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리는 소년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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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품 안의 아이 같았던 우리 집의 첫사랑인

큰 조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남자아이 치고도 '참새'라 불릴 만큼

수다스러웠고 이런저런 일에도 무던하게

'허허'하고 웃었던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고 머리알이 커지면서

말이 많이 줄었고 표정이 많이 사라졌다.

숨겨진 표정과 말에 숨겨진 감정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궁금하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지금의 아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조카의 마음이 궁금하거나,

혹은 부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춘기 시절의 뾰족함'을 들을 때면

나는 청소년 문학을 펼친다.

소설 속의 아이들을 통해서 그들이 말하고 싶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행동이나 말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이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나의 청소년기 상처를

시간이 지난 후에 어루만지는 느낌도 나서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면 느껴지는 그 안도감이 좋다.


얼마 전 읽었던 《속삭임의 바다》를 통해서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헤티를 통해 주어진 운명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대표작인 리버보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작가의 진면모를 그의 다양한 성장소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진진했는데,

고립된 섬마을에 사는 헤티라는 소녀의 이야기는

공간과 시대적인 배경이 지금의 우리와 떨어져 있기에

헤티에게 나를 대입시켜 생각하기보다는

헤티가 주어진 안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험을 선택하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이번에 만나보게 된 《밤을 달리는 소년》은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도 사랑도 받지 못한

지니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의 문제를 겪고 있거나

혼란스러움을 느낀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미워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도 없는

가족이라는 애증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흔들리는 거리 위에서 아이들이 택할 수밖에 없는

퍽퍽하면서도 두려운 현실과

그 속에서 미워하지만 지키고 싶었던

가족과 사랑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엄청난 흡입력과 스피드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새로운 성장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팀 보울러는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가이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꿈, 사랑, 가족, 우정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양한 스토리로 녹여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는데


이번에 만나본 《밤을 달리는 소년》은

가정폭력과 부모님의 무관심 속,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지니라는 소년이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게 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범죄의 현장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흥미 있게 펼쳐나가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어른들의 말과 행동에서

진정한 애정이나 보호를 느끼지 못했던 지니.

피하고 싶은 학교에서의 부딪침도

주린 배를 제대로 채우기도 힘든 가정환경도

그럭저럭 넘기고 있던 찰나에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며

살기 위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지니는 달리게 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드러내는 지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따스한 보호 아래 있어야 할 아이가

어둠 속에 내던져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아내고 달려가는 모습이

숨겨진 사연으로 내색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속상했다.


목숨의 위협 앞에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손에 진땀이 배이고

마지막에 다다르고 드는 안도감과

새로운 희망이라는 것을 품게 되며

비로소 안도의 꿈을 꾸는 지니를 보며

오해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사랑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고,

지니와 지니의 가족들이 행했던 행동들도

서로에게 오해를 불러왔지만

이 또한 제대로 포현을 하지 못한

서로의 사랑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제대로 담으며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두려움을 느끼기도

분노와 측은한 애정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팀 보울러가 그려낸 그만의 작품으로

'성장'이라는 것을 다양한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따뜻한 성장 소설이었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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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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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련으로도 유행이 있을까 싶지만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강법이 있다.


앞서 올렸던 Z세대 트렌드 2025에서도

언급되었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Z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로 바로 '저속노화식단'인데

Z세대 트렌드 2025를 읽기 전

먼저 만나보았던 책인데, 생각을 좀 더

정리하고 작성하려다 보니 순서가 조금 뒤바뀌어버렸다.


노년내과 의사이자 SNS인 X를 통해

저속노화식단에 대해서 알려온

정희원 교수가 쓴 《저속노화 식사법》이다.


평균 수명,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노화'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몇백 년 전인 조선시대나 AI를 다루는 지금이나

사람의 신체는 변한 것이 없다.

신체기관이 달라지거나 진화를 한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차이,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수명은 전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수명은 늘어났지만 신체는 변한 것이 없어서인지

씁쓸하게도 '10년은 앓다 간다'라고 할 만큼

인생의 마지막 노년에는 각종 질환이나 병에

시달리다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나 운동, 생활 습관 등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데

무엇보다도 이 '늙는다'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노화의 직격탄을 더 맞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 같다.

이런 트렌드는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저속노화'를 위하여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저속노화 식사법'에

특히나 집중되고 있다.


이 책은 노년내과 의사인 저자가

세상의 수많은 장수 식단 중

지중해식 식사와 대시 식사법을 바탕으로 꾸린

MIND 식사법을 소개하며,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저속노화 식사법을 통해

모두가 보다 '늦게 늙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몸과 마음, 생활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MIND 식사법은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의 줄임말로 저자가 말하는 '저속노화' 식사법이다.


