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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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의 외동딸을 둔 부부가,

딸의 미래를 걱정하며

더 늦기 전 딸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본격 결혼시장에 뛰어들며

이른바 '부모 대리 맞선'에 참여하게 된다.


아직은 20대인 나이지만

이제 곧 30대를 앞두고 있고

이러다가 부부가 떠난 이후에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게 될 딸이

너무나 걱정되는 부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딸에게 결혼을 권하게 되는데,

그런 그들이 선택한 것은 '부모 대리 맞선'


결혼을 희망하는 자녀들의 신상서를 작성해서

대리 맞선장에서 만난 부모님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마음에 드는 상대의 신상서를 서로 교환한다.

그 이후 만남은 당사자인 두 사람에게 달려있지만,

부모들끼리 자녀들의 결혼을 위해 나서고

그 첫 단추를 부모님이 끼운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만남과는 차이가 있는데


기대하고 준비하며 나갔던 맞선은

생각과는 다른 현실로 다가온다.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사진과는 다른 모습,

혹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진 상대를 보며

'이런 상대에게 우리 딸을 만나게 할 수 없어'

하다 보니 손에 남는 신상서는 몇 개 없게 되는데,

그나마 딸도 부모도 마음에 드는 상대는

신상서 교환을 거절하는 등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 욕심이었던 건지

대리 맞선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게 풀린다.


여러 번의 대리 맞선을 준비하며

딸인 도모미와 부모인 지카, 후쿠는

결혼과 결혼 상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던 때와는

다른 도모미의 생각과 모습에

세대 차이, 결혼 관념에 대한 차이를 느끼게 되고,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둔 친구들과의 연락 속

먼저 결혼하고 손주를 두게 된 이야기에는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또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현실의 결혼 이야기 앞에서 지카코는

결혼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나라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연애도 결혼도 쉽지 않은 현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과연 도모미는 부모 대리 맞선을 통해

결혼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대리 맞선을 통해 만나게 된 여러 상대들,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딸을 둔 주인공 지카코가

딸, 친구 등과 함께 나누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혼에 대한 세대 차이를 들여다보고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그렇다면 결혼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최근에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어."


신문기사나 한창 지긋한 나이를 가진 어른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얘기들이

소설 속에서도 펼쳐진다.


결혼이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결혼 상대로 좋은 사람인지?

소설 속에서 도모미와 함께

다양한 맞선 상대를 마주하며

결혼이라는 현실이 전하는 씁쓸함을 맛본다.


출간하는 책마다 사회문제를 꼬집으며

유쾌한 전개를 보여주던 가키야 미우는

이번에 '결혼'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왜 이렇게 결혼을 하기가 힘든지,

어떤 결혼 상대를 찾고 있는지,

결혼 앞에서 결혼 적령기인 자녀들과

그 부모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거울처럼 현실을 비춰주며

그 기이하게 기울어지고 있는

하나의 사회를 보여준다.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

손익을 계산하고 마는 모습,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남편 혹은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가족을 만들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

여전히 미혼으로 부모님과 살아가는 나 역시

소설 속의 도모미, 부모님과

비슷한 고민을 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성해야 하는 과업처럼

결혼을 적당한 시기에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도 결혼에 대한 '절실함이나 필요성'을

당사자들이 직접 느끼는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N포세대의 입장에서 얘기해 본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식의

해피엔딩은 이제 더 이상 끝이 아니다.

결혼이 행복의 마침표가 아니고,

결국은 '나'라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

우선인 시대가 됐는데

오늘날을 살아가는 N포세대들에게

결혼이라는 것이 다시금 '필요하고 하고 싶은'

행복의 포인트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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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전 -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단춤 지음 / 유유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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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 유유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모르겠어"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일까,

이따금씩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도대체 나는 왜 그런 걸까?'

하며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고자 했다.


정말 내가 문제일까?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일까?

나처럼 그런 물음표를 가진 작가 단춤이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발견한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 에세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감정 사전〉이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의 감정이 나를 스친다.

어떤 순간은 불안하다가도 평안해지고

애쓰다가도 후회하기도 한다.

슬퍼하다가도 행복해지기도 하며

좋아하는 감정이 사랑한다로

사색하다가도 포기하다로 이르는 것이

사람이기에 품을 수 있는 감정이다.


