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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같은 나이의 또래들이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다.
비로소 대학교에 와서야
모든 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배움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자신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인생의 무게 때문에
학업의 길을 걷지 못하는 이들이 가진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열망의 무게도
나의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의 엄마 역시
내려놓아야 했던 학업의 끈이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방송통신학교 입학안내
광고를 보고 엄마에게 추천해 주었더니
고민 끝에 입학을 결정하고는 벌써 두 해째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을 읽고 있자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엄마의 방송통신학교 입학식에서
늦은 학업의 새 출발 앞에서 감격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던 늦깎이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배움', '학교'에 대한 열망과
그 속에서 이따금씩 뒤처짐을 느끼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또 학교에 나가고 함께 어울리고 배우며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만끽하는 이들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을 전공한 작가는
실화 기반의 소설로 과학 대중서의 역할뿐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야간학교'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함께하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하다.
자신을 불량품이라 여기는 다케토와
늘 배움에 대한 간절함을 놓지 못했던 안젤라,
몸의 이상으로 제때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자신을 계속해서 상처 내던 가스미,
꼰대 소리를 듣는 노인이지만
사실은 생계문제로 어렸을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고생했던 나가미네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진 주인공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담임선생님이자 과학담당인 후지타케를 중심으로
과학부 활동을 하면서 함께라는 의미를 찾아간다.
말로는 '배움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했던 생각들,
또 서로 다른 인물들이
절대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은
똑같은 학생이라는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며 서로를 지켜주는
위성 같은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펼쳐지는 실험 얘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리얼한 묘사로
본격적인 과학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어려운 공부 앞에서 좌절하다가도
실험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나이를 잊고 학생 그 자체의 순수한 모습이라
너무나 귀여웠는데,
누리지 못한 배움이라는 기쁨을
비로소 발견하고 느끼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미루고 용기 내지 못해 포기했던 순간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도심의 밤하늘에서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각기 다른 학생들이 그려내는 '우리'라는 궤적은
너무나 아름다운 성장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교실이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이라 하면
10대, 2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진 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을
작가만의 탄탄한 캐릭터들로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느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특히나 소설 속의 안젤라를 보면서는
엄마가 자꾸 떠올라서 괜스레 울컥했다.
읽고 나니 엄마와도 한 번 더 읽고
드라마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파란 하늘을 꿈꾸던 야간고 학생들이 그려낸
밤하늘의 멋진 궤적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