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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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최근 들어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처우나 시선, 편견은

당사자들이 체감하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장애인을 만나기 힘든 건

우리나라의 장애인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기 힘든

배경 때문이라는 것을 늘 망각한다.


울퉁불퉁한 보도, 훼손된 점자 안내판,

저상버스라고는 하지만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도 탑승하기 힘든 분위기,

지하철 역사나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양보는커녕

'몸이 불편한 게 유세냐'라던가

'한창 바쁜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라니' 하는

비뚤어진 마음들은 그들의 다름을 틀림이라 말하며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어낸다.


이런 현실 앞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의 이 '다름'을

죄스러움이나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늘 '죄송합니다' 나 '미안해'를 입에 올리며,

주어진 권리나 역할을 누리기보다는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타인에게 어설픈 도움이나

동정을 받지 않도록 자신을 더 작게 만들곤 한다.


선천적인 장애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삶을 살았던

구르님은 이렇게 늘 정체된 일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이끈다.

혼자서 해보지 않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나 부담이 더 무거워서 였을까,

용감하게 내디딘 발걸음은 그녀의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더 따스한 환대로 그녀를 받아준다.


때로는 좌절이 오는 순간도 있었고,

지치고 힘든 상황에 가장 가깝고 편한 이들과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넓은 세상에서 그녀가 느낀 건

그녀의 생각보다 사람들은 열려있고, 기꺼이 도움을 주며, 

자기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로소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서야,

이방인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순간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작가는 자신이 느낀

오롯이 나로 존재했던 시간들의 기록을 통해

'타인' 특히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주어지는

돌봄과 도움, 그들을 향하는 시선을 올바르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한 개인의 여행기 일 수도 있고,

여행을 통해 마음속 두려움에서 나아가는

한 인간의 평범한 성장기 일 수도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

또 여행지에서 기차와 버스와 트램을 타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 아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토록 특별한 시선이 되어야만 했을까?

기울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타인과 다르게

작가는 자신을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이 여행의 의미를 성장과 도전, 변화로 이야기한다.


진짜 다른 것은 정작 누구인지,

틀린 시선을 가진 건 누구인지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개척해 간

용기 있는 여행자의 도전기!

구르님은 그렇게 자신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을

하나씩 차분히 뛰어넘는다.

그리고 힘에 부치거나 어려울 땐

기꺼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며

도움요청아티스트가 된다.


이토록 의심 없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너와 나의 다름을 틀림으로 왜곡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붐비는 대중교통 앞에서 자신을 앞질러가는

많은 사람들의 다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두 바퀴들의 쓸쓸한 시선을 떠올린다.

울퉁불퉁하고 끊긴 노란 길 앞에서

허공을 휘젓는 하얀 지팡이를 떠올린다.


타인에게 허락되지 않아 개척되지 않은 그들의 영역을

더 크고 넓게 펼쳐내어 함께 누릴 세상을 꿈꿔본다.

그런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우리의 내일이 되기를,

이 다름이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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