자체에 대한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레 시작한

출판사 얘기에 '제목과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 출판사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인식만 한 상태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미시마 쿠니히로와

미시마샤 출판사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이른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게 되었을 때

전처럼 '즐거움' 만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던 것이,

재능이 되고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때

마냥 재미로만 즐길 수 없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하고 즐기는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에 있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고

(그 시작과 계기가 어떻든지 간에)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고군분투를 가득히 담은 것 같아서

더욱이 공감이 갔었던 책이다.


미시마샤 출판사는 여느 출판사와 다르게

유통망을 끼고 책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책을 직접 유통하고 있었다.

거기다 출판사 회사 자체도 굉장히 작았고

적은 인원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엑셀을 할 줄 모르는 사장,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직원이 도서 디자인을 맡는 등

'이렇게 운영한다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다반사로 일어난다.


혼자서 만든 출판사가 열네 명이라는 직원을 두고

일을 하도록 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힘들었던 그 시기, 오히려 새로운 직원을 뽑기도 했었고

계속 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미시마샤는 작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일깨운다.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미시마샤 서포터즈'라 불리는 팬들의 끝없는 응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해 주는 팬들 덕분에

계속되 올 수 있었고 꾸준한 그 사랑에 힘입어

지금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출판사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계절에 대한 소회를,

때로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미시마샤 다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책을 통해 미시마샤의 '그럭저럭'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가 참 부러웠다.

느슨하지 못하고 늘 빡빡하게 조이고 당기는

나에게 조금은 설렁설렁한 그 느낌은

어쩐지 나태하다는 생각에 취하지 못했던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럭저럭해도 결국은 굴러간다는 것이

미시마샤의 포인트가 아닐까.


그가 책의 후반 출판사 운영에 관련해 전했던

'자전거 조업'이라는 표현이 특히나 와닿았다.

각 개인이 하나의 주자가 되어 페달을 밟는 만큼

움직인다는 자전거 이론!

결국은 내가 움직이고 페달을 밟은 만큼

적어도 딱 그만큼은 '나아간다'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변화이다.


꼭 매출이 커져야 해, 회사가 성장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페달 밟기를 한다면 그래서 구성원 서로가 함께

하나씩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철회하며

고치고 조금씩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자전거 조업의 묘미라는 것을 미시마샤를 통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물론 그 회사를 키워서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을 수도 있지만

회사의 규모 자체를 한정하기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 더욱 크다.

그런 지속가능한 일을 찾는 과정을

미시마샤의 얘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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