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아이러브유
스미노 요루 지음, 김현화 옮김 / 사유와공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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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유와공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만약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

누구든 인생의 끝을 미리 알지 못한 채

마침표를 찍게 되는 우리들은

'끝'이라는 것이 분명히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기에

그것을 때로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따금씩 마주하는 위기의 상황 앞에서

마지 순리처럼 돌아오는 '끝'을 새삼스럽게 체감하며

두려움에 떨고 마는 것이다.


인기가 없는, 그래서 슈퍼 챗을

채 500엔 밖에 받지 못하는 유튜버가 있다.

그는 '세계 멸망'을 예고하며 생방송을 보는 이들과

의견을 나누곤 하는데,

그녀에게는 '세계 멸망'을 알리는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있다.

그녀는 생방송을 통해 자신의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세계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그 멸망에 맞서 건배를 건넨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알 수 없다.

멸망이 오면 그대로 방송은커녕 모두 사라질 것이고,

그것을 믿고 안 믿고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그녀의 방송을 통해 멸망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마지막을 앞두고 최후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하는 코너룬 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멸망'을 예고하는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정형화되거나 공통된 모습이 아니고,

홀로 마주하기에 멸망을 앞둔 그들에게는 더욱

혼란스러우면서도 미스터리함으로 다가온다.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마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생각도

또 자신이 마주한 현실에 대해서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멸망'이 오기 전

털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 싶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멸망'을 마주한 그들에게는 두려움보다는

멸망에 대한 묘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이윽고 찾아올 모두가 맞이할 마침표 앞에서

무엇을 더 하겠다거나 변화시키겠다거나

타인에게 더 많이 알리겠다는 것보다는

마치 원래부터 정해진 마침표를 의연하게 받아들인 듯,

남아있는 버킷리스트를 해치우는 것처럼

일상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어떤 희열마저도 느껴지기도 했다.

표지에서 마주한 기쁨 가득한

소녀의 묘한 표정처럼,

또 어울리지 않는 파이프를 손에 든 것처럼

그들은 멸망을 인식하고 기다리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로가 전혀 관련 없는 듯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코너룬은

자신의 방송을 통해 '멸망'을 마주하며 느낀 감정들을

허심탄회하게 생방송 청취자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멸망이 오든 오지 않든,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며 살아가자며

이윽고 품어온 진심을 내비친다.


어쩌면 이것은 정말 '멸망'을 알리거나

소멸에 대한 예고라기보다는

'멸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간절함이나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내포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마음속 폭발의 도화선을 긋는 역할,

꼭 '멸망'이라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그런 굴곡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변화를 갖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로맨틱, 청춘물을 잘하는 작가로 인식했던

스미노 요루의 색다른 매력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전작들에서 어쩌면 조금씩 내비쳤던

그의 '놀라운' 포인트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세상의 끝에서 발견한 진심!

응집된 그 진심의 힘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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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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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최근 들어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처우나 시선, 편견은

당사자들이 체감하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장애인을 만나기 힘든 건

우리나라의 장애인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기 힘든

배경 때문이라는 것을 늘 망각한다.


울퉁불퉁한 보도, 훼손된 점자 안내판,

저상버스라고는 하지만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도 탑승하기 힘든 분위기,

지하철 역사나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양보는커녕

'몸이 불편한 게 유세냐'라던가

'한창 바쁜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라니' 하는

비뚤어진 마음들은 그들의 다름을 틀림이라 말하며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어낸다.


이런 현실 앞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의 이 '다름'을

죄스러움이나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늘 '죄송합니다' 나 '미안해'를 입에 올리며,

주어진 권리나 역할을 누리기보다는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타인에게 어설픈 도움이나

동정을 받지 않도록 자신을 더 작게 만들곤 한다.


선천적인 장애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삶을 살았던

구르님은 이렇게 늘 정체된 일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이끈다.

혼자서 해보지 않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나 부담이 더 무거워서 였을까,

용감하게 내디딘 발걸음은 그녀의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더 따스한 환대로 그녀를 받아준다.


