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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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무엇보다 힘이 되는 건

익숙한 사람들의 말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이름 모를 이들의

작은 다정함이다.


누군지 모르는 타인을 향해 건네는

사소한 말 한 마디나 행동은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 효과는 매우 큰

따뜻한 다정함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는

큰 울림으로 다가간다.


안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소심하다고 해야 할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낯섦이라는 것은 공간보다는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학교를 옮기며, 혹은 직장을 다니며

내가 생활하는 반경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장소나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낯섦이

그것이 익숙해지기 전 느낀 외로움의 대부분이었는데,


지역을 옮긴다거나 혹은 거주하는 나라가 달라지며

언어와 문화, 그 모든 것에서 변화가 나타났을 때

느끼게 될 외로움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전공했던 성악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프랑스로 떠난 유학생에게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의 생활은

짙은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문화를 몰랐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언어가 미숙했기에 따라가기 벅찼던 대화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 타인인 그녀에게 다가온

다정함이라는 감정은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것' 임을

깨닫게 해주고, 낯선 곳에서도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머뭇거리거나 거리를 둔 시간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다정함은 검은 머리의 외국인을

'낯선 타인'이 아닌 함께 이곳에 사는

'우리'로 만들어 주었고,

그 속에서 함께 배우고 생활하며

익숙해진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게 해주었다.


14년간의 유럽 생활을 회고하며,

마음을 다해 도와준 사람들의 다정함을 책으로 담았다.

이 책에는 그녀가 머물렀던 타국에서의 시간,

그중에서도 다정함을 전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담겨 있다.


무뚝뚝한 듯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 앞에서

기꺼이 두 팔 걷고 나서 준 이웃들,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얘기를 해 준 교수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동료들 등

프랑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1부.


2부에서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

나를 위해 기꺼이 왕복 1200km를 운전해

달려와주는 독일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담,

프랑스의 팍스 제도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의 모습,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알게 된 어린 꼬마 등

프랑스 생활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프랑스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

한껏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이었다.


3부에서는 남자친구를 따라 프랑스에서 독일로

생활 반경을 옮기며 달라진 일상을 담는다.

같은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나라의 차이를,

또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남자친구와의 투닥거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국가가 다름이 아니라

언어가 같은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다가온다.


4부에서는 유럽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대로 주저 않게 된 한국에서의 생활을 담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낯선 타인'으로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한국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타인'이 아닌, 자신이 받았던

낯선 타국에서의 다정함을

우리나라에 온 그들에게 다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천사들의 행렬과도 같았다.


그녀는 지금의 자신의 단단함의 원천을

타인에게서 받은 다정함으로부터 찾는다.

든든하게 행복을 전해주는 타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자신이 받은 그 다정함을 그저 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로 다시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빛이 나는 존재" 임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지탱하는 작은 온기는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나 역시 대단한 큰 행복이나 기회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오히려 큰 풍파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낯선 누군가의 인사 앞에서

'진짜 나'를 찾았던 경험,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다정함이 가진 힘'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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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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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 집에서 20년 이상을 거주하다 보니

어느새 구석구석 짐이 잔뜩 쌓였다.

밖으로 나와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던 집이었는데,

수납공간은 왜 이렇게 부족하기만 한지

'치워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들여다보면

막상 '그래도 다 필요한 것들인데'

'이게 어떤 추억이 있는 물건인데'

'얼마 주고 산 물건이었는데' 하면서

의미 부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리는커녕 물건을 꺼냈다가

추억여행만 하고 도로 쑤셔 넣어

감추는 꼴이 돼버리고 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쭈욱 같은 방을 쓰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며 자연스럽게 치워버린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제외하고

도배를 핑계로 방 구조를 바꾸며

겨우 줄여버린 물건들은

연차가 지나다 보니 어느덧 수북해졌다.


정리를 해야지 하고 물건을 꺼내서

필요에 따라 분류를 하고

남기고 버릴 것을 구분하긴 했지만

그렇게 정리한 물건들도 다시 열면

또 정리할 것이 나오는 걸 보면

정리에는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집 정리'가 굉장한 화두에 오른적이 있었다.