매일 나를 찾아오는 감정을 골똘히 헤아리고

들여다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러려니,

제멋대로인 감정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뭉뚱그려 넘기고 마는 바쁜 현대인들.

그러다 보니 흘러가는 시간처럼 감정들도 어느새

바스락거리며 메말라져 버리곤 한다.


단춤은 이런 감정들의 바스락거림 앞에서

잠시 멈춰 보기로 한다.

엉켜있는 감정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합 겹씩 풀어가며 들여다볼 용기를 낸다.


마음을 표현하는 50개의 감정에 대하여

사전이나 세상이 정의하는 의미가 아닌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를 찾아오는 감정을 헤아려보고 이름을 붙이며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 책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담긴

작가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또는 잘 몰라서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감정들에 대해

단춤은 그 시작을 돌아본다.

이 마음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그 탄생에 대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타인이나 세상이 정의하는 의미가 아닌

나만의 의미가 담긴 단어들로

감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더한다.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냐거나

세상이 정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를 전해야 할지 방황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자신만이 정의한 감정 단어들의 의미를 통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작가가 자신만의 해석을 한 감정 단어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나만의 해석을 더하게 되었다.

같은 감정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이 다르면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고,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통해서

그동안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던 의미들에

비로소 이름을 붙이면서

스스로에게 '다정함'이라는 온기를 전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속 작은 행복 조각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는 대로 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나의 인생에서도 숙련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감정을 참고

들여다볼 새도 없이 흘려보내곤 한다.


나의 감정에 제대로 시간을 주고 마주한다면

혼란스러운 이것을 무어라 부르면서 정의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혼란스럽고 조금은 더 편안하며

그렇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마음과 마주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친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가는 자신을 만드는

다정한 시선의 방법, 그런 다정한 힘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귀여운 그림과 함께 전하는 따스한 힘을 전해 받으며

나의 진심을 마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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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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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창덕궁과 경계 없이 동궐(東闕)이라는

하나의 궁궐 영역이었으며

주로 왕실 가족들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순종이 황위에 오른 후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하며

궁궐로서의 모습을 잃기 시작한다.

급기야 일제에 의해 궁의 이름을

창경원(昌慶苑)으로 격하되어 궁궐이 아닌

공원화가 되어 훼손이 되기 시작하는데,

왕족들만 출입하는 궁궐이 아닌

국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바꾸고,

왕족이 머물던 공간에 동물을 들이며

그 권위를 저해하고자 한

일제의 만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 유럽식 온실이자

식물원 지구의 중심에 위한 대온실은

당시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는데

일제 강점기 이후 6.25를 겪으며 폐원한 창경원,

그리고 폭격으로 인해 일부 훼손된 대온실은

1980년대에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복원되는 과정에도

철거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가

2017년 보수공사 끝에 다시 개방하게 된다.


이 소설은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기록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 30대 여성 영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석모도 출신으로 중학교 시절 창덕궁 담장을 따라

형성된 원서동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창경궁'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서늘해지며 그 일을 맡기를 꺼리게 된다.

그리고 창경궁과 함께 '낙원하숙'에서 지냈던

과거의 일을 회상하게 되는데,


묻어두었던 과거의 수리와 마음속에 넣어두고

꺼내보지 않았던 과거의 상처가 겹쳐져 펼쳐지며

연관성이 없었던 것 같은 조각들은

다른 듯 같은 이야기로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단청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처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마음을 수놓는 작가 김금희가 선택한

이번 소설은 일제강점기의 상흔이라고 할 수 있는

창경궁에 위치한 대온실,

그곳에서 발견된 미스터리한 지하공간의

비밀을 파헤쳐 가며

묻어 놓았던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마주 보고

그것을 치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사랑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는 성장과

미완에서 벗어나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더욱 빛나는 진실을 담고 있다.


친구를 통해 소개를 받고

찾아가 만나게 된 일은 다름 아닌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작성하는 것.

공사를 진행하는 이들은 따로 있지만,

워낙 깐깐하고 업무협조가 쉽지 않은지라

빡빡한 공문 작성을 담당해 줄 이를 찾다가

영도에게 연이 닿은 것이다.

자신이 담당하게 될 일이 그녀의 인생에

상처와 얼룩을 남겨진 그곳 가까이인 것을 알았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로 하고

익숙하고 한때는 사랑했던,

그리고 상처를 받았던 그곳을 향한다.