때로는 좌절이 오는 순간도 있었고,

지치고 힘든 상황에 가장 가깝고 편한 이들과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에서 그녀가 느낀 건

그녀의 생각보다 사람들은 열려있고, 기꺼이 도움을 주며, 

자기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로소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서야,

이방인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순간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작가는 자신이 느낀

오롯이 나로 존재했던 시간들의 기록을 통해

'타인' 특히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주어지는

돌봄과 도움, 그들을 향하는 시선을 올바르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한 개인의 여행기 일 수도 있고,

여행을 통해 마음속 두려움에서 나아가는

한 인간의 평범한 성장기 일 수도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

또 여행지에서 기차와 버스와 트램을 타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 아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토록 특별한 시선이 되어야만 했을까?

기울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타인과 다르게

작가는 자신을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이 여행의 의미를 성장과 도전, 변화로 이야기한다.


진짜 다른 것은 정작 누구인지,

틀린 시선을 가진 건 누구인지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개척해 간

용기 있는 여행자의 도전기!

구르님은 그렇게 자신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을

하나씩 차분히 뛰어넘는다.

그리고 힘에 부치거나 어려울 땐

기꺼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며

도움요청아티스트가 된다.


이토록 의심 없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너와 나의 다름을 틀림으로 왜곡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붐비는 대중교통 앞에서 자신을 앞질러가는

많은 사람들의 다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두 바퀴들의 쓸쓸한 시선을 떠올린다.

울퉁불퉁하고 끊긴 노란 길 앞에서

허공을 휘젓는 하얀 지팡이를 떠올린다.


타인에게 허락되지 않아 개척되지 않은 그들의 영역을

더 크고 넓게 펼쳐내어 함께 누릴 세상을 꿈꿔본다.

그런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우리의 내일이 되기를,

이 다름이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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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꿈꾼다
하라다 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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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팬하우스(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돈으로 모든 행복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돈'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당연한 수순으로 누구나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으며,

그렇게 열심히 벌다 보면 집도 차도, 가지고 싶은 것들도

차례로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리던 시절에는 이른바 '잘 사는' 부유한 집이

동네에 한두 집 정도였고, 대부분은 고만고만하게

열심히 먹고사는 평범한 집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점점 머리가 커져 가면서,

비슷한 줄만 알았던 이집 저집의 사정이 각기 다르고

지갑의 두께와 생활의 방식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돈'이라는 것이 가진 무서움을 비로소 알게되었달까?


온전히 자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이로는 성인이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용돈을 받아쓰며 지불하는 생활비 없이 누리던

과거의 나의 '편리함'이

부모님의 보호 아래 얼마나 걱정 없이 누리던

행복이었는지를 깨닫는 데는 오래지 않았다.

'돈'의 어려움, 소중함 등을 깨달으며

그렇게 소녀는 어른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카드를 대부분 사용하는 지금과 달리,

현금을 주로 사용하던 20대 때를 떠올리면

늘 지갑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이 겹쳐진다.


서비스직에 근무했던 엄마는

돈을 만질 일도 많고, 여러 사람과 돈을 상대하며

나름의 철칙이랄까 원칙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지갑 안은 항상 깨끗해야 하고,

지갑 안의 돈도 깔끔하게 사용해야

복福도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지폐는 앞에서부터 뒤로 갈수록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배치하고,

구겨지지 않도록 접지 않고 잘 펴서 넣는다.

앞에서부터 꺼내 쓰기 때문에

사용감이 있는 지폐들을 앞쪽으로

새 지폐는 뒤쪽으로 배치했으며,

큰 단위의 돈을 가지고 다니면

쉽게 깨서 쓰거나 헤프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갑 안에 너무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지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엄마는 현금이 아닌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카드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가,

카드 명세서가 나오는 날이면

날짜순으로 정리해둔 영수증과

명세서의 사용 내역을 비교하며

승인된 금액이 맞게 되었는지 확인을 거쳤고

사용하는 돈에 대해서는 가계부를 기록하며

절약하면서도 씀씀이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미신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랜 기간 쌓여 온 많은 이들의 빅데이터인지

"빨간 지갑이 돈이 들어온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리고 지갑을 선물할 때는 빈 지갑을 선물하면 안 되고,

단 돈 천 원이라도 넣어줘야 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이런 지갑과 관련된 이야기는

복, 혹은 부나 돈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듣고 흘리는 것이 아니라 다들 진지하게

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들었던 지갑 이야기만큼이나

지갑을 둘러싼 돈과 인생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은 소설을 만났다.