여느 식사법에 비해 권고 사항의 울타리가 상당히 넓고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범위에 도달하기에도 어렵지 않아

기본 원칙만 지키면 우리가 매일 먹는 한식에서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다른 건강 식단에서 추천하지 않는

붉은 고기나 단 음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 MIND 식사법의 원칙과 원리는 무엇인지,

왜 우리가 초가공 식품을 줄여야 하고

노화의 가속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지

저자와 함께 살펴보며 보다 근본적인

저속노화 식사법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


자연식물식에 중점을 두고

동물성 음식과 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MIND 식사법은

인지 기능 강화 및 치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식사 후에도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어서

건강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식사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식사 법인 것 같다.


책을 통해 저자가 소개한

MIND 점수를 올리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 견과류는 매일 한 줌씩

✅ 하루에 레드와인 딱 한 잔(약 150ml)만

✅ 매주 두 번, 블루베리 한 주먹씩

✅ 올리브오일을 주 요리용 기름으로

✅ 당분 섭취하지 않기

✅ 붉은 고기 섭취 줄이기

✅ 패스트푸드 멀리하기


하지 말라, 먹지 말라는 강제보다는

우리가 대체하거나 혼합해서 먹음으로써

가속 노화에서 저속 노화로 갈 수 있는 팁을 전달했고,

영양제 등을 통한 보충이 아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강조했다.


이론적인 부분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실제로 이것을 식사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해

저속노화 식사법인 MIND식사법이 반영된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성된

식단표와 레시피, 사진까지 포함되어

실제 메뉴 구성과 조리를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서 덧붙인 얘기처럼

저속노화 식사법은 그리 어렵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전통 한식을 바탕으로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가 차려주던 밥상'을 떠올리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는 데,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진실들과 조화를 이루며 개인, 사회, 지구 모두에 이로운

시대적인 재해석이라는 점은 다시 한번 상기해야겠다.


매일 먹는 3끼의 끼니,

식탁에서 찾을 수 있는 저속노화의 비밀을

간단하게 실천함으로써 모두가

몸과 마음, 생활까지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어려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건강 정보여서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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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트렌드 2025 - 포지티브 모멘텀, 불안의 시대를 지나는 Z세대의 생존법
대학내일20대연구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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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말이야'

'MZ들이 문제야'라며

요즘 아이들과 옛날 어른들로

세대를 나누어 말하기는 하지만

MZ 자체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아우르는 넓은 범위로 인해

MZ 내에서도 세대 차이가 느껴지고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Z세대를 넘어 알파 세대까지 등장한 지금,

브랜드, 상품 등을 판매하며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들은

소비의 주축이자 트렌드를 끌고 나가는

소비시장의 큰 손인 'Z 세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런 Z세대의 경우 워낙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고

트렌드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려우면서도 중요해졌는데

국내 유일 20대 전문 연구소에서 만나는

가장 빠른 트렌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Z세대 트렌드 2025》를 만나보게 되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한 해의 트렌드를

기존의 트렌드와 더불어 살펴본다면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은

《Z세대 트렌드 2025》는 그 범위를 더욱 좁혀

Z세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들의 트렌드를 전한다는 점에서 시야가 조금 다르다.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을 드러내기에 거리낌이 없는

Z세대 들의 트렌드를 바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Z세대의 마음과 그들의 시야를 볼 수 있도록

명료하면서도 읽기 쉽게 제공을 하였다.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에 있는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10~20대를 아우르고 있다.


이들이 꽂히는 아이템이나, 번지고 있는 밈,

다양한 신조어를 비롯해

경기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안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근본적인 철학이나

시대 감성을 통해 이를 활용하고자 하거나

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Z세대에 대한 총체적인 정리를 해주는 것만 같았다.


같은 MZ 세대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라떼는~' 하며 그들과 나 사이에서의

설명할 수 없는 벽을 느끼곤 했었다.

마냥 긍정적이고, 복잡함을 회피하는 것만 같은

베짱이 같은 느낌의 Z세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긍정 회로'를 돌리게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으로

'스스로 더 채찍질하는 게 당연했던'

밀레니얼 세대의 입장에서

더 이상 성장이 있을까? 불안한 현재의 사태를

그들은 어떻게 맞이하고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이들에 대한 이해보다도

내가 처한 상황과 기준에서 이들을 판단하려 했기에

더욱 벌어지기만 했던 벽이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언급되었던 여러 포인트들을

실제로 가까이에서 만난 Z세대를 통해 겪어봤었다.