창경원을 구성하는 식물원과 동물원,

그리고 작품의 가장 핵심이 될 대온실까지

실제 있는 장소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이 소설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닌

마치 실제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내주었다.

조용한 섬마을에 살던 시골 소녀가

서울로 유학을 와서 느꼈던 어색함이나 외로움은

넓고 큰 궁궐과 그 궁궐에 이어진 담벼락을 따라

형성된 새로운 세상 앞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외롭거나 답답할 때, 또 자신의 현실에 타협하며

내밀고 싶지 않은 손을 내밀어야 했을 때도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곳이

바로 창경원이기도 하다.

그녀의 상처와 아픔을 바라보던 그곳은

현재의 그녀가 마주하게 된 보수공사 앞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그 자신이 품고 있는

숨겨진 과거의 비밀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 동네 이름만 들어도, 창경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잊고 싶은 과거가 떠올라 외면했던 영도는

이제 대온실의 보수공사 앞에서도

또 함께 연결되어 떠오르는

자신의 과거와 상처 앞에서도 마주 서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때도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던 낙원하숙의 할머니,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는

가득히 혼재되어 독자들의 마음속을 떠다닌다.


이윽고 밝혀지는 가슴 아픈 진실과

자신의 과거를 이겨내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영도의 모습은 더 이상 눈물을 삼켜야 했던

어린 소녀가 아닌 한 명의 어른으로서

성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성장과 자유 앞에서

과거와 얽힌 새롭게 태어난 창경궁 대온실을

있는 그대로 만나며 홀가분한 모습을 보이는

영도를 통해 '결국 살아내었다'는 생존감과

완전히 묻히는 진실은 없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간절함은 진실이 가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지난한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리가 그토록 기억해야 할 누군가의 이야기가 있음을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왕실에 한정되었던 궁궐이라는 공간을

국민들을 위한다는 포장으로 무너뜨렸던

일제의 만행, 그리고 그 속에서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것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역사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되돌아가 자리를 되찾은 창경궁의 한 가운데,

이국적인 대온실이 전하는 것은

그날의 상처와 아픔을 잊지 말자는

어떤 다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대중에 공개되었다가 다시 복원 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어우러진 궁궐을 보며

시간은 이것을 또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 본다.

대온실이라는 공간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는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에서부터

오랜 역사의 시간으로 쭉 이어지게 된다.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어받은 것이기를, 또 우리가 전해 받은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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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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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은 사야카.

매일 남편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준비하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남편은 집이 아닌 거리의 정식집에서

맥주와 함께 끼니를 채우고 돌아오며

그녀의 식탁을 벗어난다.

그 사소한 삐걱거림의 시작은

바로 '술'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 차이!


식사 이후 취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운 술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그녀와 달리

남편은 밥과 함께 맥주를 동시에 들이키곤 한다.

자극적인 맛의 음식에 그것도 술과 동시에 삼키는

그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야카는

(어쩌면 조금은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눈빛으로 보던)

남편이 집과 자신의 식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이미 늦었다며 완강히 거절을 하고 집을 나간다.

분명 남편의 이혼 요구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가 즐겨 찾았던 정식집 '자츠' 를 찾아간 사야카는

그곳에서 직원을 모집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츠에서 일하며 이혼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


무뚝뚝하고 말수도 없으며

달고 짠 간으로 된 평범한 메뉴들을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노처녀 주인장.

그곳에서 자츠의 메뉴들을 배우고 손님들을 마주하며

사야카는 조금씩 자신이 단단하게 세워놓았던

기준을 허물고, 타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때로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또 자신의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기도 한다.


전업주부로 남편 아래 안락하게 유지해오던

가정의 범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

또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고 음식을 하며

비로소 고정돼 있던 스스로에게도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정식집을 운영하는 70대 조우씨와

갑작스레 이혼 통보를 받은 30대 사야카.

서로 어울리지 않고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조합은

시간이라는 간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딱 좋은

어우러짐으로 변하게 된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아닌 듯 챙겨주는

무심한 따뜻함은 나이를 뛰어넘은 두 여성의 연대로

그 어떤 조합보다도 단단하고 따스했다.


자츠에서의 첫 식사 때,

달고 짜게만 느꼈던 모난 사야카의 시선이

자츠에서 일하고 조우씨의 손맛을 배우고

음식에 대한 진심을 깨달으며

'맛있게' 그리고 '감사하게' 자츠의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보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의 사랑과 공감 같았다.