정리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고,

정리와 맞물려 미니멀라이프도 주목을 받으며

가진 것을 정리하고 버리는 챌린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리의 중심에

이른바 '정리 컨설턴트'라는 개념을 모두에게 인식시킨

정희숙 컨설턴트의 정리론은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과 정보로 다가왔고

이런 정리일을 하며 쌓은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책도 출간하며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정리의 핵심은

물건을 잘 구분하는 데 있다.

우리가 흔히 '수납'이나 '청소'란 개념과

혼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리에 대해서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은

삶의 주기에 따라 공간의 목적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정리 시스템의 원칙을 통해

큰 자산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정리 컨설턴트로 일하며

그리고 현재까지도 현장에 직접 나가며 만났던

수많은 케이스들을 바탕으로

정리를 통해 '나를 위한 공간'을 설계해야 하는

필요성을 얘기한다.

다양한 케이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직접 겪거나 혹은 가까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태의 집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케이스를 통해 내가 외면하고 있던

혹은 내가 사실을 잘 몰랐던 집의 현실을 파악하고,

쉬고 기대며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2장에서는 본격적인 정리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어떻게 정리하고 어디에 가치를 두며

나의 삶을 채울 것인지, 정리를 넘어서

삶의 균형까지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3장은 그런 삶의 균형을 위한 5단계 정리 원칙을 통해

실질적인 정리의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4장은 인생주기에 맞춘 정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데

독립, 결혼, 출산, 퇴직 및 자녀의 독립, 시니어 등

각 인생주기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는

집과 물건들의 배치, 정리에 대해서 다룬다.

아직 독립하지 않은 성인 상태의 자녀로

퇴직을 맞이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마지막 두 단계 내용을 읽고 나니

이 책을 부모님께도 권해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거나

나를 위한 공간을 찾고 싶을 때인 것 같다.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의식주에서 집이 차지하는 의미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더욱 짙어졌는데,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또 하루의 시작과 끝에 머무르게 되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인데


이 집이라는 공간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방향을 세울 수 있고,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나를 위한 장소를 만듦과 동시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통해

다른 활동을 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힘까지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한 '정리'라는 개념이

사실은 '수납'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건을 단순히 어디에 넣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또 내 삶의 방향에 맞는지를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정말 필요한 것만

내 옆에 남긴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아깝다는 이유로, 가지고 싶다는 이유로 소유했던

물건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에 맞춰

필요한 물건들만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동선을 고려하여 최적의 배치를 하는 것,

그런 정리를 이제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번 정리를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며 물건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물질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쩌면 멀쩡한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이

물자 낭비이자 욕먹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꼭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누거나 재활용함으로써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물건의 쓰임을 다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나도 부모님께 알려드려야겠다.


정리로 시작한 이야기는 물건에 멈춰있지 않고

삶의 균형, 인생의 변화까지 이야기한다.

정리를 통해 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인생까지 확 바뀔 수 있음을,

그런 운명을 바꾸는 공간 정리의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을 통해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을

얻어 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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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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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교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다.

'나이답게' 그러면서도 돌봄을 받는 것이 익숙한 노인.

둔해지고 허술해지며 칙칙해지고 외로움이 다가오는

노년이라는 시기 앞에서

어쩌면 다가오는 퇴화까지도 받아들이는

내려놓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다' 하고

자식 자랑, 손주 자랑, 그러다가 하다 하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병 자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다.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백세 시대'라 불릴 만큼

기대 수명이 늘어난 데다가

늦게까지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나이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이 있다.

65세 부터를 흔히 '노인'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그럼 그때부터 죽을 날 까지를 '기다리며'

내려놓는 연습만을 해야 할까?


여기 "곧 죽을 거니까"라는 면죄부로

자신을 꾸미지 않고 방치하는 '자기 방치'라는

평범한 노인의 모습을 거부하며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든 간에

남이 아닌 자신의 신념으로 살아가는

유쾌한 할머니가 있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을 쓰는 작가는

주인공과 비슷한 70대 중후반의 노인이다.

소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인 '오시 하나'이다.


장성한 50대의 자식들과, 손주들을 둔 78세의 하나.

80세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언제나 항상 허리는 꼿꼿하게

가슴은 쫙 펴고 걷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차림새에도 신경을 쓰는데,

언제나 항상 어울리는 가발을 쓰고

곱게 화장을 하며 세련된 옷을 입는다.