음식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는 줄만 알았던

대표작 〈낮술〉로 잘 알려진 하라다 히카의 신작

〈지갑은 꿈꾼다〉이다.


〈財布は踊る 지갑은 춤춘다〉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전업주부 하즈키 미즈호가 절약해

갖고 싶던 명품 지갑을 사고 MH라는 이니셜을 새긴 후

남편의 카드 빚으로 인해 사용하지도 못한

지갑을 중고로 처분한 후 지갑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인생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즈키 미즈호의 손을 떠난 지갑은

다단계 세일즈 맨인 미즈노 후미오를 거쳐

그의 지갑을 훔친 동창생이자 주식 투자에 빠진

노다 유이치로의 손을 거쳐

재테크 칼럼니스트인 젠자이 나쓰미,

학자금 대출로 허덕이는 사회 초년생인

히라하라 마이코와 사이타 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주어진 생활비를 아껴,

오래도록 소망했던 하와이 여행을 가고

자신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명품 지갑을

스스로에게 선물한 하즈키 미즈호!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여행에 돌아온 이후

비정상적인 남편의 카드 청구요금에 의심을 가지다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남편이 카드 빚을

줄곧 지고 있던 것을 알게 된다.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무지함으로 인해 흔들린 가정의 경제를

단단하게 부여잡으려고 노력한다.

그 시작으로, 구매하고 사용조차 못 한

명품 지갑을 떠나보내게 되는데

중고거래를 통해 새 주인을 맞은 지갑의 여정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직면한 인생의 쓰디쓴 현실과

돈과 재테크, 부동산, 주식, 대출 등

실감 나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인식할 수 있는

경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오래지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는 것이

이상적인 경제활동의 모습이었다.

월급을 타고 아끼며 저축해서

집과 차를 살 수 있다는 것,

노력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시기였기에 그때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는 그것을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축만 해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주식이며 코인이며 부동산까지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경제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인생'을 더욱 '부유하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역시

세상에 다시없는 부를 누리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조금 더 행복하고 여유 있게'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퍽퍽한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그들은 실패하기도 흔들리기도 하며

어찌해야 할지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 속에서도 볼 수 있었던 사례들이라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각 인물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깨달음도 있었고,

아직 경제적인 이야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소설처럼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경제공부 시간 같기도 했다.


먹고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이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 모으고 사용해야 할지,

또 막연히 돈만 바라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중심을 잡아야 할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돈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어쩐지 너무 발칙하고 물질적인 것만을 바라는

속물 같아서 쉬쉬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우리는 좀 더 건강한 마음과 시선으로

'돈'을 둘러싼 인생과 행복에 대해서

중심을 바로잡는 시야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읽기에 편안했고

하라다 히카만의 산뜻한 필체가 돋보이는

재미있는 경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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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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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작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뤄야 하는 목표, 해야 하는 일 등

닥친 투 두 리스트를 정신없이 해치우다 보면

무언가를 하기 위해 내가 있는 건지

나로 있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지

처음의 목적의식을 잃은 채

그저 인생을 부유하며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어떤 것도 힘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위로도 '적당한 리액션'으로

느껴지며 마음에 와닿지 않고,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이렇다 할 칭찬을 북돋아 줄

기운조차 없이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는 것이다.


한 번씩 그런 때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퇴근길에 노을을 보면서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뭐가 그렇게 힘든데?'라고 물으면

무어라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번아웃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자신감이 결여되거나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데서 오는 방황일 수도 있겠다.

그런 시간을 어떻게 헤쳐 나와야 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끌어내주지도 않기에

스스로 굴러 나오듯 끌려 나오든 해야 했다.


과거의 나처럼 그렇게 방황하는 이들을 볼 때면

마음으로는 이해하지만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 평온한 낙원에 있는 지금,

그때의 나와 같은 이들에게 건네면 좋을

따스한 위로가 담긴 책을 만났다.


출간하는 책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독자들의 찬사를 받아온 하태완 작가가

2년 만에 낸 신작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이다.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작가.

