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게 묻다
김희진 지음 / 폭스코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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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의 인생 역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 사고 혹은 어떤 상황에 있어서

그것을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만의 해법을 볼 수 있게 된다.


정해진 해답이 없는 인생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라면 어떤 모습을 취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풀어갔을까 하면서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첫 소설집 이후 13년 만에 발표한

김희진 작가의 소설집 〈오후에게 묻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사건사고,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각 인물들의 대처를 통해

납득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안감힘과 몸짓을 담고 있는데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이름의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소설집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미발표작인 《늙은 밤》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문학지를 통해서 발표했었던

작품들을 새로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와 상황에 휩싸이게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와

나름의 안감힘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오후에게 묻다》는 번역 작업을 하다가 출출함을 느끼고

편의점을 향하다가 오해를 받고

경찰에게 잡혀 남의 집 자바라 문에 수갑으로 묶인

남자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서 시작된 남자의 생각은

집에 켜둔 가스불로 옮겨간다.

공범으로 오해받아 묶인 자신의 처지보다도

켜둔 가스불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화재에 대한 걱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처절함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헤어지는 중》은 이혼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를

함께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비누 향에 이끌려 만났던 남편과의 좋았던 시간,

서로가 익숙해지고 무료해지던 찰나에 들였던

로봇 강아지의 등장으로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부부생활은 더욱 흔들리고 만다.

물건 하나하나를 나누며 마지막을 향한 그들은

서로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마지막 반전의 내용까지 충격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어떤 외출》은 방이 이끄는 인력 때문에

10년 동안 방 밖을 벗어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사망, 동생의 결혼 이후에도

줄곧 문을 닫고 지내던 자신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위해 10년 만의 외출을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자신만을 생각했던 주인공이,

항상 옆에서 자신을 감싸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들의 희생을 깨닫고 두렵지만 한발 내딛는

용기를 내는 하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외출을

큰 용기와 결심이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한없이 응원하게 된다.


《거슬림》은 부모님의 중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신발 도둑질을 하다가

동네 꼬마 아이에게 발각이 되고, 그 비밀을 들킬까

어린아이를 따라 추적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담았다.

성공을 위한 야망, 부모님의 기대를 채우고 싶은 그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자신의 몫을 찾는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같은 일요일》은 매주 일요일마다 낡은 캐리어와

슈트를 입고 공항을 향하는 배달원의 이야기이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설렘이 가득한 곳인데,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대로 믿고 이루질 것 같은

공항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일그러진 가정사의 어려움도

희망이라는 꿈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그는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일요일마다 공항을 찾을 것이다.


《그들의 고전주의》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은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 앞에서

부조리함을 느낀다. 개선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가 택한 결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늙은 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6살에게 벌어진

깊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은

더욱 슬프고 씁쓸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늦은 밤 잠들기 전 나눈 이야기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받아들인 슬픔으로 더욱 배가 된다.


《방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

주머니 속 남겨진 주소를 따라 방문한 공간에서

남겨진 글을 보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주소는 누가 준 것인지,

이곳이 어디이고 왜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집안 곳곳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추리를 이어간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을 추측하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누가 대체 왜?'라는 물음 앞에서

주인공이 놓친 마지막 흔적 앞에 아연질색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잊은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현실과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 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 다양하게 다가왔다.

인생이라는 다양한 갈래에서 그들과 다른

우리들은 또 어떤 모습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용기는 무엇인지

작가는 소설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그 용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을 따라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삶의 의지와 힘은 이만큼 샘솟는다.

각자의 인생에서도 그들처럼 우리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폭스코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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