프로스포츠를 좋아해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아주 가깝지 않지만 멀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의

타인에게 받은 네잎클로버 모양의 뜨개 선물이

당시에는 '귀엽다' 하고 방 한편에 두었었는데,

그것을 건넸던 그들이 가지는 그 긍정의 마음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비로소 책을 통해 알게 되니

당시 느꼈던 '귀엽다'를 넘어 또 다른 의미의

선물이 되어버렸다.


마냥 철없이 속없이 편하기만 했던 그들이

다시 본질적인 것에 주목한다거나

'나다움'을 위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모습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더 건강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타인과 나의 차이를 그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며

AI나 챗 GPT 등이 익숙해

감정 표현에는 서툴 것 같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낭만'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남들과는 다른 나 다운 모습이

평범함이나 무난함에서 벗어나서 '튀어 보여'

평균 속에 대중 속에 묻고 싶어 했던 우리 세대와 달리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당당히 드러내고

핵심 소비층으로 나아가는 Z세대들의 모습을 보니

흐르는 시간의 변화와 위기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긍정을 바탕으로 단단하게 일어서려는

그들만의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말처럼,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잔소리처럼 늘어놓던 나의 이야기를 줄이고

그들의 변화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이제 드디어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Z세대가 가진 그들의 트렌드 이슈를 통해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그려보는 시간도 되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나아가서는 아날로그를 접하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알파 세대가 가져올 변화는 어떨지

그들이 자라 한창 소비와 트렌드를 이끄는

시간이 왔을 때 그 미래의 시간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트렌드 하면 20~40대에 이르는

활동도 많고 경제적 활동에 한창인

청년층에게만 주로 한정된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트렌드라는 것은

특정 세대나 나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Z세대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것들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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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3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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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파도 위에서

오로지 나의 감과 바람에 의지한 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모험은

인생이라는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운명'처럼 다가온 일련의 사건 앞에서

두렵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해온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며 성장해 나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의미의 '용기'와

자신의 굳은 심지를 믿는 그 마음을 통해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작품을 만났다.

팀 보울러의 《속삭임의 바다》이다.


외딴곳에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모라 섬.

이곳에서 나고 자란 헤티는 마을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바다유리를 통해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형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헤티를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도,

또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친구인 탐도

헤티가 말하는 형상을 이해하고

보고 싶어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헤티의 모습이

마치 '틀린'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오랜 시간 섬을 꾸려온 노인들을 비롯해

몇몇의 사람들에게 '이상한 아이'로

보이기 시작할 무렵

마을에서는 가장 의미 있었던 행사 날

뜻깊고 의미 있었던 '모라섬의 자랑'이

갑자기 찾아온 폭풍으로 인해 부서지고 만다.


모라섬의 자랑을 만들었던 이들의 일부이자,

현재까지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누구보다 입김이 센 퍼 노인은

자신이 며칠 전부터 꿔온 꿈이 있다며

'모라 섬을 향해 악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언 아닌 예언을 한다.


폭풍으로 아수라장이 된 섬 속에서

낯선 작은 배 한 척이 발견되고

그 속에서는 헤티가 바다유리를 통해서

본 모습을 한 노파가 나타난다.


퍼 노인을 비롯해 마을의 사람들은

발견된 노파를 구하느냐 하는

문제 앞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마을을 엉망으로 만들고 모라섬의 자랑을 부순

폭풍을 불러일으킨 것이 저 노파 탓이라며

그녀를 구하지 말자는 의견과

위험에 빠진 노파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


바다유리속에서 본 노파가 어쩐지

'자신을 찾기 위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 헤티는

반대 의견을 가진 마을의 노인들과 부딪치게 되고

상황은 악순환이 연속되듯 섬을 오랜 시간 지킨

노인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며

섬에 있는 주민들은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고립된 섬이라는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았던 모라 섬.

폭풍으로 인해 그들과 외부를 유일하게 연결하고

섬을 위해 꼭 필요했던 배인 '모라섬의 자랑'이 파괴되고

이윽고 나타난 낯선 외지인의 등장 앞에서

사람들은 낯섦을 두려움으로 느끼며 배척하게 된다.


사고로 떠난 부모님의 사망 이후

줄곧 외로움을 느끼던 헤티는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바다유리를 통해 보았던 형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궁금해하던 찰나에

등장한 낯선 노파에게서

어쩐지 알 수 없는 운명을 느끼고,

노파와 함께 자신의 작은 배인 '아기돌고래'를 타고

태어나 줄곧 벗어나지 않았던 모라섬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선택한다.