출간 도서 누적 판매 120만 부인데다가

에세이 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온 작가는

이런 수치적인 명성보다도 SNS를 통해서 올라오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이들을

가장 따뜻하게 다독이는 사람’,

‘관계를 바라보는 가장 다정하고 예리한 시선’이라는

평을 받으며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자신만의 언어로 빚어내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 본 신작은 가장 작가 하태완 다우면서도

그만의 따뜻한 말들로 오늘을 살아가는 지친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따스하면서도 다정한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계절이 담긴 순간의 조각들과 함께

나지막이 전해지는 작가의 목소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따스한 마음으로 전하는 진심으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누가 무어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깎아내리며

위축되었던 마음들은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조금은 나도 괜찮은 사람인지도'

'그래도 다시 일어나 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무언가 지친 현실 앞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이런저런 조언으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내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너무 힘들었겠다, 지금은 괜찮아?' 하고

말을 걸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힘든 순간 가장 듣고 싶었던 얘기들이었기에,

작가 자신이 그런 힘듦과 부침을 겪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고통이 있는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고독과 지침, 외로움을 겪고 오롯이 일어나

다시 기쁨과 행복, 사랑을 느낀 작가이기에

이런 따스함을 꺼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시간의 흐름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계절의 향기를 체감하지 못할 만큼 지쳤다면

작가의 진심 가득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순간의 소중함과

나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얻은 나아가는 힘으로,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부침이 찾아왔을 때

기꺼이 들어주고 받아주며 쌓은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작가가 그려오고 바라는 그 진심과 낙원에서

우리 다 함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더위 앞에 또 불안정한 현실 앞에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에,

어지러웠던 마음을 따스한 위로가 내미는 손을 잡고

단단하게 일어서본다.

우리 낙원에서 만나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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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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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같은 나이의 또래들이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다.

비로소 대학교에 와서야

모든 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배움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인생의 무게 때문에

학업의 길을 걷지 못하는 이들이 가진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의 무게도

나의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의 엄마 역시

내려놓아야 했던 학업의 끈이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방송통신학교 입학안내

광고를 보고 엄마에게 추천해 주었더니

고민 끝에 입학을 결정하고는 벌써 두 해째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을 읽고 있자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엄마의 방송통신학교 입학식에서

늦은 학업의 새 출발 앞에서 감격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던 늦깎이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배움', '학교'에 대한 열망과

그 속에서 이따금씩 뒤처짐을 느끼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또 학교에 나가고 함께 어울리고 배우며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만끽하는 이들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을 전공한 작가는

실화 기반의 소설로 과학 대중서의 역할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야간학교'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함께하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하다.

자신을 불량품이라 여기는 다케토와

늘 배움에 대한 간절함을 놓지 못했던 안젤라,

몸의 이상으로 제때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자신을 계속해서 상처 내던 가스미,

꼰대 소리를 듣는 노인이지만

사실은 생계문제로 어렸을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고생했던 나가미네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진 주인공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담임선생님이자 과학담당인 후지타케를 중심으로

과학부 활동을 하면서 함께라는 의미를 찾아간다.


말로는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했던 생각들,

또 서로 다른 인물들이

절대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은

똑같은 학생이라는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며 서로를 지켜주는

위성 같은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펼쳐지는 실험 얘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리얼한 묘사로

본격적인 과학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어려운 공부 앞에서 좌절하다가도

실험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나이를 잊고 학생 그 자체의 순수한 모습이라

너무나 귀여웠는데,

누리지 못한 배움이라는 기쁨을

비로소 발견하고 느끼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미루고 용기 내지 못해 포기했던 순간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도심의 밤하늘에서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각기 다른 학생들이 그려내는 '우리'라는 궤적은

너무나 아름다운 성장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교실이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이라 하면

10대, 2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진 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을

작가만의 탄탄한 캐릭터들로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느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특히나 소설 속의 안젤라를 보면서는

엄마가 자꾸 떠올라서 괜스레 울컥했다.

읽고 나니 엄마와도 한 번 더 읽고

드라마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파란 하늘을 꿈꾸던 야간고 학생들이 그려낸

밤하늘의 멋진 궤적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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