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리는 소년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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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품 안의 아이 같았던 우리 집의 첫사랑인

큰 조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남자아이 치고도 '참새'라 불릴 만큼

수다스러웠고 이런저런 일에도 무던하게

'허허'하고 웃었던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고 머리알이 커지면서

말이 많이 줄었고 표정이 많이 사라졌다.

숨겨진 표정과 말에 숨겨진 감정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궁금하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지금의 아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조카의 마음이 궁금하거나,

혹은 부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춘기 시절의 뾰족함'을 들을 때면

나는 청소년 문학을 펼친다.

소설 속의 아이들을 통해서 그들이 말하고 싶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행동이나 말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이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나의 청소년기 상처를

시간이 지난 후에 어루만지는 느낌도 나서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면 느껴지는 그 안도감이 좋다.


얼마 전 읽었던 《속삭임의 바다》를 통해서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헤티를 통해 주어진 운명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대표작인 리버보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작가의 진면모를 그의 다양한 성장소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진진했는데,

고립된 섬마을에 사는 헤티라는 소녀의 이야기는

공간과 시대적인 배경이 지금의 우리와 떨어져 있기에

헤티에게 나를 대입시켜 생각하기보다는

헤티가 주어진 안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험을 선택하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이번에 만나보게 된 《밤을 달리는 소년》은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도 사랑도 받지 못한

지니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의 문제를 겪고 있거나

혼란스러움을 느낀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미워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도 없는

가족이라는 애증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흔들리는 거리 위에서 아이들이 택할 수밖에 없는

퍽퍽하면서도 두려운 현실과

그 속에서 미워하지만 지키고 싶었던

가족과 사랑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엄청난 흡입력과 스피드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새로운 성장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팀 보울러는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가이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꿈, 사랑, 가족, 우정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양한 스토리로 녹여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는데


이번에 만나본 《밤을 달리는 소년》은

가정폭력과 부모님의 무관심 속,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지니라는 소년이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게 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범죄의 현장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흥미 있게 펼쳐나가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어른들의 말과 행동에서

진정한 애정이나 보호를 느끼지 못했던 지니.

피하고 싶은 학교에서의 부딪침도

주린 배를 제대로 채우기도 힘든 가정환경도

그럭저럭 넘기고 있던 찰나에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며

살기 위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지니는 달리게 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드러내는 지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따스한 보호 아래 있어야 할 아이가

어둠 속에 내던져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아내고 달려가는 모습이

숨겨진 사연으로 내색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속상했다.


목숨의 위협 앞에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손에 진땀이 배이고

마지막에 다다르고 드는 안도감과

새로운 희망이라는 것을 품게 되며

비로소 안도의 꿈을 꾸는 지니를 보며

오해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사랑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고,

지니와 지니의 가족들이 행했던 행동들도

서로에게 오해를 불러왔지만

이 또한 제대로 포현을 하지 못한

서로의 사랑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제대로 담으며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두려움을 느끼기도

분노와 측은한 애정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팀 보울러가 그려낸 그만의 작품으로

'성장'이라는 것을 다양한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따뜻한 성장 소설이었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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