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수원화성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4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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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해도
언제나 결국 내가 돌아올 곳은 바로 이곳, 수원이었다.
"고향이 어디예요?" 혹은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에
"수원이요"라고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아~삼성?"이라거나 "화성?" 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원의 이미지를 꺼낸다.
효의 도시, 영조에서 사도세자를 거쳐 정조로 이어지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인'이라는 쇼킹한 사건이자
영화, 드라마의 숱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을 말이다.

지금까지 인생의 전부를 수원에서
늘 화성을 끼고 마주치며 살아서인지
나에게 화성이라는 것은 늘 보는 가족 같은 얼굴이었다.
'수원화성'이 아닌 '화성'이라 부르는 것도
어쩌면 나의 도시라고 구태여 이름을 붙여 부르지 않아도
당연히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고 통한다는
자부심에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어서, 주말에 나들이로,
학교에서 소풍으로,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러
갖은 이유로 화성을 들락날락 거렸다.
세월의 때가 묻은 벽돌의 문양을 그림에 녹여내고
잔디밭에서 구르고 고무줄을 하며
그곳이 어떤 의미를 가진 어떤 공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수원의 백성인 나에게 주어진 당연한 호사를
누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알이 크고 조선시대를 다루는 역사를 배우며
이토록 스펙터클한 조선왕조의 사건 중 하나의 핵심에
우리 수원이 있고, 또 너무나 익히 들어서 잘 아는
그 일들이 공부거리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화성이 가지는 의미보다도 '아, 거기 소풍 갔던데'
하며 보다 가까운 체감이 가져오는 온도는
책이 말하는 역사보다 더 뜨거웠으니 말이다.

학생을 졸업하고 더 이상 역사를 추가로 배우지 않지만,
수원화성에 대한 이야기는 절로 관심이 간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화성문화제 하며,
화성이 가진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골이 나도록 듣고 익힌
수원 백성인 우리들은 내 고장 수원의 '화성'을
보다 자세히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저장된 로드뷰 사진 속에서 잊힌 기억의 장소나
블러 처리되었지만 보고 싶은 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련한 반가움을 느끼는 것처럼
여전히 나의 터전이자 과거, 미래를 담을
수원화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어떤 역사라기보다
내가 겪었던 과거로의 시간 여행 같았다.

단풍 진 융건릉에서 아빠가 찍어준 사진이나
이제는 할아버지 위패를 모셔 더 자주 가는 용주사까지
우리의 생활 그 자체로 물들어 있는 수원화성을 둘러싼
자세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고,
마냥 추측하고 놀기에 바빴던 공간들의
정확한 명칭과 의미들을 깨달으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의
'수원화성'이 나의 기억에 아로새겨졌다.

수원화성을 역사적 의미나 글로만 접한 이라면
직접 와서 보는 것만큼의 생생함을 줄 수 있고,
수원화성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그런 책이다.
역사 이야기라면 자칫 무거울 수 있는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에서 여러 번 만나본
황윤 작가를 따라가다 보니 수원화성의 이야기도
이렇게 가볍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조선시대 르네상스라 불리는 그 시대를
거침없이 헤쳐나간 정조의 모습을 떠올린다.
누구보다 백성을 아꼈고, 아버지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원대한 꿈을 하나의 도시로 만들어 보이고자 했던
그의 결과물이 바로 수원이기에,
그 이어진 정기를 받아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행리단길이라 불리는 핫해진 골목의 상점들보다도
구석구석 오래된 성곽이 가진 가치를
사람들이 들여다봐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깊은 가치를 모르고 스치고 매일을 닳듯이 다녔던
수원의 내가 느끼는 이 아쉬움을 타지인들은 모르게,
그저 그 깊은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에 깊이 배인 수원화성의 정취를 부러 꺼내어 펼치며
이 도시가 이토록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 글은 책읽는 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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