잡지사의 섭외로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할 만큼

그녀의 모습은 동창들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난다.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하나에게도

남편과 어렵게 일용품점을 운영하며

힘들고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시간들을 함께 이겨낸 부부는

그 어떤 사이보다 끈끈한 '동반자'로서의 안정감,

서로를 위하는 애정이 있었기에

하나는 그와의 시간에서 노년의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달리 남편과 함께 맥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하나는,

갑자기 쓰러진 남편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만다.

늘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이 아닌

하고 싶은 데로 젊게 살겠다던 하나가

'언제 죽어도 관계없다'라고 생각할 만큼

남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는데,

남편의 죽음 이후 발견하게 된 유언장은

오시 하나와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만다.


평소 유언장 같은 건 쓰지 않겠다던 남편이

유언장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로도 놀랍거니와

검인 수속을 밟아 열어 본 그 속에는

지난 사십 년간 가족들 모르게

나이차가 나는 내연녀를 두고 있었고

그 사이에 장성한 아들도 있다는 것.


지난 시간 감쪽같이 자신을 속인 남편에 대한 분노와

뻔뻔하게 그 원죄를 함께 저지른 내연녀와 그 아들.

부부에게 의미 있던 족자를 그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남편의 유언장에 그들은 상대를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오시 하나의 자세까지,

이 소설은 어쩌면 뻔한 치정 극일 수 있는

불륜이나 혼외자의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그 사건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나이 듦을 받아들일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르고 살아온 시간을 포함해

이미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서

자기 방치식으로 포기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날까지 자신만의 식으로

자기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말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나'로서 온전히 행복하고 자신의 멋으로 살아가는

오시 하나의 모습은 '희생'이라는 키워드로만

소비되는 여성의 인생에 있어서도

진정한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은 상황에 마주했다면,

과연 하나처럼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 대한 분노만으로 꽉 차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기에

나의 인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그 단단함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유쾌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출발했던

오시 하나의 이야기는 가족과 타인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이토록 화통하고 멋진 할머니라니,

이런 인생이라면 나이 드는 것도

제법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진다.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상으로 볼 하나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작가 쓴 이 소설이 가진

방향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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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 혁명
메건 한센 지음, 방경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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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포레스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자들의 평생 숙제라고도 불리는 '다이어트'

어렸을 때는 날씬한 몸에 중점을 맞추며,

보이는 무게에 신경을 썼다면

나이가 들수록 보이는 숫자보다는

실제로 체감하는 건강이나 체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인해 호르몬제를

제법 오랜 시간 투약하며, 약의 부작용으로 일컬어지는

체중 증가가 투약 기간만큼이나 꾸준히 쌓여갔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어

더 이상 약을 먹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투약 중단 이후에도 이렇다 하게 달라지지 않는

체중계의 숫자에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숫자에 집착하면서

먹는 양을 급격하게 줄였다가,

또 어떤 날은 많이 먹는다던가

한 번 실패한 식단을 핑계로 고삐를 풀어버린 것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되어야 하는데,

몸무게와 칼로리 등 숫자에만 집착한 다이어트는

지구력을 점점 잃고야 말았다.


그런데 요요 없이 평생 지속되는

'덜 찌는 몸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새로운 다이어트가 아닌

근본적인 '대사'를 바로잡는 시스템을 다룬

흥미로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 공인 영양사 이자 신진대사 전문가로

실제로 자신 또한 수많은 다이어트 실패를 겪어 본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메건 한센이 쓴 〈신진대사 혁명〉이다.


저자는 신진대사 원리를 배움으로써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다이어트의 틀에서 벗어나

평생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선사하고자 한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 문제를 일으키는

다이어트 방법에서 벗어나,

기존의 다이어트와의 다른 접근 방식을 선택한다.

신진대사 이해부터 시작하고,

음식과 몸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체중 감량과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신진대사 생태계 중

대사 활동의 토대가 되는

6가지 핵심 기둥을 나누어 살펴보고,

각 기둥의 연결고리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며

내 몸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무리한 식단이나 운동을 따르지 않아도

'덜 찌는 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사 활동의 토대가 되는

6가지 핵심 기둥은 다음과 같다.