음식에 대한 탁월하고 간결한 묘사를 하는

작가 하라다 히카답게,

매일 그때그때의 재료에 맞추어 달라지는

자츠의 메뉴들과 조리과정을 담으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물론 음식을 눈으로 맛보는

재미까지 더해 주었는데,

맛깔스러운 자츠의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사야카와 부딪치며 밖으로 도는 남편이

그토록 자주 찾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식을 하다 보면 한 번에 간이 딱 맞는 경우는 없다.

간을 보며 소스를 더하고,

때로는 시간이라는 기다림이 필요하기도 하다.

인생도 여러 감정들과 사람들을 더하고

시간을 더한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의 요리 같은 것이 아닐까?

작가는 정식집 자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간을 알맞게 맞추고 다시 데우자고

그렇게 독자들에게 따스한 한 끼를 차려낸다.


음식으로 전하는 따스한 위로,

어그러진 삶의 간을 맞춰주는 든든한 한 끼 같은 소설,

<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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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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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달달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우리는 꿈을 꾸곤 한다.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 일수도,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허무한 기대나 생각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큰 꿈을 위해 잠에 들기도 하고,

누군가는 허튼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잠들기도 한다.


잠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은 지극히 '휴식'에 가깝다.

하루 동안 활동하느라 지친 신체와 정신을

잠이라는 행위를 통해 온전히 쉬게 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충전한다는 점에서 '잠'은 나에게 휴식이자 안도,

무방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잠에 대한 것도

불면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꿈이라는 비현실을 통해 현실을 잊고자 하는

어떤 수단일 수도 있겠다.


모든 감각이 예민한 아버지가

하루의 끝 유일한 안식처라고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취하는 휴식은

어머니와 세 누나, 그리고 주인공인 '나'에게는

지옥 같은 곳과 숨 막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를 위해 소등 감시원을 한다거나

오감이 예민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이들은

비로소 아버지의 사망 이후 고삐가 풀린 듯

모든 버튼을 '강'으로 바뀐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행동과 모습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한 나.

유일한 집안의 남성이어서 였을까?

아니면 아버지에게서 물려 내려진 것이었을까?

아버지처럼 예민해져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던 나는

엄마가 친척에게 샀다는 구옥으로 도피를 한다.


독립된 그곳에서 드디어 편안한 잠의 세계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순간의 평화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쉴 새 없이 울어대는 개 소리에

그는 항의를 하러 윗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선숙이 누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파양된 경험 때문에 혼자 있으면 짖는다는 얘기를 하며

그녀는 개를 그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작된 그들의 연애.


잠에 빠져들어 모든 현실에서 벗어나

도피를 하려던 그를 선숙이 누나와 개는

현실에 머무르게 한다.

그녀 덕분에 현실의 삶을 살고 때로는 일을 하며,

연애를 하고 함께 목욕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사는 듯싶었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현실 앞에서

그는 지루함을 느끼고 다시 잠으로 회피를 한다.


그렇게 끝나버린 그들의 연애,

모든 것에서 회피하려 했던

지극히 '잠보'였던 그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를 도피에서 벗어나 현실에 머무르게 했던

선숙이 누나가 그에게 남긴

연애의 흔적은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사랑의 모양과

새로운 로맨스 서사를 제시하는

북다의 달달북다 시리즈

로맨스X비일상은 이번에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한 〈잠보의 사랑〉을 통해

지독한 회피형 인간인 '나'의 연애 이야기로

회피형 생활방식과 연애를 돌아보게 한다.


사랑이 과연 누군가를 변화 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랑을 가능한지

우리는 잠보인 나와 선숙이 누나의 연애를 통해

질문을 던지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회피형이 연애에 있어

가장 나쁜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외면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데,

문제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통제하지 않는

선숙이 누나에게 끌렸던 그는,

매력 포인트였던 점들을 걸고 넘어가며

'귀찮음'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외면하고

도피 속으로 자신을 이끈다.


'오늘날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한 그의 연애는

선숙이 누나를 통해 한 뼘 성장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언제든 도피를 할까

여전히 미지수를 그려내게 한다.


일상 중 가장 비일상적인 '연애'라는 감정에 대해

담고 있는 소설들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모양을 가진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가 감히 어떤 모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을 가져온 시리즈를 통해

나의 마음속 시야도 더욱 넓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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