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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은 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무엇보다 힘이 되는 건
익숙한 사람들의 말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이름 모를 이들의
작은 다정함이다.
누군지 모르는 타인을 향해 건네는
사소한 말 한 마디나 행동은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 효과는 매우 큰
따뜻한 다정함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는
큰 울림으로 다가간다.
안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소심하다고 해야 할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낯섦이라는 것은 공간보다는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학교를 옮기며, 혹은 직장을 다니며
내가 생활하는 반경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장소나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낯섦이
그것이 익숙해지기 전 느낀 외로움의 대부분이었는데,
지역을 옮긴다거나 혹은 거주하는 나라가 달라지며
언어와 문화, 그 모든 것에서 변화가 나타났을 때
느끼게 될 외로움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전공했던 성악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프랑스로 떠난 유학생에게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의 생활은
짙은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문화를 몰랐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언어가 미숙했기에 따라가기 벅찼던 대화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 타인인 그녀에게 다가온
다정함이라는 감정은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것' 임을
깨닫게 해주고, 낯선 곳에서도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머뭇거리거나 거리를 둔 시간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다정함은 검은 머리의 외국인을
'낯선 타인'이 아닌 함께 이곳에 사는
'우리'로 만들어 주었고,
그 속에서 함께 배우고 생활하며
익숙해진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게 해주었다.
14년간의 유럽 생활을 회고하며,
마음을 다해 도와준 사람들의 다정함을 책으로 담았다.
이 책에는 그녀가 머물렀던 타국에서의 시간,
그중에서도 다정함을 전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담겨 있다.
무뚝뚝한 듯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 앞에서
기꺼이 두 팔 걷고 나서 준 이웃들,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얘기를 해 준 교수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동료들 등
프랑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1부.
2부에서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
나를 위해 기꺼이 왕복 1200km를 운전해
달려와주는 독일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담,
프랑스의 팍스 제도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의 모습,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알게 된 어린 꼬마 등
프랑스 생활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프랑스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
한껏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이었다.
3부에서는 남자친구를 따라 프랑스에서 독일로
생활 반경을 옮기며 달라진 일상을 담는다.
같은 유럽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나라의 차이를,
또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남자친구와의 투닥거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국가가 다름이 아니라
언어가 같은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다가온다.
4부에서는 유럽을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대로 주저 않게 된 한국에서의 생활을 담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낯선 타인'으로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한국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타인'이 아닌, 자신이 받았던
낯선 타국에서의 다정함을
우리나라에 온 그들에게 다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천사들의 행렬과도 같았다.
그녀는 지금의 자신의 단단함의 원천을
타인에게서 받은 다정함으로부터 찾는다.
든든하게 행복을 전해주는 타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자신이 받은 그 다정함을 그저 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로 다시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빛이 나는 존재" 임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지탱하는 작은 온기는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나 역시 대단한 큰 행복이나 기회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오히려 큰 풍파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낯선 누군가의 인사 앞에서
'진짜 나'를 찾았던 경험,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다정함이 가진 힘'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