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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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는 사람들에게 각기 다르게 느껴진다.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주어지는 사람도 있고,

한없이 편하고 가볍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견딜 수 있을까? 싶을만한 어려움이나

문제를 가진 이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짊어진 채

묵묵히 삶을 살아간다.


사람으로 쳐도 60년이라는 시간은

'노인'의 범주에 가까울 만큼 오랜 시간이다.

하물며 60년 된 아파트는 오죽할까?

몇 개 되지 않는 동을 가진 60년이 넘은

오래된 이 아파트는 자살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단지의 주민이 목숨을 버리기도 하고,

외부인이 들어와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모습만큼이나

이곳은 어둡고 '죽음'이라는 것에

이만큼 더 가까운 듯하다.


세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빠, 그리고 아직 보호가 필요한

초등학생 시절 중학생인 언니와 자신만을 남겨두고

집을 떠난 엄마를 뒤로하고 미카게는

오래된 이 단지에서 언니 나나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타고난 천식으로 인해 활동도 쉽지 않고

따돌림으로 인해 일반 학교를

더 이상 나가기 힘들게 되자,

집에서 가까운 빵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간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어린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든 언니는

동생인 미카게가 미루어 짐작만 할 수 있는

'밤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오래된 단지, 그리고 규칙적으로 오가는 빵 공장,

야간학교에서 만나는 한정된 친구들 등

좁은 세상에서만 살고 있는 마카게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었으니 바로

'언젠가 직접 두 눈으로 시체를 보는 것'

그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만큼

죽음에 가까이 있기도 했고

제대로 된 보호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오키상 수상을 한

전작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를 통해서

상실을 겪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구보 미스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죽음에 가까웠던 어두운 삶

가운데 있던 미카게가 단지에서 마주한

젠지로 할아버지와 친구들로 인해

삶에 대한 희망과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스하고 다정한 관계를 맺는 것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별다른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지내던 미카게는

젠지로 할아버지와 함께 단지 경비원 일을 하면서

단지에 거주하는 타인들을 마주하고,

부족한 자신의 상황 속에서도 타인에게 나누는

기쁨을 느끼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늘 곁을 지켜주는 친구 무짱과 구라하시는

미카게가 변화와 꿈을 가지게 되는데

큰 영향을 주고 말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모두 나름의 아픔과 빈틈이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그 아픔을 내보이면서

서로를 탓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 빈틈을 자신의 따스함으로 채워주며

그저 '같이' 살아주는 것이다.


귀찮고 왜 하는지 몰랐던 경비 일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미카게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애쓰는 언니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도 언니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또 나아가 오래된 단지의 철거 소식 앞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나서는 모습은

굉장히 큰 반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호기심으로 '시체를 보고 싶다'는 막연함은

미카게의 변화를 유발하는 계기도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몰라서 가졌던 그 호기심은

소중한 사람이 생기고 그 마음이 커지며

후회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마주한 젠지로 할아버지와의

마주함에서는 '죽음'이나 '시체'에 대해 가졌던

미카게의 달라진 성숙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 따스함이

이 각박하고 메마른 오래된 단지에서의 삶을

그리고 한 아이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말한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임무로 자신의 몫을 다해나가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미카게를 통해

따스함이 주는 변화의 힘을 체감하고

나이를 초월한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더욱 빛나게 묘사함으로써,

각박한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

위로라는 따스한 불씨를 키우고 있었다.


이웃과의 인사나 어울림이 점점 줄어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사람이 주는 온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그런 따스함을 받은 미카게의 내일이

너무나도 기대가 됐다.


"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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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베이커리의 이별 파이
임현지 지음 / 머메이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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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이별 앞에서

우리는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까?

누군가는 기다렸다는 듯 지워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못내 지우지 못하고 끙끙 앓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는 이별의 아픔을 치유한다.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이별,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다양한 이별 앞에서 힘들어하는 시간이 있다.