폭풍우가 가시지 않아, 파도는 연신

헤티의 작은 배를 흔들고 위협했지만

그 어려운 상황과 혼란스러운 심리상태에서도

헤티는 자신의 것을 낯선 노파에게 나누고

그녀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속삭임의 바다》를 쓴 팀 보울러는

리버보이로 잘 알려진 작가로,

성장소설을 다루며 많은 이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속삭임의 바다》를 통해서는

고립되고 폐쇄된 모라 섬이라는 공간에서

나고 자란 헤티라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지 감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다유리를 통해 본 형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헤티의 모습이나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노파를 위해

'이토록 헌신적인' 헤티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정하고 공감하는 무언의 룰이 있는

이 공간에서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는

헤티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마음을 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소녀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그 위험을 감수하고도 노파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또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자신보다 유약한 존재를 지키며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을 보며

진짜 운명을 향한 헤티의 뜨거운 열정 자체로도

얼마나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지 깨달았다.


이윽고 도착한 섬은 생각했던 곳보다 훨씬 먼,

노파가 떠나온 섬으로 그녀의 가족을 만나고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면서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의 실마리가 해결되었는데,

이미 떠나올 때부터 마음먹었던 것처럼

헤티는 자신이 나고 자란 모라 섬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미 성장한 하나의 멋진 '운명체'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늘 가득했던 물음표를 섬을 떠나 바다를 모험하며

스스로 답을 찾은 듯해서 대견하기까지 했다.


용기 있는 한 소녀의 선택은 섬의 운명 또한 바꾸었고,

노파의 마지막과 헤티 자기 자신의

앞으로의 인생까지도 달라지게 했다.


무언가를 따르거나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가며

이윽고 다다른 헤티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소설을 따라가며 그려지는 바다의 풍경과 내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뜨겁게 피어오르는

헤티의 용기를 보고 있자니

흔들리는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약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하면서도 신비로움을 그대로 담은

팀 보울러만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청소년 소설 《속삭임의 바다》였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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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 소노 아야코 에세이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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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족들에게 던졌다.

나이와 성별, 혹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어려움이라는 것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가족들의 대답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모두가 공감하는 포인트는 바로 '인간관계'였다.

서로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인간관계'란

풀어야만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다양한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담담한 생각을 전하는 소노 아야코가

자기 자신과 부모 자식 등 가족,

타인과의 인간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털어놓은 에세이

《인간관계》를 읽어보았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늘 마음에 와닿는

소노 아야코가 말하는 인간관계에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시각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이전에 읽었던 이석원의 《2인조》를 읽으면서

타인과 세상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돌리며

자신과 잘 지내는 법,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번에 읽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인간관계》에서도

가장 먼저 다룬 '관계'는 다름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평생 함께 해야 하는 사이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나 마음, 시선은 신경 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자기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결코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선천적인 고도근시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젊은 날을 보내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한 것은

50대 중년층이 되어서였던 작가.

작가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시간의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며,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차별'이라든가 '배려'에 대한 부분에 대한 생각도

대다수의 여느 사람들과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에게서 출발한 이야기는

이혼을 하게 된 부모님의 이야기를 거쳐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하더라도

온전히 이해하거나 잘 맞을 수 없는 부분,

서로 엇나갈 수밖에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점점 확대되어 전하는 이야기는

가족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로 이어지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타인에게 기대하거나

내가 생각한 마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결정하고는

그 차이에서 관계의 서운함을 느낀다거나

돈이나 대가와 관련된 관계에 이르기까지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었다.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완벽하게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계를 곤란하게 하는 다양한 포인트를 이해하며

보다 겸허하게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들을

작가만의 시선과 목소리로 큰 그림을 그렸다.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쉽지가 않았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단출한 관계,

누군가가 보기에는 한정되고 고립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단출한 생활을 좋아하는 소노 아야코는

자신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하며

작지만 단단하면서도 상처받지도 주지도 않는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인에게 기대하다가도 금세 실망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다르게 받아들여진 내 모습에

속상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인간관계가 어떤 수치적인 것이나 절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맺고 끊음'에 모지지 못했던 것은

'많은 인간관계가 좋은 인간관계'라는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점점 나이가 갈수록 좁아지는 것 같은 인간관계 속에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내가 타인에게 그토록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타인에게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시선과 평가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겠다는

마침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를 어느 위치에 세워둘 것인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잡아야 할

나의 태도는 어떤 모습인지

관계에 대한 정의를 모호하게나마

내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나다움'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는데,

인간관계라는 큰 틀에서

타인뿐 아니라 나에게서 출발하는

관계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그려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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