✅ 혈당 조절

✅ 근육

✅ 일상 활동

✅ 수면

✅ 스트레스 관리

✅ 장 건강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기둥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를 통해

가장 집중해야 할 요소들을 결정하고

개선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6개의 핵심 기둥에 '음식과 내 몸의 관계'라는

문항을 더해 각 항목별 5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를 책을 통해 해봤는데,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은 양호했지만

근육과 일상 활동 부분에서는

위기로 진단 결과가 나와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기는 했다.


막연하게 '내 몸이 이 정도의 상태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테스트 결과를 통해 마주한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나라하게

나라는 사람의 대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진대사 건강 테스트에 이어

2번째 챕터부터는 각 6가지 핵심요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심화로 들어간다.


혈당조절, 근육, 일상생활, 수면,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의 순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핵심요소에 대한 설명은

'신진대사'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핵심을 파악하고

이것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추가될

혈당 문제나 퇴화될 수 있는 근육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각 핵심요소들을 살펴보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들 혹은 간과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익힐 수 있었고,

저자와 함께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를 잠재의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지

마인드적인 부분이나 구체적인 실전 가이드까지

함께 그려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1년 후의 목표, 그리고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리며

바꿔나가야 할 식습관이나 활동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숫자에만 집착하며,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던 사람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

새로운 시스템을 자신에게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여러 케이스들을 함께 소개하며,

보다 와닿는 이야기들을 전함으로써

평생 어려운 숙제로만 인식되었던

다이어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6개의 핵심 기둥으로 신진대사 회복 시스템을

제대로 다시 세워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혁명을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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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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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간토대지진,

관동대지진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오전 11시 58분에 시작된 진도 7.9의 지진은

한창 점심시간을 앞두고 식사가 한창이던 시간이라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의 규모도 컸고,

이로 인해 10만 명 이상이 사망/실종되었으며

부상자도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자연재해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이 사건은

단순히 자연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 오후 3시부터 조선인 학살이라는 인재로 이어진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로 불리는 이 일은,

자연재해로 벌어진 혼란 사이에서

사람들이 가진 혐오와 거짓으로 선동된 이들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2023년으로 100주기를 맞이한 간토대지진에 대하여

막연하게 '조선인 학살이 있었다'라고

아픈 사실로만 인식하며

일본에 대한 적대감만을 가질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들과

이에 대해 증언한 여러 기록들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덮고 잊고자 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숨겨진 진실을 꺼내어 밝히고 사죄하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노력을 전하는 책을 만났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선생님이 쓴

〈백년 동안의 증언〉이다.


이 책은 누구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밝혀내며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아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앙숙과도 같은 양국의 평화를 위해

간토대지진을 올바른 눈으로 바라보고자

함에서 출발한다.


20여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지를 답사하고

간절한 증언을 글로 새기면서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을 깁고 다듬었는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하여

기존에 막연한 헤드라인 기사 같은 느낌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보다 사건에 대하여 면밀히 들여다보며

이 일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파악하고

다양한 기록 속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을 통해

왜 이런 차별과 혐오가 조선인들에게 펼쳐졌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도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장은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중요한 날짜와 시간을 정리한다.

2장은 쓰보이 시게지의 장서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데,

이 장서를 읽으며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3장은 한국인과 일본인 작가들의 '증언'을 통해

학살을 기억하는 이들의 기록에 담긴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4장은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개인이나 모임을 소개한다.

우리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당했던 학살만큼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본인을 바라봤었는데,

이 장을 통해서 일본인에 대한 시각을

달리 가질 수 있다.

5장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치유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정리하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접했었다.

"지진이 일어났던 당시에 조선인 폭동설이라는

거짓선동으로 인해, 많은 조선인들이 학살을 당했다"

라는 사실에만 머물러 있던 시선은

이 사건 전체에 걸쳐있는 혐오와 국가 폭력으로

그 시야를 넓히게 된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다양한 증언들과

사건에 대한 기록을 통해

차별받고 있던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을 끄집어 내면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사과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치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한 역사의 사건들 속에서

때로는 가해자였고, 때로는 피해자였던

그들의 후손이 가져야 할 자세를

여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배우고

자세를 낮추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100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그 '사건'에 대한 사과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그에 대한 촉구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라는 사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조금은 이 책에서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풀어가는 마음을 오늘의 우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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