이별의 아픔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달콤한 파이를 먹으며 지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덜 힘들어하고

슬픔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판타지를 담은 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별나라 베이커리의 이별 파이〉이다.

종로의 허름한 골목에 위치한 별나라 베이커리는

손님들의 이별 사연 속

추억과 사랑을 계량한 레시피로

예약한 손님에서 맞춤으로 제공하는

'이별 파이'를 판매한다.

이별의 아픔을 지워주는 이 파이는 먹고 나면 꿈속에서

이별 상대를 만나 못다 한 말을 전하며,

이별의 아픔을 지울 수 있다고 하는데


오래 만난 연인과의 이별,

배 속에 품고 있던 아기와의 이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과의 이별 앞에서

힘들어하는 등장인물들은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별나라 베이커리의

문을 두들기게 된다.


소설은 크게 3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오랜 연애 끝

이별을 맞이한 고은과

뱃속의 아이를 떠나보낸 정희,

그리고 마침표를 찍은 고은과 달리

뒤늦게 이별의 아픔을 지우지 못한 선호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덕호와 고양이 사리가

만드는 이별 파이의 제조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이별 앞에서 이별의 원인, 문제를 상대방에서 찾고

원망과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슬픔 속에서 잠겨있던

주인공들은 이별을 제대로 마주하며

이별의 원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함께 겪으며

덕호와 사리처럼 독자들도 그들의 감정에 공감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별의 아픔 앞에서

어떻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제대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이별을 할 수 있을지

그 속에서 성장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응원하게 된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모두에게

신비한 별나라 베이커리라는 공간에서

달콤한 이별 파이가 다가왔던

힐링 소설이었다.


"이 글은 레뷰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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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수원화성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4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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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해도
언제나 결국 내가 돌아올 곳은 바로 이곳, 수원이었다.
"고향이 어디예요?" 혹은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에
"수원이요"라고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아~삼성?"이라거나 "화성?" 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원의 이미지를 꺼낸다.
효의 도시, 영조에서 사도세자를 거쳐 정조로 이어지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인'이라는 쇼킹한 사건이자
영화, 드라마의 숱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을 말이다.

지금까지 인생의 전부를 수원에서
늘 화성을 끼고 마주치며 살아서인지
나에게 화성이라는 것은 늘 보는 가족 같은 얼굴이었다.
'수원화성'이 아닌 '화성'이라 부르는 것도
어쩌면 나의 도시라고 구태여 이름을 붙여 부르지 않아도
당연히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고 통한다는
자부심에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어서, 주말에 나들이로,
학교에서 소풍으로,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러
갖은 이유로 화성을 들락날락 거렸다.
세월의 때가 묻은 벽돌의 문양을 그림에 녹여내고
잔디밭에서 구르고 고무줄을 하며
그곳이 어떤 의미를 가진 어떤 공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수원의 백성인 나에게 주어진 당연한 호사를
누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알이 크고 조선시대를 다루는 역사를 배우며
이토록 스펙터클한 조선왕조의 사건 중 하나의 핵심에
우리 수원이 있고, 또 너무나 익히 들어서 잘 아는
그 일들이 공부거리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화성이 가지는 의미보다도 '아, 거기 소풍 갔던데'
하며 보다 가까운 체감이 가져오는 온도는
책이 말하는 역사보다 더 뜨거웠으니 말이다.

학생을 졸업하고 더 이상 역사를 추가로 배우지 않지만,
수원화성에 대한 이야기는 절로 관심이 간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화성문화제 하며,
화성이 가진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골이 나도록 듣고 익힌
수원 백성인 우리들은 내 고장 수원의 '화성'을
보다 자세히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저장된 로드뷰 사진 속에서 잊힌 기억의 장소나
블러 처리되었지만 보고 싶은 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련한 반가움을 느끼는 것처럼
여전히 나의 터전이자 과거, 미래를 담을
수원화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어떤 역사라기보다
내가 겪었던 과거로의 시간 여행 같았다.

단풍 진 융건릉에서 아빠가 찍어준 사진이나
이제는 할아버지 위패를 모셔 더 자주 가는 용주사까지
우리의 생활 그 자체로 물들어 있는 수원화성을 둘러싼
자세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고,
마냥 추측하고 놀기에 바빴던 공간들의
정확한 명칭과 의미들을 깨달으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의
'수원화성'이 나의 기억에 아로새겨졌다.

수원화성을 역사적 의미나 글로만 접한 이라면
직접 와서 보는 것만큼의 생생함을 줄 수 있고,
수원화성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그런 책이다.
역사 이야기라면 자칫 무거울 수 있는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에서 여러 번 만나본
황윤 작가를 따라가다 보니 수원화성의 이야기도
이렇게 가볍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조선시대 르네상스라 불리는 그 시대를
거침없이 헤쳐나간 정조의 모습을 떠올린다.
누구보다 백성을 아꼈고, 아버지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원대한 꿈을 하나의 도시로 만들어 보이고자 했던
그의 결과물이 바로 수원이기에,
그 이어진 정기를 받아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행리단길이라 불리는 핫해진 골목의 상점들보다도
구석구석 오래된 성곽이 가진 가치를
사람들이 들여다봐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깊은 가치를 모르고 스치고 매일을 닳듯이 다녔던
수원의 내가 느끼는 이 아쉬움을 타지인들은 모르게,
그저 그 깊은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에 깊이 배인 수원화성의 정취를 부러 꺼내어 펼치며
이 도시가 이토록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 글은 책읽는 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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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게 묻다
김희진 지음 / 폭스코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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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의 인생 역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 사고 혹은 어떤 상황에 있어서

그것을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만의 해법을 볼 수 있게 된다.


정해진 해답이 없는 인생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라면 어떤 모습을 취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풀어갔을까 하면서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첫 소설집 이후 13년 만에 발표한

김희진 작가의 소설집 〈오후에게 묻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사건사고,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각 인물들의 대처를 통해

납득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안감힘과 몸짓을 담고 있는데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이름의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소설집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미발표작인 《늙은 밤》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문학지를 통해서 발표했었던

작품들을 새로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와 상황에 휩싸이게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와

나름의 안감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후에게 묻다》는 번역 작업을 하다가 출출함을 느끼고

편의점을 향하다가 오해를 받고

경찰에게 잡혀 남의 집 자바라 문에 수갑으로 묶인

남자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서 시작된 남자의 생각은

집에 켜둔 가스불로 옮겨간다.

공범으로 오해받아 묶인 자신의 처지보다도

켜둔 가스불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화재에 대한 걱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처절함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헤어지는 중》은 이혼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함께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비누 향에 이끌려 만났던 남편과의 좋았던 시간,

서로가 익숙해지고 무료해지던 찰나에 들였던

로봇 강아지의 등장으로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부부생활은 더욱 흔들리고 만다.

물건 하나하나를 나누며 마지막을 향한 그들은

서로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마지막 반전의 내용까지 충격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어떤 외출》은 방이 이끄는 인력 때문에

10년 동안 방 밖을 벗어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사망, 동생의 결혼 이후에도

줄곧 문을 닫고 지내던 자신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위해 10년 만의 외출을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자신만을 생각했던 주인공이,

항상 옆에서 자신을 감싸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들의 희생을 깨닫고 두렵지만 한발 내딛는

용기를 내는 하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외출을

큰 용기와 결심이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한없이 응원하게 된다.


《거슬림》은 부모님의 중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신발 도둑질을 하다가

동네 꼬마 아이에게 발각이 되고, 그 비밀을 들킬까

어린아이를 따라 추적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담았다.

성공을 위한 야망,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고 싶은 그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자신의 몫을 찾는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같은 일요일》은 매주 일요일마다 낡은 캐리어와

슈트를 입고 공항을 향하는 배달원의 이야기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설렘이 가득한 곳인데,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대로 믿고 이루질 것 같은

공항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일그러진 가정사의 어려움도

희망이라는 꿈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그는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일요일마다 공항을 찾을 것이다.


《그들의 고전주의》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은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 앞에서

부조리함을 느낀다. 개선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가 택한 결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늙은 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6살에게 벌어진

깊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은

더욱 슬프고 씁쓸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늦은 밤 잠들기 전 나눈 이야기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받아들인 슬픔으로 더욱 배가 된다.


《방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

주머니 속 남겨진 주소를 따라 방문한 공간에서

남겨진 글을 보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주소는 누가 준 것인지,

이곳이 어디이고 왜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집안 곳곳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추리를 이어간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을 추측하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누가 대체 왜?'라는 물음 앞에서

주인공이 놓친 마지막 흔적 앞에 아연질색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잊은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현실과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 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 다양하게 다가왔다.

인생이라는 다양한 갈래에서 그들과 다른

우리들은 또 어떤 모습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용기는 무엇인지

작가는 소설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그 용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따라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삶의 의지와 힘은 이만큼 샘솟는다.

각자의 인생에서도 그들처럼 우리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폭스코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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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여자들 - 우리의 잃어버린 감정, 욕망, 행동에 관하여
엘리스 로넌 지음, 정혜윤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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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스스로 혹은

외부에서의 시선과 통제로 인해

불편하거나 포기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 라든가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향한 평가나 시선에서

'이런 건 좀 그렇지 않아?'라고 하며

정해진 틀 안에서 가두려는 모습들이 말이다.


시대가 변하고 수없이 많은 세대들이 태어나지만

여성들의 모습이나 권리, 그들을 향한 시선과 평가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 명의 여성으로써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여성의 딸이자 손녀로

또 앞으로를 살아간 여성을 조카로 둔 이모로

여성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감정과 욕망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책을 만났다.

〈도둑맞은 여자들〉이다.


성별을 떠나 생각이나 본능에 있어서는

누구나 자율성을 가질 수 있기 마련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에 대해서는

편견이라 해야 할지 역사적으로 이어져있다고 해야 할지

유난히 금지되고 검열되는 시선이 있다.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많은 잣대와 검열로 통제했었는가?

저자는 역사가 금지한 7가지 악에 대하여

통제 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근본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잃어버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


한 여성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놓고 불평등'이라기 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달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큰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는

'드세다'거나 '기를 죽인다'라며

우악스러운 것이 마치 보편적 여성의 가치 추구에서

벗어난다는 잣대가 드리워졌다.


여자는 그것이 무엇이든 밝히면 안 되고

나서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 같았다.

훌륭한 여성이라 평가받는 이들은

가정과 일에서 모두 완벽한 여성들이었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라 하더라도

집안에 소홀한 남편은

'집에 신경을 못 쓸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훌륭함'

으로 평가를 받는 반면

일을 하느라 가정이나 육아에 소홀한 여성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욕심을 내는'

으로 평가를 받는 것을 수시로 보기도 했다.


중요한 일에 역할을 다하는 것도

성적인 관계에 있어서 많은 경험을 가진 것도

그저 당연하게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현실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수많은 시선들의 기준에 대해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들에게 주어진 그 기울어진 시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짓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평등에 대해서

새로운 기준을 가져가자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서로 다른 성별의 것을 빼앗음으로써 가져오는

평등이 아니라 오롯이 한 사람으로 가져가야 할

평등과 자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며 느꼈던 불편함이나 불공정함이

내가 비뚤어져서 가진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었다는걸,

그것을 바꿔나가기 위해서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 인해서

7가지 죄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춰져야 할 많은 것들,

그 속에서 잃어버린 여성들의 자유를 찾아본다.


"이 글은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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